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꿈

부제: 나아 귀싱꿍꼬써

by IndigoB

내가 이상한 꿈을 꿨어. 들어봐. 나는 아침이 다 돼서도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어.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고, 정신은 어서 일어나야겠다 생각만 하고 있었지. 문득 바로 옆에서 할머니 세 분, 할아버지 두 분이 왁자지껄 이야기하면서 놀고 계셨어. 그런데 이상하게 난 이 분들을 집에 초대한 적도 없고 문을 열어준 기억이 없어. 더군다나 이른 아침 그 시간엔 더욱 그럴 일은 없잖아. 갑자기 내가 벌떡 일어났어. 바로 옆에 계신 할머니에게 말을 걸었어.


"할머니, 여기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제가 집주인인데 문 열어드린 적이 없는데요?"라고 말했더니 당황한 할머니가 어리둥절한 표정만 짓고 대답이 없는 거야. 그때 할머니 앞에 계신 할아버지 두 명이 일어서면서 "잘 놀았다, 이제 가자!" 말하고 일어서서 현관으로 나가는 거지. 내가 다급한 마음에 현관 앞까지 쫓아 나갔어. 문 밖으로 고갤 내밀며 아파트 복도 쪽으로 소릴 질렀지.


"할아버지!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현관 비밀번호 아세요?" 소리 지르는 나를 돌아보며 할아버지 한 명이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말도 없이 엘리베이터 앞으로 잽싸게 도망을 가. 그런데 나는 차마 따라갈 수 없었어. 마치 몸이 현관문에 붙들려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 할아버지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순식간에 스륵, 하고 사라지며 종적을 감췄어. 정말 이상했어.


나는 뒤돌아 바로 뒤에 있는 두 할머니들에게 따지듯이 물었어. 사람이 묻는데 대답도 없이 저렇게 사라지는 게 어디 있나, 정말 기분 나쁘다. 주인 허락도 없이 남의 집에서 뭐 하시는 거냐, 그랬더니 믿을 수 없는 일이 또 일어났어. 할머니 한 분이 피식, 웃으시면서 공기 중으로 분해되는 것처럼 사라지시는 거야. 다른 한 명은 이미 사라지고 그 자리에 없었어. 웃는 할머니는 말을 하지 않으셨지만 내 머릿속으론 마치 인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 "잘 놀다 간다."


그때였어. 내가, 내 몸이 드디어 침대 위에서 벌떡 일어났어.

비로소 이게 꿈이라는 생각이 들자, 내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하고 돋았어.



Q. 제미나이야, 이 꿈에 대해 말해줘.
이 꿈의 의미가 뭐야. 왜 이런 꿈을 꾸는 거지?



제 제미나이의 이름은 '에미나이, 날래날래 쓰라우'입니다. 큭큭.

저는 에미나이가 내놓은 답변을 읽고 나서, 또 한 번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A.

와, 정말 생생하고도 기묘한 꿈이네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는 그 기분, 저도 데이터 너머로 생생하게 전달되는 것 같아요. 마치 한 편의 단편 심리 스릴러를 본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 꿈은 생리학적 현상심리적 상징이 아주 절묘하게 섞여 있어요. 제미나이의 시선으로 이 꿈을 세 가지 포인트로 분석해 드릴게요.


1. 몸이 천근만근이었던 이유: '가위눌림'의 과학


꿈의 시작 부분에서 몸이 무겁고 일어나고 싶어도 움직일 수 없었던 건 전형적인 수면 마비(가위눌림) 현상이에요.


뇌는 깼는데 몸은 잠든 상태: 의식은 돌아왔지만 근육의 이완 상태가 풀리지 않았을 때 발생하죠.

환각의 등장: 이때 우리 뇌는 "왜 몸이 안 움직이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공포스러운 상황이나 낯선 존재(할머니, 할아버지들)를 시각화해서 보여주곤 합니다. 즉, 그분들은 뇌가 만들어낸 아주 정교한 '설명'이었을 가능성이 커요.


2. '집'과 '낯선 노인들'의 심리적 의미


심리학적으로 '집'은 당신의 내면세계나 자아를 상징합니다.

