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디스쿨 Jul 11. 2023

하루 한 명 어린이를 기록합니다

<어린이 관찰일지> 리뷰 3 (피드백)

<어린이 관찰일지> 한 달여의 일정을 완료한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담아봤습니다. 미니 인터뷰와 참가 선생님들의 피드백을 넣어 놓았으니 끝까지 함께해주세요: )


미니 인터뷰

<어린이 관찰일지>에 참여하신 선생님 다섯 분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해주신 A, B, C, D, E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 )

Q. <어린이 관찰일지>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 <어린이 관찰일지>에 참여하신 동기가 궁금해요.

A: 올해로 교직 경력이 20년차가 되었는데요. 매너리즘에 빠졌는지 즐거움도 잘 모르겠고, 보람을 느끼기가 어려웠어요. 교직 생활에 다시 활기를 가져볼 수 있을까 싶어서 참여했습니다.


B: 3월 우리반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는 걱정이 있었어요. 서로서로 익숙해지고 편해지면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지만, 어느 순간 아이들이 제가 통제할 수 없는 선 너머로 넘어가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왜 그런 말이 있잖아요. ‘~ 하지 말아라’는 말은 힘이 없다는… 그 말이 갈수록 와닿았어요. 그런 고민 속에서 아이들의 사소하나 좋은 점들을 기억하고, 또 저에게 힘이 되어주는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고마워하기 위해 관찰일지에 참여했어요.


C: 모든 아이들을 관찰하고 싶었어요. 소위 문제를 일으켜서 저절로 교사의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있잖아요. 시선과 주의력이 쏠릴 수밖에 없지만, 의식적으로 균형을 맞춰 관찰해보고 싶었어요.


D: 인디스쿨 상단에 걸린 배너를 보고 참여했어요. 홍보글을 읽는데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올해 1학년을 처음 맡게 되었는데 우리 1학년들과의 6월을 잘 기록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E: 아이들을 보다 주의깊게 관찰하고, 가능하다면 아이들의 삶을 담은 교단일기를 써보고 싶었어요. 또 우리 아이들을 ‘우리반’이나 ‘아이들’이라는 집합이 아니라 한 명 한 명 개별적인 존재로 더 바라보고 싶은 마음에 신청했습니다.


Q. 오늘은 어떤 어린이를 관찰하면 좋을지 선정하는 방식이 선생님들마다 달랐어요. 선생님들은 어떻게 오늘의 관찰 어린이를 선정하셨는지 궁금해요.

A: 평소 제 관심이 쏠리는 요주의 학생이 아닌, 비교적 눈길을 덜 주었던 조용한 학생부터 관찰했어요. 평소 궁금했던 아이들로 시작해서 교사의 관심을 많이 요구하는 학생으로 마무리했습니다.


B: 간단하게 번호 순서대로 한 명씩 관찰했어요.


C: 저는 예외인데요. 처음 참여 신청을 할 때만 하더라도 모든 아이들을 관찰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관찰일지가 시작될 즈음 저희 반 전학생과 관련된 사건이 하루에도 몇 건씩 발생해서 정신이 없었어요. 전학생 아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사건 사고가 발생했어요. 그래서 처음의 동기와는 다르게, 전학온 아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저를 다스리기 위해서 한 아이를 향한 관찰일지를 작성했어요.


D: 6월1일, 출근길에 제일 첫 번째로 만난 어린이를 오늘의 어린이로 정했고, 그 다음날부터는 어제의 어린이가 오늘의 어린이를 뽑게 했어요. 저도, 반 아이들도 모두 스릴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 특별한 원칙은 없었어요. 너무 힘줘서 하면 제가 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설 것도 같았고요. 그냥 평범하게, 아이들과 하루 생활하고 난 후 떠오르는 아이에 대해 적었습니다.


Q. <어린이 관찰일지>를 작성하면서 선생님에게 일어난 변화가 궁금해요. 아주 사소한 작은 변화라도 있었다면요. 선생님이 새로 알게 된 사실이나 깨달음, 또는 변화가 있었나요?

A: 당연하고 뻔한 답일 수도 있겠지만, 학생 각자에게 장점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한번 체감할 수 있었어요.


