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차 심리 상담사가 마주한 삶의 진실
나는 9년차 상담심리사이자 라이프 코치로 살아가고 있다.
그 시간 동안 청소년부터 60대 성인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상담실에서 만났다.
이들 중 대부분은 대학생 이상의 성인들이었다.
그들은 취업 문제, 연인과의 갈등, 번아웃, 우울감 등 각기 다른 문제들을 안고 상담실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이 꺼내놓은 이야기의 깊은 곳에는
'가족'에 대한 이슈가 대부분 공통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는 점을 발견했다.
상담을 이어가며 나는 거듭 깨달았다.
아무리 좋은 학교를 다니고 사회생활에서 성공적이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우며,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모든 것을 갖췄다 할지라도
심리, 즉 마음이 건강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인 가치와 성과가 압도적인 시대를 살고 있다.
부업 열풍은 개인의 노력을 넘어선 시대의 강박처럼 느껴지고,
잠자는 시간을 쪼개고, 주말을 반납하며 더 많은 수입을 좇는 이들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런 시대를 살면서 누군가는 묻는다.
"그래서, 돈이 최고 아닌가요?" 또는 "돈만 있으면 행복한 거 아닌가요?"
나 또한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현실의 무게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교육비, 집값, 노후 준비 등 눈앞의 현실은 언제나 '더 많은 돈'을 요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것을 좇는 과정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가장 중요하고도 근본적인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그래서 때로는 '무용(無用)해보이는' 것들의 힘에 대해서 말이다.
상담실에는 많은 '물질적 금수저'들이 찾아온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배경과 재력을 가졌지만,
깊은 내면에는 불안, 공허함, 관계의 어려움 등 채워지지 않는 감정적 갈증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학업, 직업 등 겉으로 보이는 모든 부분에서 성공적이지만, 정작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고통받는다.
반대로 어떤 이들은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아도, 단단한 자존감과 건강한 관계 맺는 방식을 통해 삶의 크고 작은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낸다. 무엇이 이들의 삶을 이토록 다르게 만드는 걸까?
나는 그 답이 바로 '정서 유산'(또는 감정 유산)에 있다고 확신한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혹은 스스로 형성한 '정서적 자산'의 차이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주는 가장 값진 유산은 돈이나 부동산이 아니라,
건강한 감정 조절 능력, 긍정적인 관계 맺는 방식, 그리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태도이다.
불안한 부모의 마음은 불안한 아이를 낳고, 비난과 갈등이 잦은 가정은 아이에게 깊은 정서적 상처를 남긴다.
내가 만난 수많은 내담자들의 마음속 고통이 결국 가족과의 관계,
어린 시절 형성된 감정 유산과 깊이 연결되어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이들은 부모가 물려준 이 '감정 유산'을 평생 짊어지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많은 이들의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그리고 심리 전문가로서 확신한다.
'내가 먼저 행복하고 건강해야 배우자와 잘 지낼 수 있고,
부부가 행복하고 건강해야 아이도 건강하고 행복하다'는 진리를 말이다.
이는 결코 이기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엄마가 자신을 돌보지 않고 지쳐버린다면, 그 영향은 고스란히 아이와 가족에게 전달될 수밖에 없다.
많은 엄마들이 '나를 위한 시간'을 사치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잊고, 온전히 아이와 가족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하지만 이러한 희생이 장기적으로는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를 지치게 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내가 먼저 건강한 정서를 가지고 행복해야, 그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흘러
아이에게 긍정적인 감정 유산을 물려줄 수 있다.
남편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부부가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일 때, 아이는 가장 안정적이고 건강한 관계를 배우게 된다.
물론 돈은 중요하다. 삶을 영위하고, 아이들에게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하는 데 필수적이다.
하지만 돈이 삶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우리 삶의 진정한 풍요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과 마음, 그리고 단단한 관계 속에서 피어난다는 것을 믿는다.
나는 앞으로 이 공간을 통해 여러분과 이 '무용해보이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려 한다.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자기 이해, 건강한 대인 관계, 행복한 부부관계와 육아에 대한
솔직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이 여정을 통해 단 한 분이라도 자신과 가족의 마음 건강을 돌아보고,
진정한 행복을 향해 나아가는 계기를 얻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