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독서 챌린지(feat. 방구석) NO. 6
오랜만에
독자님을 찾아뵙습니다.
지난주 브런치북 연재를 쉬고,
이번 독서챌린지 NO. 6 편에서 다룰 책을
뭘로 하면 좋을까, 고심했습니다.
최근 출간한 신간 도서를
다루는 것도 좋지만,
제 서가에 꽂혀있는 책 중에 골라
얘기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감사하게도
책이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
손 닿는 곳엔 항상 책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책 자체에 그다지
큰 욕심이 없는 편입니다.
가지고 있는 책도
일정시간이 지나면
작은 도서관에 기부하는 식으로
과감히 처분했었습니다.
자주 들여다보지 않은 채
오랜 시간 장식품처럼 꽂아두느니
꼭 필요로 하는 곳으로 보내
여러 사람에게
설레고 기쁜 마음으로 읽힌다면,
그처럼 가치 있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대신 저는
사는 곳 반경 3Km 이내
반드시 도서관이 있어야 한다는
'Book세권의 철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계속 서가에 꽂혀있는 책은
매우 좋아하고 아끼는 책일 확률이 높습니다.
지금 다루고자 하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라는 책은
오래전 참여했던 독서모임에서
제가 회원들에게 적극 추천했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던 도서입니다.
알랭 드 보통이
20대일 때(1995년) 출간한
소설 형식으로 쓴 '철학 에세이'이며
당시 큰 호응을 얻고 유명해진
초기 출세작이기도 합니다.
원제목은 'Essays in Love'이고,
이 책에서 다루는 소재이자 주제는
바로 '사랑'입니다.
알랭 드 보통은
이 책에서
한 남녀 커플이 겪는
'사랑의 시작에서 이별까지의 과정'을
서사 형식을 빌어
이야기하듯이 풀어냅니다.
또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매우 신선하고 독특한 시각으로 객관화함으로써
작가 본연의 철학적 성찰과 사유를 통해
분석하고 해설합니다.
내레이션처럼 읽히는
이 묘하고도 매력적인 이야기는
독자를 공감시키면서도
저절로 고갤 끄덕이게 하는
'뼈 때리는' 울림과 깨달음을 줍니다.
사랑에 빠진 우리는
종종 스스로를
특별한 서사의 주인공이라 믿곤 합니다.
수만 명의 인파 속에서
당신을 만난 건 기적이고,
우리의 이별은
세상에서 가장 비극적인 서사라고 말이죠.
하지만 알랭 드 보통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통해
우리의 이 낭만적인 착각을 다정하게,
그러나 아주 날카롭게 파헤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의심하게 될 때
책 속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이른바 '마르크스주의'입니다.
내가 그토록 동경하던 상대가
막상 나를 사랑한다고 고백해 올 때,
우리는 묘한 불안에 휩싸입니다.
'나처럼 결점 투성인 사람을 사랑하다니,
이 사람도 사실 별 볼 일 없는 게 아닐까?'
하는 비겁한 의심이죠.
보통은 이 지점에서
우리의 자존감을 건드립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은,
나의 부족함을 들키는 일인 동시에
그 결점까지도 포용받는 경이로운 사건임을
그는 역설합니다.
사랑은
상대를 정복하는 게임이 아니라,
나의 초라함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용기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줍니다.
연애가 시작되면
꽃길만 펼쳐질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주인공 클로이와 '나'는
신발을 어디에 벗어두는지,
어떤 영화를 볼 것인지 같은
사소한 문제로 치열하게 다툽니다.
보통은
이를 '사랑의 정치학'이라 부릅니다.
서로 다른 두 우주가 만나 하나의 궤도를 만들 때,
충돌은 필연적입니다.
작가는 이 갈등을
'사랑의 식음'이 아니라
'서로를 알아가는 정교한 과정'으로
재정의합니다.
덕분에 우리는
연인과의 사소한 다툼 끝에
밀려오는 자괴감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이별의 고통은 뼛속까지 시립니다.
주인공은 다시는
사랑이라는 어리석은 짓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방어벽을 세우죠.
하지만 책의 마지막 장에서
그는 또다시 누군가에게 설렘을 느낍니다.
이 무모하고도 아름다운 반복이
바로 우리 삶의 본질 아닐까요?
사랑은
정답을 맞히는 시험이 아니라,
실패를 반복하며
조금씩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니까요.
보통의 냉철한 분석 끝에 남는 것은
차가운 이론이 아니라,
"그래도 사랑하라"는 따뜻한 격려입니다.
사랑 때문에 아팠던 기억이 있다면,
혹은
지금 누군가를 견디느라 지쳐 있다면
이 책을 조심스레 권해드립니다.
당신이 느낀 그 모든 혼란이 지극히 정상이며,
꽤 가치 있는 일이었다는 위로를 건네줄 것입니다.
끝으로
제가 독자님과 함께 듣고 싶은 노래는
드라마 '사랑의 이해' OST 두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