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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스쿨 Mar 05. 2020

옆 반 선생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

평범한 교사를 인터뷰하는 평범한 교사, 정선생


오늘은 인디스쿨 교사문화팀이 새로 사귄 친구를 소개해드립니다. 평범한 교사들을 인터뷰하는 팀인데요. '매일 성장하는 교사들의 생존기, 정선생'입니다.



문화팀 독립출판 클래스에서 만난 정선생


2019년 2학기에 시작된 <정선생이 만나자고 해서> 프로젝트는 한 학기 동안 열 분의 선생님을 인터뷰했고, 이를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즉 웹 매체로만 발행했습니다. 정선생 팀은 이 콘텐츠를 종이책으로도 만들어보고 싶었지만 마땅한 연수를 찾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에 인디스쿨 문화팀 <독립출판으로 나만의 책 만들기> 소식을 접하게 되어 정선생 두 분 중 한 분이 이 클래스를 4주간 수강했습니다. 교사문화팀과 사무국은 이 클래스 덕분에 정선생 프로젝트의 존재를 알게 되었는데요. 이런 스타일의 연수를 처음 시도해본 터라 선생님들께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알 수 없었던 가운데, 정선생 팀 덕분에 무척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교사문화팀 독립출판 클래스 4주 과정을 마치고, 인터뷰집을 만들어 다시 나타난 정선생



정선생 인스타그램 @warm.hearted.teacher

정선생 블로그 blog.naver.com/warm_hearted_teacher



어쩐지 결이 잘 맞는 정선생


독립출판 클래스 이후, 정선생 팀은 완성된 인터뷰집을 가지고 인디스쿨 공간을 찾아왔습니다. 필명 '유월', '하루' 두 분과 함께 차를 마시며 왜 이런 인터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인터뷰 대상은 주로 누구인지, 왜 평범한 선생님을 인터뷰하는지 물었습니다. 이의 답변을 들으며 인디스쿨 교사문화팀장은 "어? 우리 과인데?"라는 말을 반복하게 되었고, 우리는 정서적으로 하이파이브를 많이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특히 결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지점은, 내 옆 반 선생님의 가치를 인정하고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선생님에게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만한, 나눠줄 만한 지식과 문장이 있다고 믿는 정선생 친구들의 사고방식은 인디스쿨 문화팀, 아니 인디스쿨 전체의 핵심 생각과 일치하는 것이었습니다. 내 교실의 이야기, 내가 만든 소소한 자료를 나누며 서로를 돕고, 위로하고 또 서로에게 배움을 일으키는 광장 인디스쿨의 정신과 정선생 프로젝트의 근간이 되는 발상의 핏이 아주 잘 맞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음. 일단 우리는 친하게 지내기로 했습니다. (웃음) 친하게 지내는 첫 번째 스텝으로 서로를 인터뷰하게 되었는데요. 인디스쿨 사무국 커뮤니케이션 담당자가 이들을 인터뷰하고, 정선생 두 분도 인디스쿨 대표운영자 김무광 선생님을 인터뷰했습니다. 김무광 선생님은 2020년 3월을 맞아 시작된 정선생 시즌2 <정선생이 다시 만나자고 해서>의 첫 번째 인터뷰이인데요, 정선생 블로그인스타그램에서 인터뷰 내용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정선생 시즌2 첫 번째 인터뷰이, 인디스쿨 김무광 대표




