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담아내는 그릇

상담과 양육, 자기 이해라는 공통 분모

by 임지수

내가 9년 동안 상담사로 활동하며 가장 깊이 깨달은 것은,

내담자의 성장을 돕기 위해 상담사 자신을 끊임없이 알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나의 성격, 기질, 강점과 약점, 그리고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형성된

나의 원가족 역동까지 모두 이해하는 것이 필수였다.

나의 미해결된 감정이나 편견이 내담자의 경험을 왜곡하거나 투사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상담은 결국 내담자와 나 사이의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기에, 나를 알지 못하면 내담자를 온전히 담아낼 수 없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일도 이와 정확히 일치한다.

엄마가 '빈 도화지'처럼 아이를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서는

엄마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내가 어떤 기질을 가진 사람인지,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어떤 정서적 유산을 받았는지, 나의 미해결된 욕구는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이 과정은 때로 고통스럽고 불편할 수 있지만,

나를 알면 아이의 행동에 대한 나의 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내가 불안하면 아이에게 불안을 전염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스스로의 불안을 다스리는 노력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상담사가 내담자를 위해 자신을 알아야 하듯,

부모인 우리도 아이와 가족을 위해 나를 이해해야 한다.

'빈 도화지'처럼 투명하고 열린 마음으로 아이를 마주할 때,

아이는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색깔을 자유롭게 펼쳐갈 수 있다.

그리고 엄마인 나 또한 그 과정에서 아이와 함께 성장하며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가장 값진 것은, 언제나 우리 안에 있다. 그리고 그 안의 '나'를 이해하는 것이 모든 성장의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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