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10] 중국

충칭

by 인디

# 첫인상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비냄새, 축축한 흙냄새가 난다. 자다 깨서 쳐졌던 기분이 올라온다. 습습한 날을 좋아한 적 별로 없지만 이 냄새는 싫어하기 쉽지 않지. 이곳은 산과 강에 쌓여 안개와 비가 많은 도시라고 한다. 버스가 꼬불꼬불한 적당한 사이즈의 길을 달리며 언덕을 오르내린다. 길 옆으론 겹겹이 쌓인 건물들이 들쑥날쑥이다. 4개의 직할시 중 하나라고 해서 뭔가 거대한 중국의 도시를 생각했는데 산 위에 세워진 도시의 불규칙하고 혼란스러운 모습이 색다르다. 퍽 마음에 든다.


# 리지바역

열차가 건물을 통과해서 지나다닌다. 정확히 말하자면 역이 건물의 중간에 자리 잡고 있다. 이미 계획된 주상복합 건물과 모노레일의 동선이 겹치게 되자 둘 다 포기하지 않은 절충안이라고 한다. 저렇게 수시로 열차가 다니는데 위아래에 어떻게 살지 싶은데, 진동과 방음까지 고려해 설계했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이 넓디넓은 중국 땅에 지형 때문에 이렇게 공간 효율성을 추구해야 하는 도시가 있다니. 첩첩히 쌓인 예스러운 건물들 사이를 고가도로와 모노레일이 오가는 모습은 꽤나 입체적이면서 또 어딘가 미래도시의 느낌이다. 낡은 현실과 첨단 기술이 낯설면서도 오묘하게 섞인 눈이 즐거운 도시.


# 야경

원래 야경에 크게 관심이 없는데 이 도시는 어둠이 내리고 불 켜진 모습이 꽤 궁금하다. 충칭에서 조우한 중국인 친구와 야경을 보러 가본다. 관광객이 많지 않으면서도 야경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는 곳을 야심 차게 찾아간다. 택시는 산 중턱 어디쯤의 공원 입구에서 내려준다. 이미 공원은 문을 닫은 것도 같다. 관리인께 여쭤보니 입장 인원을 체크하고 올라가라 한다. 불이 저렇게 하나도 없는데 입장해도 되는 건가요. 차라리 안된다고 돌아가라고 해줘요. 잘 닦인 아스팔트 길인데 나약한 소리 하지 말자. 꽤 먼 길을 왔는데 포기할 순 없다. 혼자도 아니니 폰의 불빛에 의지해서 길을 올라가 본다. 뭔가를 밟을 때마다 부스럭 소리가 들릴 때마다 화들짝 놀라며 못난 모습을 보이지만 걸음을 멈추진 않는다. 머릿속은 포기할까 와 조금만 더 가볼까, 사이를 미친 듯이 왔다 갔다 한다. 도대체 왜 산 중간에 이렇게 빈집이 많은 거야. 이쯤 했으면 후회 없다란 생각이 들 때쯤 드디어 시야가 트인 곳이 나온다. 이렇게 심장이 두근거리는 건 야경이 근사해서인지 무서워서인지 구분할 길이 없다. 야경 구경과 담력 훈련의 어디쯤인 이 모험을 어서 끝내자, 바쁜 걸음으로 내려가본다. 옆에서 노랫소리가 들린다. 너도 내려가는 것이 무척 기쁜 거니 싶어 친구를 쳐본다. 노래를 부르는 것은 그녀가 아니다. 내려가는 길 옆의 수풀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잔뜩 쫄아서 너도 이 노랫소리가 들리냐 물으니 들린다고 한다. 폰의 불빛을 비탈길 쪽으로 비춰보지만 당연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진짜 이건 한계다. 노랫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 같다. 뒤에서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만 뒤를 돌아볼 여유 따윈 없다. 겨우 입구에 당도했을 땐 노랫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그녀가 관리인 아저씨와 무언가를 얘기하는 동안 주저앉아 후들거리는 다리와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진정시켜 본다. 우리가 떠날 때쯤 어떤 두 명이 얼굴만 한 랜턴을 들고 공원 입구로 들어서는 것을 본다. 행운을 빕니다.

+

놀란 마음을 훠궈로 달래며 얘기해 본 결과 노랫소리에 대한 디테일이 퍽 다르다는 사실이 내적 비명을 지르게 했지만 그저 소리를 들은 게 나 혼자가 아니라는 그 사실만 붙들어본다. 둘 다 들었으니 소리는 있었다 치고 둘 중 하나가 잘 못 들은 거다.


# 친구

사실은 자신도 처음 와본 낯선 문화의 도시인데,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를 위해 이리저리 물어가며 정보를 찾는다. 자신은 매운 음식을 먹지도 못하면서 나에게 사천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려고 매운 음식을 찾아다닌다. 자신은 큰 관심 없을지라도 현지인들은 이런데 간대, 여기서 이걸 봤대, 사진을 보여주며 열심이다. 흥미로운 것을 하나도 놓치지 않게 하려고 애써주는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빠짐없이 들르다 보니 타려던 기차를 놓쳤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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