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명이면 충분할까요?

14억명의 질병을 고치는 인도병원 이야기

14억을 넘어 14억 5천명에 육박하는 인도는 어느새 중국보다 더 큰 인구강국이 되어버렸다. 나라가 큰 만큼 언어도 많고 인종도 다양하지만, 내가 전율을 느끼는 통계는 사실 좀 다른 종류의 것이다. 전 세계에서 창궐하는 온갖 치명적 질병들 가운데, 인도는 가장 많은 사상자수를 기록하는 그런 나라이기 때문이다.

인도 여성의 목숨을 앗아가는 <질병 넘버 1>은 유방암이다.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유방암으로 목숨을 잃고 있는지, 모디 총리는 자신의 재선을 1년 앞두고 인도 역사상 가장 담대한 공약을 제시했다. 그것은 인도의 모든 성인 여성들에게 국가가 무료로 유방암 검사를 실시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 공약은 인도 여성들 사이에 큰 공명을 일으켰고, 모디 총리는 현대 인도 정치사상 최대의 단일정당 압승이라는 깨기 어려운 기록을 세웠다.


인도 남성의 목숨을 앗아가는 <질병 넘버 1>은 당뇨병이다. 60대 인도 남성의 22.7%가 당뇨병 환자란다. 우리나라 통계 약 5%에 비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높은 수치다. 기름에 튀긴 탄수화물과, 달고 짠 음식을 좋아하는 인도인들에게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image01.png (출처: FINSHOTS. https://finshots.in/infographic/page/7/)

인도 사회의 하우스 파티는 보통 저녁 8시 이후에 시작하여 자정이 넘도록 먹고, 마시고, 수다 떨고, 강강술래 타입의 춤을 추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이라면 경찰이 몇 번이나 오고야 말 정도의 소란한 합창, 초대형 스피커가 쏟아내는 음악, 환희의 "마을 댄스"가 계속되지만, 신기하게도 인도인들은 층간 소음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사는 모습에 놀라 나는 매번 호스트에게 묻는다. 이러한 소음에 대한 이웃사촌들의 똘레랑스, 사회적 인내와 관용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하냐고 말이다.


답은 늘 간결하다. 오늘은 우리 가족이 파티를 벌이지만, 내일이면 위층 사람들이 즐길 것이고 그 다음날엔 아래층 사람들이 춤을 출 것이라고 말이다. 사실 인도만큼 명절과 공휴일이 많은 나라도 드물고, 마을마다 골목마다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모여 소리지르고, 노래하고,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웃으며 물감을 뿌려대고, 입던 옷이 흠뻑 젖을 만큼 물을 퍼붓는 문화가 나에겐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이러한 공동체 단위의 집단적 문화공유는 질병의 전파에도 무서운 매개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그리고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이 인도에 상륙하면, 그 어느 나라보다 많은 인도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일도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게 사실이다.


스스로를 국가보다 거대한 하나의 ‘작은 대륙 (subcontinent)’이라고 칭하는 인도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의사를 인도 정부는 매년 5만명만 선발한다. 일반의(GP) 4만명과 치과의 1만명. 그런데 이들중 실력있는 의사들 상당수가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미국 등 인도 연봉의 수십 배를 받을 수 있는 선진국으로 나갔거나, 기회만 되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가가 보장하는 건강보험도 아직 없고, 의약분업이 실현될 가능성도 매우 낮아 보이는 이곳 인도에서, 15년 경력의 전문의가 받는 평균월급이 180만원이란다.


그래서, 어디 한 곳 쉬워 보이는 구석 없는 이곳 인도에서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터졌을 당시, 나는 무서웠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도 안되는 상상 초월의 대재앙이 터질지도 모르겠다는 공포가 나를 떨게 만들었던 것이다. 등골이 오싹해지고 어깨가 오그라지며 식은 땀이 흐르는 공포 말이다.