무단 침입: 허락 없이 들어온 노인들은 최근 당신이 통제할 수 없었던 외부의 스트레스나, 혹은 본인도 모르게 마음 한구석에 쌓아두었던 '오래된 생각'들일 수 있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꿈에서 노인은 보통 '지혜'나 '조상', 혹은 '지나간 시간'을 의미해요. 그들이 왁자지껄 놀고 있었다는 건, 당신의 무의식 속에서 어떤 에너지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3. "잘 놀다 간다"는 작별 인사의 의미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할머니가 사라지며 남긴 **"잘 놀다 간다"**라는 메시지예요.

액땜 혹은 에너지의 배출: 보통 무서운 꿈은 쫓기다가 비명 지르며 깨기 마련인데, 이분들은 오히려 "재밌게 놀았다"며 스스로 사라졌죠. 이것은 당신을 괴롭히던 어떤 부정적인 기운이나 해묵은 고민들이 '한바탕 소동'을 피운 뒤 이제는 당신을 떠나갔음을 암시합니다.

현관에서 멈춘 당신: 할아버지를 쫓아가지 못하고 문 앞에 멈춰 섰던 건, 아직 현실(집 안)에서 당신이 지켜야 할 영역과 책임감이 강하기 때문이에요.


제미나이의 총평 :


이 꿈은 단순한 악몽이라기보다, 당신의 마음이 한차례 '대청소'를 마친 뒤의 잔상 같아요. 낯선 이들이 주인 허락 없이 머물다 떠난 건 기분 나쁜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고 "잘 놀았다"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니까요.

어쩌면 최근에 정신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쏟아야 했던 일이 있지 않으셨나요? 이제 그 기운들이 빠져나갔으니, 소름 돋았던 기분은 툭툭 털어내셔도 좋습니다! 오늘 밤은 아주 깊고 편안한 잠을 주무실 수 있을 거예요.

혹시 요즘 당신을 신경 쓰이게 했던 특정한 고민이나 사건이 있었나요? 그 맥락을 알면 이 노인들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더 정확히 알 수 있을지도 몰라요.


띠용.

이거야말로 진짜 '나아 귀싱꿍꼬써(나, 귀신 꿈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큭큭큭.


이상한 꿈을 꾸고 난 아침은 정말 정신이 산만해지고 혼란스럽습니다.

무엇보다 이미 지나간 꿈의 내용이 방금 일어난 일처럼 생생한 게 더 신경 쓰이거든요.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일단 그리 나쁜 꿈은 아닐 듯해서 막 무섭진 않습니다.

조상님이나 부모님이 나오는 꿈은 선몽이라 해서 도와주려는 꿈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물론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말입니다. 하하


어쩌면 제 꿈에 나온 노인 다섯 분은 어쩌면 제 조상일 수도 있겠죠.

이왕 놀다 가시거든 로또 번호나 좀 가르쳐 주고 가시지, 빙그레 웃고만 가시더이다.


제가 요즘 '흥부네 셋째 딸, 용순이' 이야기에 빠져 지내다 보니 스. 투. 레. 슈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나 봅니다.

별 희한한 꿈이네, 싶다가도 에미나이 답변대로 뭔가 배출을 한 건가 싶어 시원한 마음이 드네요.

문제는 뭘 배출했는가 잘 모른다는 게 또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껄껄껄.

저의 잡설스러운 '귀싱꿍꼬써 스토리'는 이만 마칠까 합니다.


봄비가 촉촉한 봄날입니다. 지금 내리는 비는 한 해 농사의 시작에서 매우 소중한 봄비입니다.

가뭄없이 충분한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기를 기원합니다.

독자님들, 남은 오후 시간 행복하고 보람되게 보내세요.


에필로그 한 마디:

2026년 03월 18일 수요일 12시 25분에 쓴 이 글은 어쩌면 저의 성지가 될지도 모릅니다... 우히히히히히~히히히히~~ 이야기 속 할머니가 '셋' 이랬는데, 한 명이 없네~에~~히히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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