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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선 May 12. 2016

Dallacorte Mina Prototype

유량제어 에스프레소 머신들의 출현 


Dallacorte Mina Prototype

유량제어 에스프레소 머신들의 출현 


최근 에스프레소의 종주국인 이탈리아의 다양한 에스프레소 머신 브랜드들에게도 "혁신"이라는 단어는 크게 낯설지 않아 보입니다. 전통과 트렌드라는 다소 상충하는 가치 사이에서 치열한 줄타기를 하는 모습들이 자주 보이기도 하죠. 


사실 최근 10년간 이탈리아 머신 브랜드들에 영향을 받아 파생되어온 타국 브랜드들의 약진과 이를 토대로 더욱 발전하는 스페셜티 커피 문화의 급변적인 분위기에 자극을 받은 영향이 클텐데, 여튼 이탈리아식의 전통 에스프레소의 특징과 성향에 대한 고집은 여전히 대단한 가운데 변할 것 같지 않던 전통 강호의 브랜드들이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탈리안 에스프레소, 그 고집의 정점에 섰던 9기압. 하지만 


귀에 따갑도록 들어왔던 이 추출 압력에 대한 논의는 2010년대 이후로 Pressure Profiling 이라는 새로운 추출 접근을 통해 어느 정도 구속을 벗어나는가 싶더니, 이젠 본격적으로 Flowrate Profiling 이라는 개념으로 에스프레소에 대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추세로 접어들었습니다.


시애틀 기반의 미국의 에스프레소 머신 제조사 슬레이어(Slayer)가 Flow-rate(유량) 컨트롤 기반 추출의 개념을 본격적으로 주장하기 시작했고, 해외의 유명 바리스타, 예를 들어 Maxwell Colonna Dashwood 나 Matt Perger 등도 추출과 유량의 상관관계에 대한 합리적인 추론을 바탕으로 추출 매커니즘에서 압력보다 유량이 우선이라는 새로운 주장들을 펼치게 됩니다. 물론 압력과 유량은 분리해 이야기 하기 어려운 긴밀한 상호관련성을 맺고 있지만, Flowrate 은 바리스타들에게 숫자로 대변되는 Bar Pressure 강박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다소 해방적인 추출 개념이기도 했습니다.


여튼, 특히나 "전통성의 유지"란 측면에 브랜드 이미지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던, 달라꼬르테(Dallacorte) 역시 이런 Flowrate Profiling 에 대한 추출 매커니즘을 기반으로 제작된 MINA 라는 재미난 모델을 선보였고, 전자제어식 니들 밸브(Needle Valve)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는 La Cimbali 나 여타의 머신들과 달리 압력보다는 유량에 모든 초점을 맞춘 머신임에 먼저 그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MINA. 추출을 위한 유량제어에만 초점을 맞추어



실제로 오랜기간 다양한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롱텀 리뷰가 될 수 없고, 현재 테스팅 머신은 프로토타입이라 다양한 방면에서 제조사의 Tweak 소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오로지 MINA 의 추출과 유량 제어 측면에 대해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합당할 것 같아 그 부분에 대해 느낀 점들로 MINA 에 대한 첫 인상을 적어볼까 합니다.




MINA 의 핵심 유량(Flow-rate) 컨트롤


DALLACORTE MINA 의 가변 밸브


MINA 는 유량은 전자 제어되는 정교한 가변형 니들 밸브로 제어됩니다. MINA 가 가진 핵심적인 추출 동작은 그룹헤드의 레버를 통해 크게 5단계로 나뉘어 세분화 시킬 수 있으며(물론 App 단에서 이보다 더 적은 단계로 줄일 수도 있습니다), 각 단계별로 가변형 니들 밸브는 해당되는 세팅값에 맞는 개폐량으로 변화(실제로 달라코르테에서 설명하는 DRF 시스템은 0.01mm 단위로 밸브의 구경을 설정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그룹헤드로 유입되는 유량을 제어합니다. 


 DRF(Digital Flow Regulation) : 안드로이드 App 을 통한 MINA 의 5단계 유량 세팅


실제로 MINA 의 동작시 각각의 기능마다 가변 밸브가 달리 동작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재미있게도 에스프레소 추출은 물론 온수 추출이나 보일러 드레인 등 각 단계마다 주어진 개폐량으로 밸브를 조절하며 유량을 내보내는 모습들이 감지됩니다.



유량 세팅 안정성 및 재현성


유량 안정성은 모든 에스프레소 머신들에서 공통적으로 중요시 여겨지는 부분입니다. 지클러나 오리피스를 통해 단일 유량값으로 세팅 되는 대다수 에스프레소 머신들도 이 부분에서는 외부 유입 수압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변동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MINA 역시 유입 수압에 따라 영향을 받는 로터리 베인 펌프를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유입 수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래 테스트는 별도의 외부 수전의 유입 수압 압력이 3~3.5 Bar 정도로 어느정도 변동성을 갖는 세팅 하에서 이뤄진 테스트이기에 수압의 영향력을 감안해야 하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안정적인 유량 안정성 및 재현성을 보여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위 Free Flow 테스트는 MINA 의 밸브 세팅을 150g/Min 정도의 저유량 세팅으로 설정한 뒤 연속적으로 추출 유량을 측정한 결과입니다. (일반적인 0.6mm 정도의 지클러 세팅된 에스프레소의 1/4 정도의 유량이므로, 일반적인 프리인퓨전 세팅보다 프리인퓨전 시간을 4배 더 길게 가져갈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머신의 밸브 개폐가 빈번히 이루어지는 머신임을 감안할 때 이 결과는 꽤 안정적인 수치라 평하는데 무리가 없습니다. 커피가 걸리지 않은 Free Flow 상황에서의 테스트 결과이므로, 실제 추출시에는 이보다 더 안정적인 유량이 적용될 것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가변 유량 세팅하에서의 추출간 실제 유량 변화 양상


기본적으로 MINA 는 단일 샷의 추출 시간을 총 5단계로 나누어 구간별 서로 다른 유량치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아래 수치는 이러한 MINA 의 추출 과정상의 다단 유량 변화를 살펴 볼 수 있는 데이터로 초반 14초대 극저유량 세팅에서 28초대, 42초대, 56초대, 70초대로 점차 증가하는 유량 세팅을 적용했을 때의 모습을 살펴 볼 수 있습니다.