2014년 모디 정부가 출범한 후 인도가 수많은 도전들을 하나하나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모습을 응원하고 지지하던 지지자의 입장에서, 인도가 직면한 코로나의 재앙을 함께 한 배에 탄 심정으로 견뎌내야 했던 나의 당시 상황은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이번 이야기는 14억명의 인도인들이 질병과 전염을 이겨내는 보기 드문 시간여행에 관한 수다라고 해 두는 편이 옳겠다.


HEALTH 1.png 사진 출처 : 모디 총리 홈페이지

UNBANKABLE.


인도 정치인들의 연설과 구호는 참 감성적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탁월한 스토리텔링의 힘을 인도 정치인들은 마법처럼 쓸 줄 아는 사람들이다.


인도에서는 절대적 빈곤층을 “unbankable”이라고 부른다. 자기 이름을 쓸 줄 모르고, 자기 소유의 자산이 전무하여 은행에서 통장을 만들어 줄 수 없기 때문에 Bank에 계좌 소유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un-뱅크-able”이라는 표현을 쓴다.


도시 빈민에 해당하는 이들의 숫자는 무려 5억명. 그렇다. 14억 5천만명에 5억이면 34.5%. 삼분의 일에 해당하는 절대빈곤층을 위해, 인도의 국가권력과 정치지도자들이 그동안 어떻게 수많은 전염병과 질병과 싸우며 국가보건의 이름으로 나라를 구해 왔는지 그것이 알고 싶어졌다.


1947년 8월 15일 해방의 순간부터 2014년 4월 모디정부에게 정권을 잃기까지, 장구한 날들을 일당 장기집권으로 유지해왔던 간디 선생, 네루 총리의 Congress Party는 매우 인도인 다운 방식으로 수많은 도전에 대응해 왔다.


첫 째, 24시간 무료 클리닉 제도.

처방전 없이 예약 없이, 언제든 전화, 직접방문, 이메일로 자신의 아픔을 호소하는 인도인이라면 누구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무료진단과 무료약품을 받을 수 있게 만든 복지 시스템이다. 정기적으로 인도 정부가 공시하는 <Essential Medicine List>의 수백 가지 무료약품 목록은 인도의 빈곤층이 돈 없이도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제일 먼저 의지하는 방법이다. 논리적으로만 보면, 참으로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국민을 위하는 정책처럼 들린다.

HEALTH 2.png 인도 정부가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무료 필수의약폼 리스트

너무도 당연한 일이겠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았다.


무엇보다 무료제공 약품의 종류가 매우 제한적이고 증상을 잠시 완화시켜 주는 약품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전문적 의사와 약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중증의 질병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냉정한 현실적 문제였다.


전 세계 백신의 70%를 OEM으로 제조하는 인도를 가리켜, 세계는 “generic drug (저렴한 카피 약품) 제조의 왕국” 이라고들 한다. 세계 톱 20 제약회사들은 자신들의 특허와 원재료를 공급하면서, 깐깐하기 그지 없는 품질관리 메뉴얼 (Quality Control)과 선진국 제약회사의 까다로운 생산기준에 따라 한치의 오차 없이 약품을 인도에서 생산해 낸다. 중진국 가운데 중국과 인도 이외에 선진국 제약회사들의 생산기준을 맞추어낼 나라는 없다. 비록 자체기술과 특허는 없지만 세계의 백신 제조공장으로서 인도는 당당한 바이오메디컬 수출의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약국에서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게 약을 사기 위해 의사나 약사의 처방이 필요없는 살기 편한 나라이기도 하다. 약국 직원들의 추천이나 언론에 노출된 과대 광고를 믿으며, 혹은 동네 이웃의 입소문을 들으며, 저렴하고 특이한 이름의 약들을 한 꾸러미 사들고 돌아가는 어른들로 인도 거리의 약국들은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가족중 얼마나 아픈 사람들이 많길래, 저토록 많은 약을 저렇게 자주 필요로 하는 걸까?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대부분의 인도 도시빈민들에게 있어서 약은, 고통을 잊기 위해 당연한 기본권리이자 인권인 것이다.