우리 대화의 한 허리를 베어내어 공유드립니다


'교사들을 인터뷰하는 교사를 인터뷰한 내용'을 여기서부터 공유드립니다. 정선생'이' 인터뷰한 콘텐츠는 11개나 업로드 되어 있지만, 정선생'을' 인터뷰한 콘텐츠는 인디스쿨 브런치가 최초가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 ‘매일 성장하는 교사들의 생존기, 정선생’은 평범한 선생님을 인터뷰하는 웹 매거진이죠. 교사 인터뷰라는 콘텐츠 자체가 새롭지는 않지만, 소위 ‘네임드(named)’ 아닌 평범한 선생님을 인터뷰한다는 점이 독특하게 느껴집니다. 어떻게 이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유월) 저는 교사 그만두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사람이에요. 그만둘 계획을 하고선 구직 사이트를 살피고, 이력서도 써보고, 자격증 공부도 했었죠. 그때마다 저를 붙잡아준 건 옆 반 선생님의 진심 어린 공감과 따뜻한 말 한마디였어요. 제 옆에 계시는 동료 선생님의 이야기가 정말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몸소 겪고 나니 다른 선생님들도 힘을 얻을 수 있도록 그 말들을 기록해두고 싶었어요.


하루) 군 제대 후 관사에 누워있을 때 유월에게 “일 하나 같이하자”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그 무렵 김찬호 교수의 <생애의 발견>을 읽고 있었어요. 그 책은 한국인의 생애를 쭉 풀어쓴 책인데요, 사람들이 연애는 어떻게 하고, 입시는 어떻게 치르고, 어떻게 죽는지 통계자료를 보여주는 책이에요. 그걸 읽으면서 교사의 생애는 어떠한지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군대에서부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저의 앞으로의 삶에 대해 고민하던 차에 유월이 “나 평범한 선생님들 인터뷰할 거야” 하는데 확 꽂히는 거예요. 저는 제가 아주 이름나거나 출중한 교사는 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아는데요. (웃음) 그래서 평범한 주변 선생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 내가 몇 년 차 되면 이런 생각을 하겠구나’ 같은 걸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답했고 지금까지 하고 있는 거죠.



● 유월 선생님은 왜 그렇게 교직을 그만두고 싶었나요? 


유월) 우선, 재미가 없어서요. 신규 발령받고 1년 후 군대를 다녀왔는데 갑자기 연구부장이 맡겨졌어요. 연구부장이 뭔지 잘 몰랐고, 그저 ‘하면 좋은 건가보다' 하면서 맡았어요. 그때부터 업무가 막 내려오더라고요. 지원청을 드나들면서 장학사님과 친해지니 사업 같은 것들도 맡게 되었어요. 그렇게 밤마다 지원청 사업 보조 일을 쳐내면서 '일 많이 하면서 바쁘게 사는 게 잘 사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업무들이 교육적으로 성장하는 건 줄 알고 3~4년을 살았던 거예요.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고 맡겨지는 업무만 하니까 재미가 없었던 거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그만두고 싶어졌던 거고요. 제가 교직을 하면서 무엇을 성취하고자 하는지,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저 자신에 대해 오해하고 있던 부분도 있고. 


정선생 네이버 블로그 메인 화면



● 현재까지 10회의 인터뷰를 하셨어요. 콘텐츠에 보면 감상, 소회가 적혀 있고 인터뷰 하나하나에 애정이 많으신 것 같아요. 그래도 굳이 가장 인상 깊은 순간 같은 걸 꼽아 본다면요? 모든 인터뷰가 좋았더라도, 기억에 남는 장면 같은 거, 자랑하고 싶은 특별한 순간 같은 거 있을 거 아녜요. 


하루) 하나를 꼽기는 힘들고요. (웃음) 저는 다른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그럴 수 있겠구나!’ 싶은 공명이 일어나는 순간들이 늘 마음에 남아요. 예를 들어, 그만두고 싶었던 시절을 이야기하는 선생님으로부터 왜 그만두고 싶었는지를 들으며 ‘나도 그만두고 싶어 질 수 있겠다' 싶었어요. 나는 그때 어떤 것으로 열정을 다시 지필 수 있을까, 흔들리는 순간에는 어떤 것으로 붙잡을까 생각해봤어요. 가끔 제 미래가 보이는 것 같을 때도 있어요. (웃음) 그리고 책으로 읽는 이야기, 전해 듣는 말과 면대면으로 나누는 대화는 깊이가 다른 것 같아요. 


