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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Jan 26. 2016

[딩크의 학교문제집]

1. 떡잎부터 남달랐다더라.

교사가 된 이후로 많은 일들을 겪었다. 그 일들은 종류도 다양하다. 학교폭력일 수도 있고 그저 내게 버거운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 그리하여 이번 시리즈 제목은 [딩크의 학교문제집]이다.

내 교직경력은 <56655-6652-전담> 이다. 10년을 하면서 기억나는 일들, 그당시 적어놨던 것들(안적었던 것도 많겠지만...)과 떠오르는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정리해서 시리즈로 적어보려 한다.

이렇게 작성하다 보면 혹자는 내 경험을 공감하거나 혹자는 내가 실수하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 비판도 할 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리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될만한 부분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 믿는다. 수많은 간접경험을 통해서 나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거나 혹은 위안을 얻기를 바라며 시작해보련다.

ps. 연도의 순서는 왔다갔다 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딩크의 학교문제집] 1. 떡잎부터 남달랐다더라.


#Prologue


나는 2004년 9월 1일자로 발령을 받았다. 발령난 학교는 도심속 빈민학교...... 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고 한때 동네의 부흥기에는 학교 역시 부흥기여서 50학급이 넘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발령날 당시는 25학급 정도였다. 너무 동네가 커지면서 학교가 사방에 하나씩 생기며 학군이 나뉘고 내가 발령난 학교의 학군은 재개발이 되지 않아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었다. 그당시 경기가 한창 안좋을 때인데 그 학교의 전학생은 빚과 같이 늘어났었다.(내 느낌일 수 있겠지만..) 학교 주변 풍경은 마치 응답하라1988의 그 거리가 2004년에도 같았다고 보면 되겠다. (그래도 즐거웠다. 미생이었던 시간강사 시절은 정말 배고팠다. 특히 일이 없던 8월은..... )

 그러나 크게 상관은 없었다. 1학기 내내 시간강사를 했었는데 돈이 없어서 방학중이던 8월에는 핸드폰비가 빠져나가면 돈이 한푼도 없어서 미리 돈을 5만원 정도 뽑아놓고 8월을 버티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면서 왜 나는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지를 고민했다.(돈이 한푼도 없으면서;;)



#1. 인수인계


나는 9월 발령. 5학년 담임이 되었다. 인수인계를 받는데 이 선생님은 발걸음이 가볍다. 이제 아기다리고기다리던 교!감!발령이 나셨었거든.... 가볍게 이야기 하시며 다 남겨놓을테니 쓸건 쓰라고 하시면서 교실밖을 나서신다.(물론 그건 다 쓰레기가 되었지만...) 그렇게 뒤돌아 나가시다가 한마디 하신다.


"여기에 조심해야 하는 아이가 하나 있는데 바로 성은이라는 학생이야. 할머니랑 오빠랑 사는데 오빠가 나이가 많고 할머니가 여든이 넘었어. 이 학생은 손버릇이 좋지 않아요. 남자애들과의 관계도 좋지 않고 말야. 그러니 조심하시게~ 1학년때부터 손버릇이 안좋아서 유치원 애기 우유값을 빼앗았다는 이야기도 있어(읭?)"


라고 이야기 하시며 다시 즐거운 발걸음을 옮기셨다. 그분과는 별개로나는 완생(정규직)이 되었다.

'이제 가난한 생활도 끝이구나! 이제 행복하겠군'  


 다음날 나는 궁금했다.

그 아이는 어떻게 생겼을까? 무섭게 생겼을까?

나는 어떻게 하지? 거칠게 나갈까?

막상 만난 그 아이는 약간 피부가 검고 이쁘장하게 생긴 그런 아이였다. 그냥 우리반에 있던 다른 아이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그런 학생말이다. (귀걸이를 착용하던 몇 안되는 아이긴 했지만..) 그닥 튄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우리의 편견은 말썽을 부리는 아이들. 즉 문제아들은 소위 빌런(악당)처럼 보일거라는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그런 아이들은 평범하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평범하게 보인다고 가만히 있으면 당하기도 하는 법..) 외모는 성격을 담보하지 않는다.


그리고 일주일정도 지났을까? 어느날 한 아주머니가 오셨다. 오시더니

"선생님 안녕하세요~ 제가 성은이 엄마에요~ 아유 잘부탁드려요~"

라고 하신다.

'어? 엄마가 없을 건데?' 라고 생각하고 일단 반갑게 이야기를 하고 배웅해드렸다.

(차후에 큰엄마라고 밝히셨는데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대충 #2에 묻어보련다.)


#2. 심성수련


마침 다니던 대학원도 상담대학원터라 이 아이는 좋은 연구대상이자 숙제대상이기도 했다. 가족상담도 배우고 이것저것 배운 것이 많아서 그 아이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었다. 또한 많이 이야기하고 가르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실제로 사이가 안좋았던 오빠도 아이에 대해 많이 도움을 주는 쪽으로 변하고 있었다.

가을즈음에 떠난 심성수련. 이 당시는 아마 극기훈련이라 불렀고 아이들은 가기 전부터 걱정과 설레임이 어울려 있었다. 성은이는 돈이 없으니 심성수련을 갈 수 없었고 나는 학교에 부탁하여 이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있었다.심성수련을 갔고 나는 사장의 차에 태워져서 하루종일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아마도 그 근처의 관광지를 구경을 한거 같다. (그당시는 그랬나보다. 아이들이 어딜 가는 것이 아니니 교관들이 아이들을 맡고 사장은 나머지를 데리고 여기저기 관광지를 다녔나보다)

나갔다 숙소에 들어오니 아이들 중 몇명이 돈이 없어졌단다. 학교에 돌아오고 확인하는데 돈이 없어진 아이들이 꽤! 많았다. 문제는 전부 여자아이들. 그리고 아이들이 지목한 아이도 딱 하나. 성은이다. 중간에 성은이가 아프다고 쉬러 들어갔고 그후로 돈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사실 학기중에도 많은 돈들이 없어졌었다. )

이제 문제는 성은이와 나 사이의 이야기다. 의심은 되나 심증은 없기에 잃어버린 너희가 잘못이라며 이야기를 하고는 넘어갔다.