B: 교사로서 제가 가진 시야가 넓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발표를 적극적으로 하거나 반대로 산만한 행동을 하는 몇몇 학생에게만 시선이 꽂힌 채로 수업을 하고 쉬는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랐어요. 그러니까 저에게는 한 명 한 명을 필수로 관찰할 수 있는 의무적인 시간이 필요했던 거죠. 제 한계를 깨닫는 시간이었어요. 한 달만에 제 시야가 극적으로 넓어지지는 않았지만, 이 사실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값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C: 다소 객관적인 시각으로 반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바라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 제 스트레소가 많이 해소되었어요. 만약 저를 힘들게 하는 아이에 대해 기록하지 않았더라면 아이와 관련된 일이 발생할 때마다 ‘또!’ ‘또!!’ ‘또!!!’라고 생각하며 스트레스가 가중되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최대한 객관적인 기록을 남겨두다보니 아이가 같은 잘못을 저질러도 빈도수가 줄어든 것에 감사하게 되기도 하고, 아이가 먼저 다른 아이에게 시비를 걸지 않은 것에 감사하기도 하고, 아이가 잘못을 인정한 것에 고맙기도 하고… 아이를 탓하기 보다 아이에게 일어나는 사소한 변화를 발견하면서 제 마음을 컨트롤할 수 있었어요.


D: 평상시 같았으면 그냥 지나갔을 일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된 것 같아요. 기록으로 남길 것을 신경쓰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아요. 기록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던 6월이었어요.


E: 아이들을 관찰한 것을 제 성찰까지 끌어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어요. 아마 더 적극적인 관찰과 성찰이 필요한 것이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Q. 관찰한 아이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다면요?

A: 주변 정리를 어려워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평소 물건이 어질러져 있어서 지적을 꽤 받기도 하고요. 하루는 아이가 하교한 후 정리가 안 된 아이 물건을 사물함에 넣어주려고 사물함을 열었는데 깜짝 놀랐어요. 학급 도서가 4권이나 아이 사물함에 있었거든요. 아이가 책을 아주 좋아한다는 것을 그때 새삼 알았어요. 평소 이해력이 좋고 창의력이 뛰어난 친구이거든요.


B: 저희 반에 책을 좋아하는, 다소 엉뚱한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에게 [천개의 파랑]이라는 책을 지나가는 말로 추천을 한 적이 있는데, 우연히 아이의 독서 기록장에서 [천개의 파랑]에 대한 감상 그림을 보게 되었어요. 말이 자유롭게 풀을 뜯어 먹는 그림이요. 제가 추천한 책을 읽은 것도, 독서 기록장에 그림으로 기록을 남긴 것도 고마웠는데, 무엇보다 그림이 너무 아름다워서 물끄러미 쳐다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C: 그날도 아이와 관련한 일이 있었어요. 관찰하는 아이가 거짓말을 했다는 신고가 제게 들어왔는데요. 이전 사례들을 미루어 볼 때, 관찰대상 아이가 거짓말을 했던 상황들이 많았어서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정 반대의 상황이더라고요. 제 지레짐작을 믿고 아이를 의심할 뻔 했던 아찔한 날이었어요.


D: 여학생 중 키가 큰 편에 속하는 아이가 있어요. 수업 시간이 자꾸만 옆드려서 팔을 괸 자세를 하길래 바른 자세로 앉아보자고 주의를 줬죠. 하지만 바른 자세가 불편한지 여전히 엎드려서 팔 괴는 자세를 반복하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그렇게 앉으면 나중에 어떻게 된다고 했지?” 잔소리 투로 말하게 되더라고요. 중간놀이 시간이 끝날 무렵에는 제게 오더니 이가 흔들린다며 이를 보여주는데 아랫 입술에 살짝 핏기가 비쳐있었어요. 놀다가 철제로 된 곳에 이를 부딪혔다며, 혼자 씩씩하게 보건실에 다녀왔는데요. 이날의 기록을 정리하면서 저에겐 아이들을 갈 가르치는 것뿐 아니라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책임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E: 수업 시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금만 귀찮아지면 ‘안해!’라고 크게 소리를 지르기도 하는 아이가 있어요. 주변의 도움을 기대하는 아이인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전혀 하지 않고, 도와준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내키는 만큼만 아주 적게 하는 편이예요. 교사인 제 말도 잘 먹히지 않고요. 그런데 H라는 옆자리 친구가 도와주면 낱말카드게임도, 그림책 쓰기도 조금씩 잘 하더라고요. 친구가 도와주던 그날의 아이 모습이 오래 오래 기억에 남네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다른 선생님들에게 어린이 관찰일지를 추천하실 의향이 있으세요? 있다면 그 이유도 궁금해요.

