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dianjina Apr 10. 2016

여행은 참을 수 없는 갈구_10 days 크로아티아

#1 여정의시작

4월 9일 ICN 01:20 QR895

정량적으로는 경제적 자립을, 정성적으로는 사람 구실을 하게 된 이후 1년에 다섯 번 이상은 여행을 떠났다. 태반 혼자 떠나는 여행이었고 마지막 20대를 보내는 지금 나는 또 다시 배낭을 짊어졌다. 1시간 뒤 나는 머나먼 크로아티아로 떠난다.

이번 여행의 배낭. 맛들면 다신 캐리어를 못 끌고 다닌다

늘 무언가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 배낭을 꾸렸다. 인생 최초의 혈혈단신 여행은 고등학교 2학년 때로 거슬러 간다. 속초 앞바다 당일치기였고 그 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고3을 앞둔 참담한 심경에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동해바다를 가야만 했다. 가서 무얼 했냐고? 새찬 파도를 바라보며 딱 10분 서 있었던 것 같다. 진지한 다짐을 되뇌이려고 노력했다만 칼바람 앞에 고3이고 뭐고, 엄중히 치르고자 했던 의식은 순식간에 마무리됐다. 고3 시절 내내 몽상만 한 건 그 때 다짐이 부족해서였을까. 고대 시대에 태어났다면 아리스토텔레스 만큼의 철학자가 됐을 거라 진심으로 생각했다. 아쉽게도 수능 날 까지 그렇고 그런 몽상은 계속됐다.

다시 본연의 이야기로 돌아오자. 여행은 그렇게 저마다의 이유로 특별하다. 오늘은 불금이고 나는 덩치 큰 배낭을 매고 인천공항으로 퇴근했다. 퇴근 전엔 열흘 조금 넘는 휴가 보고차 상사들께 인사를 드렸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다. 가서 다 잊고 와라" 두 사람에게 똑같은 두 마디를 들었다. 그리고 방금 조심히 잘 다녀오라는 전 팀장님의 전화를 받았다.

지난 몇 개월간 나는 참 많이 흔들렸다. 여러 상황은 항상 복잡하게 얽힌 채 사람을 궁지로 몰아간다. 그 강도가 예사롭지 않았고 선택이 필요했다. 흔들림에 쓸려 갈 것인지, 두 눈 감고 버텨낼 것인지. 후자를 택했고 버티면 다시금 재생될 수 있을거라 애써 믿었다. 그렇게 스스로 극복한 후 떠나고자 마음먹었다. 이 여행은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그 의미를 누가 인정해주지 않아도 오늘 밤 만큼은 나 자신을 격려하고 싶다. 떠날 자격은 충분하다고.

앞으로 열흘이란 시간 동안 나는 또 어떤 새로운 정립을 세울 수 있을까. 여행이 저마다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되돌아봤을때 딱 한 가지,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떠올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시간을 보냈다는 증거다. 그래서 내게 여행은 항상 참을 수 없는 갈구다. 발걸음을 옮길 수록 나 자신 또한 확장되는 신기한 여정에 중독되지 아니할 이유가 없다. 이제 곧 비행기가 이륙한다. 새로운 여정이 시작됨에 온 세포가 집중되는 느낌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