유월) 옆 반 선생님께 인터뷰 제안을 드렸는데 처음에는 굉장히 망설이셨어요. 나를 인터뷰해서 무엇하겠느냐고 하시더군요. 교사가 되기 전에 다른 분야의 일을 해보셔서 교사로서 갖기 어려운 특기, 취미를 갖고 계셨고, 학급운영도 남다른 분이신데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한 달 뒤 다시 요청을 드렸을 때 받아주셨는데, 인터뷰하는 날 자료를 엄청 많이 가져오셨어요.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시절의 일기, 6학년 때 학급문집, 자녀의 알림장 등이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정선생 인터뷰를 하기까지 한 달 동안 자기 교직생활을 돌아볼 수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아이의 선생님이 알림장에 적어주신 피드백 같은 것도 유심히 읽어보게 되고, 교사로서의 최종 목표나 꿈같은 것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주셨어요. 감히 제가 그런 기회를 드릴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 한 학기 동안 꾸준히 활동 하고 방학 동안에는 시즌1 콘텐츠를 가지고 책도 만드셨잖아요. 새 시즌도 기획 중이신 걸로 알고 있어요. 학기 중에 여러 선생님들 찾아다니고 인터뷰 정리하고 또 회의하는 작업이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거 계속하실 건가요? (웃음) 계속하실 거라면, 지속하고 싶게 만드는 힘이 무엇인지 말해주세요.


유월) 제가 인스타그램 기능을 잘 몰라서 그동안 ‘인사이트’ 기능을 활용해본 적이 없어요. '좋아요'가 몇 개 눌렸나는 관심 있게 보고 있었지만, 콘텐츠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도달하고 이 게시물을 저장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그동안 몰랐다가 어제 처음 알게 되었어요. 우리 게시물 '좋아요'가 그렇게 많은 건 아니지만, (웃음) 저장해 주시는 선생님이 굉장히 많았더라고요. 우리가 만드는 인터뷰 콘텐츠를 저장해 두신 선생님들이 계시다는 것에 놀랐고, 이 연재를 계속 보고 싶어 할 선생님들이 어딘가에 계시다는 것에 정말 너무 기뻤어요. 어제 막 소리 지르고 춤추고 그랬는데요. (웃음) 읽을만하다고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지속해도 괜찮은 프로젝트이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인터뷰를 읽는 사람들과 무관하게, 일단 제가 너무 좋아요. 제가 너무 좋기 때문에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은 소망이 있어요. 저는 저 자신이 사람 만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새로 깨닫게 된 게, 저는 사람 만나는 게 좋더라고요. 어떤 사람과 일대일로 만나서 깊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 사람의 삶이 보이는 순간에 느껴지는 희열이 있어요. 인터뷰가 끝나면 어떤 분에게서든 적어도 한 문장 정도는 얻게 되는 수확이 있다는 것, 그 한 문장을 곱씹으면서 다음 해를 버틸 수 있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를 지속하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하루) 저는 언제나 '교육에서 멀어지지 말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교사니까요. 아이들을 교육하고 생활지도하는 일, 학교 업무에 지장이 되지 않는 이상 계속할 거예요. 교직생활을 침범하지 않으면 이 프로젝트를 그만두지는 않을 것 같아요.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재미예요. 평범한 선생님을 인터뷰하고, 깊게 대화 나누고, 내 생각을 정리해보는 과정이 재밌으니까 가능하면 계속하고 싶어요.

정선생 인스타그램


●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지점은 무엇인가요?


유월) 하나의 시즌이 지나고 나니 알게 된 문제인데요. 사실 그동안 인터뷰 요청드린 선생님들은 서뺀 선생님을 제외하고는 모두 제가 아는, 저의 지인이셨거든요. 곧 제가 만나본 적 있는 선생님을 전부 인터뷰하는 날이 올 수가 있어요. 사람을 열심히 사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웃음)



● 앞으로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나요? 인터뷰라는 콘텐츠를 가지고 어떤 시도를 해보고 싶으세요?