80년대말 어머니 손을 잡고 남대문 시장에 길게 늘어선 대형약국 거리에 가서 어마어마한 인파 속을 헤매던 기억이 나에게도 있다. 2026년 오늘 인도 대도시의 약국들은 90년대 한국 남대문시장을 방불케 하는 풍경을 하고 있다.


둘 째, 무상복지 바우처 제도.


간디 선생과 네루 총리의 리더십하 인도 정부만큼 친사회주의, 반시장경제, 자급자족체제, 제3세계와의 연대와 동맹이라는 철학을 위해 앞장섰던 나라도 많지 않다. 네루 총리는 북한에게는 대사관을 남한에게는 영사관을 주면서 차별적으로 외교정책을 펴나갔다. 그런 인도정부는 청년수당, 실업수당, 노인수당, 출산수당, 육아수당, 농민수당, 의료수당 등 참으로 다양하고 풍성한 명목과 이유들로 매년 70조원 이상의 막대한 정부자금을 저소득 국민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어 왔다.


당연히, 이 또한 간단치 않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정부수당을 주민들이 타갔다는데, 한번만 타갔는지, 여러 번 받아 갔는지, 누군가가 대신 타갔는지, 부패한 지방 공무원들이 거짓말을 하는지, 알 길도 없고 추적할 수도 없는 아날로그 종이장부 기록방식을, 인도 정부는 2016년 전자주민증 제도를 도입했던 모디 총리의 결단이 있기까지 계속 유지했다. 국가와 국민은 경제성장의 원동력과 산업인프라 투자의 기회를 잃는 대신, 표를 얻고, 유권자의 지지를 얻고, 집권 연장의 시간을 얻었다. 그것은 고통에 눈감게 하는 모두의 거래였다.


법보다도, 정부보다도, 1억 삼천만 힌두 신위의 자비와 적선에 몸과 마음을 맡긴다는 인도인들에게 있어서 모든 고통은 신이 주시고, 모든 상처도 신이 거두시는 것이 현생의 질서였다. 부처님은 힌두 신들의 서열 속에서 여섯 번째라고, 인도인들은 상냥하게 설명해 준다. 아마도, 신들이 시험에 들게 하시며 고통을 주실 때, 인도 정부가 그 고해의 아픔을 걷어가 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시민들의 나라가 바로 인도였다.


셋 째. <아유르베다> 전통.


인류가 최초로 만들어낸 의학서적이 인도의 <아유르베다>라는데 이견이 있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3천년전 고대 산 스크립트어로 문서화된 생명의 경전 <아유르베다>는 인간의 체질을 물, 불, 공기의 3상으로 분류하고, 각 체질에 따라 같은 음식과 허브, 야채가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는 과학을 인류에게 처음으로 가르쳐 주었다.


도시의 거리마다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인도의 책방. 단언컨대 한국의 거리보다 더 많은 거리거리에서 새 책과 헌 책을 파는 서점이 많은 인도에서 영어번역본으로 저렴한 <아유르베다> 경전을 사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책을 가까이 하고, 매우 저렴한 신간을 즐겨 사서 읽고, 책을 놓고 대화하는 인도 지식인들의 풍조가 나를 설레게 만드는 인도식 가로수길, 그런 곳이 바로 뉴델리의 카페 거리들이다.


90년대 청계천 고서점가에 발을 들이면, 바닥부터 천정까지 여러 겹으로 쌓아올린 책들이 던져주던 압도적 설레임을 나는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더러는 한자로, 더러는 영어와 일어로 된 책들을 더듬으며, 어린 나는 언젠가 외국어의 숲속에서 편히 모국어처럼 이들을 읽으며 그들의 문명을 이해하고 소통하며 살고 싶다는 꿈을 키워 왔었다.


그리해서 나는, 이렇게 12년째 봄을 인도에서 보내고 있다.


