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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 공책 May 05. 2019

이제

구독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또 죄송합니다

ㅜ이글을읽는사람모두바보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만드는 행복의 가치가 싫어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저는 인디라고 말하기에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저는 공책이라고 자유로운 낙서장이라 말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더 이상 천민자본주의에 반하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물이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겼기 때문입니다


돈이 만드는 행복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고 고슴도치처럼 웅크리고 있던 제가 할 수 있는 발악이라는 건 글을 쓰는 것이 전부였는데 이제 글쓰기가 싫어졌습니다


그냥 이제 돈이 좋습니다


돈이 있으면 무슨 일이든지 가능한 것 같습니다


반대로 돈이 없으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예전이라면 '같습니다' 같은 표현은 저질스럽다고 사용도 안 했는데 이제 남발합니다


좋아하는 여행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돈이 없으면 할 수 없습니다


돈을 벌려고 합니다


내가 싫어했던 인간상이 되려고 합니다


돈 냄새가 나는 사람들을 만나고


돈 냄새가 안 나는 것들은 집어던지려고 합니다


돈방석 속에서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싶습니다


고층 빌딩에서 팔짱을 끼고 개미처럼 바쁘게 오고 가는 아랫것들을 보고 싶습니다


이제 쉽니다


심경에 변화라고까지 할 것도 없고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봅니다


그럼에도 저는 여전히 성악설을 지지하고 사람이란 존재의 어리석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이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거짓말은 지워버리고 돈을 벌려고 합니다


이제 저는 돈으로 행복이라는 환상을 사려고 합니다


환상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죽을 때까지 그 환상이 깨지지 않으면 진짜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아니 이제 같습니다


이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불행과 고통에게 펜대를 쥐여 준 무책임한 놈이 이제 조금 정리하려고 합니다


이제 그만하렵니다


다 전부 다 그만하고 돈만 생각하고 돈을 위해 살 생각입니다


이제 죄송합니다


이제 안녕이라 말합니다


이제


젠장


이제 아 이제


이제...









P.S - 나는 지금 미치도록 슬프고 행복하고 짜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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