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매년 태워버리는 밀짚 쓰레기 1억톤 이야기
2025년 11월 인도의 수도 뉴델리 주변에 거주하는 2억명의 시민들은 생애 최악의 대기오염을 경험했다.
거리에 뛰쳐나온 초등학생들의 데모가 북부 인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뉴델리 정부가 발표한 대기오염지수는 436 였는데, 이 수치는 시민건강의 보호를 위해 허용가능한 최대치의 약 9배가 높은 오염도이다”
삼권분립이 가장 엄격하게 유지되고 있는 국가중 하나라고 하는 인도. 그 중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가졌다고 하는 인도 대법원은 "모든 건설공사장 인부들을 대상으로 작업중단 명령"을 내렸다.
모든 학교에 대한 휴교령도 빠질 수 없었겠다. 뉴델리 공무원들은 정책 집행이 아니라, 거리에 나가서 백만개가 넘는 마스크를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뉴스는 보도한다.
뉴델리주 주총리는 뉴델리가 마치 거대한 독가스실 'Gas chamber' 같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썼다.
2024년 한 인도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수도 뉴델리 거주 초등학생들의 29.3%가 천식과 호흡기 질환을 앓는 것으로 보이며, 이들중 3%만이 적정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정부와 주정부는 델리의 모든 비영업 차량의 이부제를 실시했고, 거리에서는 600명의 교통 경찰들이 이부제 위반 차량들에게 4천루피(약 6만 5천원)라는 인도인들에게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의 벌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인도인들은 알고 있다. 매년 늦가을 수확기 때마다 찾아오는 이 스모그의 원인이 단순히 차량의 매연가스 탓만 하기 어렵다는 것을...
그리고, 인도의 곡창지대인 뉴델리 북부 펀잡주, 하리아나주, 우타르 프라데시주. 이 3곳의 밀곡창지대에서 소각되는 밀짚이 매년 1억톤이 넘는다는 사실을... 소각을 막기 위해 인도정부는 밀짚 쓰레기를 가져오는 농민들에게 100킬로그램당 100원 정도의 지원금을 준다는 소식을 들은지가 이미 2년 전이지만, 2모작, 3모작에 허리가 휘도록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도의 농민들에게 있어서 가장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방식은 역시 밀을 수확한 들판에 불을 질러 하루라도 빨리 밀짚을 태워버려야 다음 경작을 준비할 수 있다는 고전적 조바심 뿐이리라.
밀짚을 쓰레기가 아닌 친환경 밀짚종이로 만드는 기술. 우리나라 몇몇 회사들이 사운을 걸고 진행시키고 있는귀하고 소중한 사업이다. 농민이 전체 인구의 52%가 넘는 거대한 농경국가 인도. 이들의 농경기술이 한국의 친환경 산업기술의 혜택을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올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보는 순간이다.
서기 723년 혜초스님이 뱃길을 따라 중국 관저우에서 출발해 동남아시아 바닷길로 갠지스강 어구에 닿는데에만 석 달이 넘게 걸렸고, 하늘의 성정을 품은 나라 천축국을 주유하는데 4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듯, 인도 농민들이 밀짚 태우기를 멈추고 한국 기업과 대화를 시작할 날도 문득 다가오리라고 나는 믿는다.
불타는 인도 쓰레기의 해피엔딩을 찾아서, 그렇게 나의 천축국 쓰레기 여행은 시작되었다.
한국 기준으로 인구 50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행정단위를 우리는 대도시라 부른다. 한국에는 30이 안되는 대도시가 존재하는 반면, 인도에는 200여 개 이상의 대도시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 모든 인도 대도시에는 예외없이 높이 50미터 이상의 쓰레기산들이 존재한다. 뉴델리에만 이런 산들이 네 곳 있다.