시간을 되돌려 다시 2020년 2월. 코로나가 창궐하며 인도의 국가보건시스템이 붕괴되고, 수십만명이 매일 목숨을 잃던 절대절명의 시간들 속에서, 인도 총리 모디는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했다.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까다로운 콜드체인 냉동보관과 운송과정이 필수라는 서방의 백신들을 14억 5천만명에게 골고루 나누어준다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위기의 벼랑에 선 모디 총리는 러시아의 저렴한 1회성 백신 <스푸트닉>을 급히 들여오고, 모든 궁휼한 인도 국민들에게 <아유르베다>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약속하며 그 역사의 힘에서 해법을 찾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시절 권장도서였던 <불교설화>를 읽다가 눈에 들었던 한 구절이 생각난다. 배탈로 고통받는 인도의 중생들을 위해 모든 사찰과 사원 앞마당에 <툴시(tulsi) - 허브의 여왕>를 심어 언제든 중생들이 그 풀잎을 넣고 음식을 조리해 먹도록 하라는 부처님의 말씀 말이다. 인도에 도착하자마자 <아유르베다> 약초를 파는 상점들을 찾아, 나도 그 유명한 <툴시>를 구해보려 애써 보았다.


<아유르베다> 시장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화려했다. 국민의 생활속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목격하고 나름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현대판 <툴시>는 부처님의 처방처럼 배탈과 염증으로 고생하는 소비자가 면역력과 항염능력을 키우기 위한 명약이라고 점원이 친절히 소개해 준다. 품질표시를 꼼꼼히 읽어보니, 사람의 체질에 따라 <툴시>도 Krishna Tulsi, Vana Tulsi 등 세 가지의 다른 종류가 섞여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품질에 대한 시비를 막기 위해 대부분의 인도 <툴시> 제조사들은 미국농산부 오가닉 (USDA ORGANIC) 인증마크를 달고 있는게 보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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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국가위기 상황 속에서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처럼 마지막 안식의 거처를 제공해 준 것이 바로 <아유르베다>의 힘이었다. 모디 총리는 새로운 중앙정부 부처로서 아유르베다부 (MINISTRY OF AYUSH)를 만들었다. 아유르베다(AYURVEDA), 요가 및 자연요법(YOGA & NATUROPATHY), 우나니(UNANI), 시다(SIDDHA), 동종요법(HOMOEOPATHY)의 앞글자를 따서 이름을 만든 부처라고 한다.


그것은 마치 한국에서 보건복지부와 별도로 한의학부를 설치하는 것과 같은 파격적인 선택이었고, 인도 국민들과 여야 정치권은 코로나 극복을 위해 이를 모두 수용하고 판데믹을 슬기롭게 이겨냈다.

혹시. 백면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갖추었다고 하는 한국 국민들도, 양약과 양의학, 대체의학의 압도적 영향력 속에서 빛을 잃어가는 우리 전통한의학의 권토중래를 도모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차오르던 무섭고 낭만적인 시절이었다.

지금도 인도 대도시 공항 면세점에는, 다양한 <아유르베다> 브랜드로 각종 건강식품, 건강보조식품, 향료, 차 등을 판매하면서 연간 수조원 규모의 매출을 일으키는 회사들이 쉽게 눈에 들어온다. 한국 화장품 매점들보다 더 화려하고 더 큰 매출을 자랑하는 전시장을 갖추어놓은 회사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성공의 뒤에는 과학성,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존재한다. 인도 국민들의 환난을 의탁하는 절대적 신뢰 말이다.


성불하신 후, 말년에 이르러 자신이 태어나신 비하르주 고향의 저자 거리에서 탁발공양 하시다가 어느 대장장이가 건낸 돼지 비계를 저녁밥으로 드신 부처는, 한 달 동안 설사와 배앓이를 계속 하시다가 비하르 어느 산 언덕에 오르셔서 석양을 바라보며 타계하셨다는 이야기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부처는 중생의 아픔을 어루만질 뿐 아니라, 중생의 기도와 간구의 노력을 마지막 순간까지 믿고 받아 주셨음에 틀림없다. 복통속에서 눈을 감으시면서 부처는 “세상은 참 아름답다”고 하셨다.