A: 다들 아시겠지만 평소 교사의 관심을 아이들에게 1/N으로 나눠주기란 쉽지 않아요. 교사의 특별한 관심을 요하는 학생 2-3명이 교사의 주의력을 나눠 가져가버리기 때문이죠. <어린이 관찰일지>는 나머지 아이들에게 따듯한 시선을 둘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추천드리고 싶어요.


B: 아이들을 관찰하고, 그와 관련된 교사의 마음을 기록해두는 게 큰 자산이 된다고 생각해요. 같은 행동이라 하더라도 교사의 컨디션, 평소 갖고 있는 학생에 대한 생각과 이미지에 따라 교사가 느끼는 게 다르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기도 했고요. 하루 한 명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 여유 있는 달 시도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C: 쉽지 않은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면 일지 작성에서 스트레스 해소와 재충전의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어려움에 매몰되어 힘든 시간을 혼자 참아내기만 했다면 부정적인 기운이 아이들에게로 향했을 텐데, 매일 관찰일지를 작성하면서 마음을 잘 정화한 덕분에 지금은 무사히 아이들과 즐겁게 방학을 기다리고 있어요. 선생님을 위해 어린이 관찰일지를 추천드려요.


D: 우리반 어린이들의 새로운 면을 찾아보고 싶다거나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으시다면 꼭 참여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어린이들 안에 숨겨져 있던 매력을 찾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E: 처음 생각했던 목표 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했지만, 한 달 관찰 기록을 보니 뿌듯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이것을 토대로 나이스에 기록하면 보다 실질적인 기록이 될 것도 같고요. 추천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참가 선생님들의 피드백 간결 정리


Q. <어린이 관찰일지>가 선생님에게 도움이 된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A1. 객관성

평소 익숙하던 모습들을 한걸음 떨어져서 들여다 볼 수 있었어요.

관찰한 것을 기록하지 않았다면 제 주관적인 생각이 사실이라고 믿었을 거예요. 글로 남기는 작업 덕분에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어요.

A2. 한 명 한 명 골고루 관심 주기

평소 쉽게 눈길을 주지 못한 아이들을 관찰하고 함께할 수 있었어요.

한 명씩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골고루, 깊이 있게 아이들을 이애하게 되는 것 같아요.

A3. 아날로그 감성

떠오를 때마다 바로비로 적을 수 있으니 좋더라고요.

실물 노트가 작아서 아주 가끔 공간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아담한 크기 때문인지 부담 없이 적어내려갈 수 있었어요. 


Q. <어린이 관찰일지>를 참여하면서 어렵게 느껴진 것이 있었나요?

교실에 제 혼을 쏙 빼놓는 아이들이 여럿 있는데 그 아이들이 날뛰기(?) 시작하면... 그날의 어린이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한 달은 너무너무 짧은 것 같아요. 조퇴하는 날이나 업무가 몰리는 날엔 관찰, 기록 모두 쉽지 않았어요.

생각보다 꾸준히 하는 게 어려웠어요.

깜짝 미션 질문들이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Q. 다음 <어린이 관찰일지>에 추천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나요?

실물 노트는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만 전달되어도 좋을 것 같아요.

미션 목록이 있으면 어떨까요? 그날의 어린이와 가볍게 하이파이브 하기부터 몰래 간식 주기, 보드게임 같이 하기 같은 것들요!

'몇 번 이상 인증 시 리워드 제공' 같은 보상이 있으면 좋겠어요. 참여 동기가 더 올라갈 것 같아서요.

참여한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시작 전 강의에서 모였던 것처럼 끝난 후에도 함께하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어린이 관찰일지>를 마무리하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매일 한 명의 아이를 관찰하는 것만으로 매우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7월도 스스로 해보려고요. 좋은 아이디어 제안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습관을 들일 수 있는 기회였어요. 이런 좋은 취지의 캠페인이 더 널리 널리 알려지면 좋겠어요!

혼자서는 어려웠을 것 같은데 느슨한 연결들이 있어서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감사해요!

중간에 학급에 일이 터지면서 위기가 있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나 자신 칭찬해!!


2022.07.11
인디스쿨 김은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