산등성이에서 밤마다 폭발하며 내뿜는 수많은 매연가스 불기둥들은 쓰레기산을 기묘한 관광코스로 만들기도 한다. 웃지 못할 일이다. 코를 찌르며 숨을 턱 멎게 하는 악취를 피하려는 듯, 관광객들은 숨을 멈춘채 재빠르게 차량 창문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심야 불꽃의 장관들을 담아내려 애를 쓴다. 가히 평생 단 한번 보기도 힘들 그런 장면을 기억해 두기 위해 말이다.
불과 26년 전 오늘, 서울에도 이렇게 거대한 쓰레기 산들이 둘 있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를 준비하던 한국 정부에게 있어서 국회의사당 건너편 한강을 따라 하늘로 치솟던 난지도 쓰레기산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감추거나, 아니면 없애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1978년 3월 난지도 갈대숲이 아직 청정한 강변 늪지였던 시절, 서울시는 갑자기 난지도를 ‘폐기물 처리시설’로 지정하면서 그동안 쓰레기 집하장으로 사용되던 압구정동, 방배동, 장안동의 쓰레기들을 난지도로 모으기로 한다. 대신 강남 쓰레기 집하장들은 본격적인 부동산 개발의 출발점이 된다.
그리하여 매년 9천만톤이 넘는 서울시민들의 폐기물들이 난지도에 두 개의 산으로 나뉘어져 쌓이게 되었다. 그리고 월드컵 준비를 위해 이 곳은 다시 한번 사반 세기 만에 노을공원과 하늘공원으로 다시 태어나는 해피엔딩을 맞는다.
인도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고위 공무원들은 예외없이 난지도에 가서 사진을 찍고싶어 한다. 악취의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청정공원 정상에 서서 외국 방문객들은 한강의 신선한 바람과 강변 아파트단지의 행렬에 마음을 열어 부러움을 표시한다.
한국인들이 해 낼수 있었다면, 당연히 당신들도 할 수 있다고 나는 미소짓곤 한다. 언덕을 걸어 내려오며 나는 늘 한국의 쓰레기 처리기술들을 설명하는 달콤한 순간을 즐긴다.
이들 쓰레기를 뉴델리 시청처럼 덤프트럭으로 16년간 긁어내려 하면 안되는 이유. 쓰레기 더미로 묻힌 땅에 도시개발을 설계해서 그린 도시를 만들 경우 얻을 수 있는 천문학적 토목, 건축, 건설수익이야말로, 한강변 아파트 단지를 한국 최고의 평당 가격을 자랑하는 명당으로 만들어 냈다는 설명. 걷어낸 쓰레기를 열병합 복합발전을 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 – 세상에서 가장 풍부하고 가장 값싼 태양광 - 을 가진 인도를 내가 얼마나 부러워하고 있는지에 대한 덧셈, 뺄셈까지.
나는 이런 순간들을 시간축과 공간축을 여행하는 천축의 순간이라고 부른다.
사실 한국만큼 산이 많은 곳이 드물다 보니, 터널을 가장 빠르고 저렴하게 뚫는 세계 최강의 보링 (boring) 기술을 우리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퍼낸 쓰레기를 연료화하기 위한 발전시설, 발효시설, 분쇄시설의 생태계를 독일보다 최소한 5배 이상 빠르게, 최소한 2배 이상 싸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
나는 쓰레기산 정상의 분지에 서서 상상한다. 한국의 기술과, 한국인의 집념과, 한국의 국민순소득 GNI의 0.6% 이상을 국제공헌을 위해 쓰겠다고 약속해온 모든 대한민국 대통령님들에 대한 신뢰 덕분에, 인도의 난지도 산들이 맞을 해피엔딩은 현실이 될 수 있겠다고 말이다.
거기에 더해, 세금징수 인프라가 부족하여 쓰레기 분리수거도, 쓰레기 복합발전도 집행하기 어려운 뉴델리 정부를 위해, 한국정부가 도울 수 있는 소위 ODA, EDCF, 인프라 투자펀드 등과 같은 공적 자금이 풍부하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겠다..
그렇게 난지도 소풍후 이어지는 저녁자리에서 막걸리, 야채전, 비빔밥 너머로 나누는 인도 공무원들과의 대화는 술익듯 무르익어 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