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살리는 첫걸음
나는 9년차 상담심리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이다.
상담실에서, 또 가정에서 수많은 엄마들을 만난다. 그들의 눈빛에는 공통된 질문이 담겨 있다.
"나는 누구인가요?" 육아와 살림, 때로는 직장 생활까지 겹쳐 숨 가쁜 나날을 보내다 보면,
거울 속 내가 낯설게 느껴질 때가 많다고들 한다.
화장기 없는 얼굴, 헝클어진 머리, 늘 똑같은 옷차림.
'엄마'라는 거대한 이름 뒤에 가려져, 자신의 이름 석 자와 진짜 모습을 잃어가는 건
비단 당신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아동학을 전공하며 아이들을 이해하는 일에 몰두했다.
아이들의 발달 단계, 심리, 행동의 원인을 파고들며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질문에 매달렸다. 그런데 아이를 더 깊이 이해하려 할수록,
이상하게도 나 자신을 더 알지 못한다는 답답함에 부딪혔다.
아이의 특정 행동에 내가 왜 이토록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예상치 못한 감정이 불쑥 올라오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 근원을 알 수 없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아이를 이해하는 열쇠는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아동학을 공부하며 아이의 세계를 탐험하다가,
결국 나는 심리학이라는 더 넓은 바다로 뛰어들었다.
심리학 복수 전공을 시작하며 만난 수많은 이론과 개념들은 마치 잃어버린
내 마음의 지도 조각들을 찾아주는 것 같았다.
나의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관계, 그리고 내가 알지 못했던 나의 상처와 욕구들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이 여정은 생각보다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외면하고 싶었던 내 안의 그림자들을 직면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놀라운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나를 이해하게 되자, 비로소 가족이라는 복잡한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한 것이다.
남편의 무심해 보이던 행동 이면에 숨겨진 불안을 읽게 되었고,
아이의 떼쓰는 행동이 단순히 고집이 아니라 미처 채워지지 못한 감정적 욕구의 표현임을 알게 되었다.
내가 왜 특정 상황에서 비합리적으로 화를 내고 후회했는지,
그 감정의 뿌리가 어디에 닿아 있는지 깨닫는 순간, 나는 비로소 내 감정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상담실에서 만난 수많은 내담자들의 이야기도 내 경험을 뒷받침해 주었다.
9년 동안 청소년부터 60대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각기 다른 문제로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왔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들의 고통의 뿌리에는 '가족'이라는 이슈가 깊이 얽혀 있었다.
사회생활에서 성공하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워도,
자신의 마음을 건강하게 다루지 못하거나 가족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았다.
그들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감정들을 효과적으로 다루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