DRF(Digital Flow Regulation) : MINA 의 5단계 유량 세팅의 실제 양상


가변 유량 세팅의 자유도와 추출, 그리고 MINA


앞서 언급한 대로 MINA 의 경우 유량 제어에 가장 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5단계로 사용자의 추출 자유도를 부여한 부분은 (여타 다른 머신 브랜드들도 유사하게 추출 구간을 구획화하여 압력 프로파일링을 적용하는 추세와 같은 맥락이지만) 사용자 측면에서 충분할 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5단계를 모두 다른 유량 세팅으로 사용한다는 것의 의미가 그렇게 크진 않지만, 점진적인 유량 변화를 디자인한다는 관점에서는 급격한 유량 변화가 커피 퍽에 미치는 불안정성을 보완할 요소로 평가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머신의 유량(Flow-rate)이 추출에 미치는 영향력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오피니언 리더급 바리스타들에게서도 가장 관심 받는 주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커피의 그라인딩은 결국 추출 방식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요소이므로, 그라인딩에서 제시한 솔루션을 추출을 담당하는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가장 핵심적인 화두입니다.


극저유량 프리인퓨전 추출 테스트 영상


이러한 트렌드에 부합하여, 유량 제어를 핵심으로 삼는 머신으로서의 MINA 는 그런 관점에서 꽤나 목적이 명확한 머신입니다. 슬레이어(Slayer)를 필두로한 다양한 유량 제어 머신들의 추출 매커니즘을 동일하게 적용이 가능한 동시에 디지털 유량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샷의 프로파일링을 자동화 할 수도 있다는 점은 꽤나 큰 장점이기도 하죠.


추출 트렌드와 전통의 고수, 그리고 엔지니어링


 하지만, 철저히 사용자 측면에서 달라코르테 미나가 완벽히 이러한 트렌드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사실상 쉽지는 않습니다. 58mm 그룹헤드가 표준화라 할 만큼 대중화 된 시점에서 추출 트렌드를 선도하는 각종 추출 관련 툴들은 달라코르테의 머신들의 지원에 인색합니다. 이같은 점은 머신 본연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소비자들이 접근하기 어렵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벽을 형성합니다. 


 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퍼콜레이션을 기반의 에스프레소의 추출 매커니즘 상에서도 58mm 규격과 대비해 54mm 그룹헤드가 갖는 장점과 약점들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유량(Flow-rate) 컨트롤이라는 중요한 추출 매커니즘을 적극적으로 적용 가능한 달라코르테의 MINA 는 이러한 54mm 그룹헤드의 약점을 최소화 하고, 장점을 극대화시키기에 굉장히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     


 전통의 고수와 헤리티지라는 이름으로 꿋꿋히 독자적인 54mm 그룹헤드 규격을 지켜오고 이를 바탕으로 한 꽤 걸출한 1그룹 머신을 만들었지만, 꾸준히 54mm 그룹헤드를 지켜나가야 한다면 이젠 수많은 서드파티 제품군들과 바리스타들과 함께 달라코르테도 적극적인 독자적인 카테고리를 갖춰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극히 개인적인 에필로그


* 만듦새와 마감은 1그룹 하이엔드 에스프레소 머신 중 가격대비 가장 우수한 그룹에 속함.

* 유량 제어는 58mm 그룹헤드에 비해 87% 추출 면적을 갖는 54mm 규격 그룹헤드의 추출 효율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음.

* 레버를 활용한 유량 컨트롤은 직관적인 동시에 꽤 인상적인 느낌. 하지만, 추출 단계별 클릭되는 느낌이 있으면 더 좋을 듯.

* 성능 측면에서 GS/3, Slayer, Speedster 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음. 가성비에서는 가장 우위.

  오토 보일러 드레인, 자동 세척, 추출양 세팅 등 편의성은 가장 우세. 

* 54mm 규격에 대한 편견만 걷어낸다면, 훌륭한 에스프레소 머신.

* 추출 온도 측정은 54mm SCACE 툴을 가지고 있지 않아, 측정 불가. 다만 추출 그룹 대비 900 Watt 대용량의 히터 출력이 헤드 보일러 온도 안정성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으로 판단됨.

* 테스트기의 프로토타입의 특성상 아직까지는 개선할 부분들이 존재함. 예를 들어 극저유량 세팅시 간헐적인 펌프 헤드의 진공 현상이나 추출시 간헐적인 레버 미동작. 양산형 제품에서는 개선될 것으로 판단.

* La Marzocco 의 GS/3 와 Linea Mini 사이의 가격대에서 고민하는 분들 중 에스프레소 추출에 대한 개인적 연구나, 샷 테스팅을 고려하시는 분들, 혹은 소규모 매장에서 편의성 기반의 범용 활용성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추천.   

   

Overview : 이상선(indend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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