하루) 저희 인터뷰집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모두 몇 년 차인 지를 밝히고 있어요. 인터뷰 내용을 연차별로 분류하고 있는데, 나중에는 통계 같은 걸 만들어보고 싶어요. 제가 이 프로젝트에 합류한 이유가 선생님들의 생애가 궁금해서였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모든 선생님을 일반화할 수는 없어도 ‘몇 년 차쯤 어떤 생각을 한다'하는 데이터가 모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경기 5년 차 어떤 특징의 선생님’과 같이 묵어서 결론 낼 수 있는 게 있나 한번 보고 싶어요.


유월) 저는 매거진을 만들고 싶어서 정선생 프로젝트를 시작한 거예요. 선생님들을 위한 매거진이요. 교육잡지들이 많이 나오는데 거의 유명한 분들만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서면인지 직접 만난 건지 모를 인터뷰들이 실려있어요. 서면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인터뷰를 읽으면서 저는 공감이 잘 되지는 않았어요. 학교에서도 사실 잘 안 읽죠. 많은 선생님들께 읽히려면 공감되는 잡지를 만들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 걸 만들고 싶어요.


이번에 인디스쿨 문화팀 독립출판 클래스를 들으면서 첫 번째 시즌 인터뷰를 책으로 엮어 본 것도, 매거진의 초기 형태 같은 것이라는 생각으로 시도한 거예요. Volume 2, Volume 3를 만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판 벌이는 걸 즐겨하는 편인데요. 아까 하루가 ‘교실에 피해가 가면 나는 그만둘 것이고, 교직생활을 침범하지 않는 한 계속하겠다'라는 답변을 한 건 저한테 눈치 주려는 목적으로 말한 것 같아요. (웃음)



● 계속해서 평범한 선생님들을 인터뷰하시는 거겠죠?


하루) 네. 그건 계속 이어질 것 같아요. 이어져야죠. 그 정신으로 시작한 건데.


유월) ‘우리가 직접 만난’, ‘내 옆 반에도 있을법한 평범한 선생님의’, ‘현장 중심 이야기’라는 가치는 변하지 않을 거예요. 평범한 선생님들이다 보니 자신의 이야기와 신상이 노출되는 걸 꺼려하는 분들 많으셔서 인터뷰 동의를 얻기가 힘들고, 사진도 대부분 얼굴을 가려서 실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평범한 선생님이라는 대상을 포기할 수 없어요. “모든 선생님들 삶에는 얻어갈 만한 문장 하나쯤은 있는 것 같다.”라는 점을 알리고 싶어요.



● 유명한 선생님 인터뷰는 절대 안 하실 건가요? 그런데, 유명한 사람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하루, 유월) 작년에 인터뷰해주셨던 참진쌤, 서뺀쌤은 각자 자리에서 정말 유명한 분들이시죠. 유명한 선생님을 만나더라도 알려진 이야기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가르치기 위해 하루하루 고민하고 성장하는 선생님의 평범한 모습을 인터뷰하고 싶어요.


정선생이 만든 첫 번째 인터뷰집 <정선생이 만나자고 해서> (사진 출처: 정선생 인스타그램)


여기까지 정선생 친구들을 소개하고, 함께 나눈 대화의 일부를 들려드렸습니다.


옆 반 선생님의 말들은 교직을 그만두고 싶던 사람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젊은 교사로 하여금 내 미래를 헤아려볼 수 있게 해 주는 위대한 문장이 되었습니다. 또, 정선생의 경청은 옆 반 선생님이 자신의 교직생활을 돌아보고 교사로서의 꿈을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요. 두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소통의 힘이 위대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됩니다.


현장에 계신 모든 선생님들이 온/오프라인에서 더 많이 더 자주 소통하며 서로 덕분에 배우고 성장하고 또 위로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일에 인디스쿨이 지난 20년과 같이 앞으로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정선생 프로젝트도 계속해서 교직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기대해보면서, 글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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