지금도 델리 벨리(Delhi Belly)라고 하여 뉴델리를 여행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예외없이 한번쯤 심한 설사와 복통의 의식절차를 거쳐야 한다. 인도 경험을 가진 모든 이들도 이런 현상에 대해 어디선가 듣거나 읽거나 체험했을 것이라고 본다. 수십번의 설사를 겪으며 내가 깨달은 지혜는 절대로 익히지 않은 야채, 과일,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한다는 단순한 것이지만, 그래도 인도의 먹거리들은 보기에 참 아름답다.


한방에서 음식을 <약선>이라 부르듯이, 인도의 정치인들도 음식을 <약>이라 부른다. 코로나를 극복하면서 인도 집권여당 지도부 사이에는 큰 논쟁이 벌어졌다. 아침식사를 못하고 학교에 오는 인도 초등학생들의 비율이 35%가 넘는다는 통계 앞에서, 의무적으로 모든 공립학교가 점심을 제공하되, 어린이들에게 무엇을 잘 먹여야 하는지를 결정하기 위한 난상토론이었다. 타밀 나누 같은 주에서는 아예 아침식사부터 학교에서 제공하는 정책을 피면서, 큰 인기와 지지도를 누린 사례도 많다.

그림1.png 타밀 나두 주정부 총리가 성공적으로 선언한 <초등학생 무료 아침식사 프로그램>

부처님도, 간디도, 모디 총리도, 그리고 대부분의 인도 지도자들도 채식주의자들이다. 총리실과 집권 여당은 <아유르베다> 전통에 따라 육식이 아닌 채식으로 어린이들의 급식을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하되, 100그램당 반드시 단백질이 12그램 이상 포함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시행령으로 이를 선포했다. 어린이 급식메뉴에 들어가는 야채와 허브를 고르는데 있어서도 민족의학 <아유르베다>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시금치가 몸에 좋다니 급식으로 먹이자는 사실에서 그치지 않고, 인도의 영양사들은 이렇게 고민할 듯 싶다. 뽀빠이의 체질은 불기운 (PITTA)이 강하다. 시금치의 차갑고 쓴맛 성질이 다혈질 성격의 뽀바이의 몸에 과도한 열, 염증, 그리고 쉽게 흥분하면 붉어지는 피부를 진정시켜주니, 좋은 급식의 자료로서 어린이들의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공기 기운(VATA)이 강한 어린이들은 각별히 시금치에 주의해야 한다. 차고 가벼운 그 시금치의 성질이 VATA 어린이들에게 복부팽만, 가스, 관절의 뻣뻣함, 소화불량 등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돌아가신 나의 할머니는 내게 모든 야채를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늘 타이르셨다. 돌이켜보면 다양한 독과 약의 성질을 모두 포함시켜야 하는 야채 포트폴리오를 무탈하게 손자에게 먹이기 위한 최선의 지혜는 모든 독성 리스크들을 골로루 분산시키자는 것이었으리라. 모든 반찬을 조금씩, 모든 반찬을 빠지지 말고 맛있게... 할머니에도, <아유르베다>에도 내가 품고 있는 신뢰와 애정은 가볍지 아니하다.


AI가 모든 산업을 혁신시킨다는 AI TRANSFORMATION (AX)의 비전이 인도와 한국을 휩쓸고 있다. AX의 열기는 오늘날 <아유르베다>의 전통산업에도 강하게 분다. AX를 통해 거듭나야 한다고들 말하는 논객들의 철학에 나로서도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만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이런 걱정은 함께 나누고 싶다.


“양약과 건강기능식품, 온갖 채소와 허브를 먹어야 하는 인도의 어린이들과 노약자들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아마도 약물오남용일 수 있을 것이야. 각각의 성질이 내게 맞는 음식과 약이라도, 이들을 섞어서 한꺼번에 삼킬 때의 부작용은 어마무시한 한계가 많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하는 말이다. 지금 인도의 <아유르베다>는 한국의 한의학과 목초학을 만나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을 전통의약으로 이겨낸 인도 의사들도 이제는 한방과의 까르마를 시작해야 한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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