#3. 운동회


2004년의 그 운동회는 언제나 그렇듯 운동회의 꽃인 여자는 부채춤을 위해 남학생들은 열심히 곤봉을 휘둘러야 했다. 학교가 작아서 5,6학년 여학생들은 부채와 한복을 구해와야 했고 남학생들은 술이 달린 곤봉을 학년인가 반인가에 맞추어서 빨간색이거나 파란색 곤봉을 구해오면 되었다.

금요일 오후, 부채춤은 항상 백미이기에 운동장 한가운데서 부채춤 연습을 여선생님들이 시키시고 남교사들은 구석에서 곤봉 연습을 시키고 있을 때 성은이는 가방을 메고 나에게 오더니 이야기 한다.

"선생님 저 한의원 가봐야 하는데 한의원 예약 때문에 지금 가야해요"

"어? 그래?"

"네~ 그래서 저 가볼게요~"

"아. 그럼 월요일에 올 때 진단서 받아가지고와~"

속으로 생각했다.



'이녀석.... 월요일에 두고보자. '


이윽고 다가온 월요일.

" 성은아진단서 줘야지?"

"선생님, 한의원이라 진단서가 없대요."

"그래? 그럼 한의원 전화번호를 알려줘~ 선생님이 직접 물어볼게. 요즘 진단서 없는 병원이 어디 있니?"

"......."

그리고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어디 갔었는지? 뭘 했는지.. 근데 끝까지 대답을 안하는 성은이. 그저 끝까지 병원을 갔다는 거다.


고민하다 전화를 했다.

" 할머니. 안녕하세요? 성은이 선생님이에요. 성은이가 한의원을 다녀왔다는 데 맞나요? "

"예? 선생님? 한의원이요?"

"네. 성은이가 한의원을 다녀왔다고 하는데 확인 좀 드리려고 전화드렸어요~"

"어유. 저는 잘 모르겠어요~"


대충 그런 내용의 전화였다.


교실로 오니 아이가 없다. 어디갔다 한참 찾아다니다 보니 학교 전화(콜렉트콜)로 할머니에게 전화를 한거다.

" 할!머!니!!! 그러니까 선생님이 뭘 물어봤는지 똑똑히 말해보라니깐!!!"

이 모습을 보고 꽤 기가 찼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심성수련 이야기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자기는 아니라는 것.

"하지만 지금 보면 모든 이야기가 너에게 집중이 돼. 나야 널 믿어. 하지만 너도 솔직하게 말해주면 좋겠어"

아무런 진전이 없다. 정말 믿고 싶었고 그래서 고모에게 전화를 했다. 고모가 잠깐 바꿔달라고 하신다.

5분이 지났을까? 아이가 실토한다.

고모가 전화로 이야기 하시는 것이

"선생님. 얘가 실수는 했는데 선생님께 잘보이고 싶었나봐요. 그래서 선생님한테 거짓말을 하게 되었대요. 이해해주세요~"

그렇게 심성수련 사건은 끝이 났다. 고모가 다 배상해주시기로 하고..

나는 그토록 캤는데 아무것도 안되더니 고모가 전화하시니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4. 준비없는 방학은 없다.


첫날.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올 때였다. 월요일에 성은이의 오빠가 전화가 왔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성은이의 오빠가 성은이를 때려서 병원에 입원시킨 적이 있단다. 아령으로 때렸다는데 이건 좀 말이 안되서 믿지는 않았다. )

"선생님. 혹시 성은이가 학교에 왔나요?"

"네.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니 다른게 아니구요. 성은이가 토요일에 7시까지 들어오기로 했는데 안들어오더라구요. 학교에는 왔나 여쭤봤어요"

"아.... 네. 그러면 제가 오늘 집에 꼭 들어가라고 전할게요~"

"네 감사합니다."

성은이를 불러서 이야기 했다.

" 너 주말에 안들어 갔니? 오빠가 전화하던데..."

"네. 토요일에 친구네서 좀 잤어요. 친구랑 노느라구요~"

"그래 그럼 오늘은 꼭 들어가렴~"

"네~"


그날 저녁 혹시나 해서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들어 왔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종합해보니 사정은 이랬다.


선생님 덕에 나(성은이의 오빠)도 칭찬도 많이 하고 애도 점점 좋아지는 거 같아서 자율적으로 많이 했었다. 토요일에 7시까지 들어오라고 했는데 내가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애가 와야 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았다. 아마 집에 늦게 들어오다가 나를 보고는 바로 도망간 듯 하다.

둘째날.


다음날 학교에 오면 아이들 붙잡고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싶었는데 다음날부터는 학교에도 오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는데도 행방을 아는 아이가 없다. 걱정이 되기 시작했는데 방과후 여자아이 현아가 오더니 이야기 한다. 사실은 우리집에서 주말동안 자고 어제도 우리집에서 잤다는 거다.

"그럼 성은이는 지금 너네 집에 있는거야"

"네, 선생님. 오빠한테 혼날 거 같고 선생님에게도 혼날거 같다고 못오겠대요"

"그러면 가서 이야기 해줘. 선생님은 일단 이야기를 먼저 할거고 오빠랑도 이야기 할테니 내일 학교 오라고 그래~"

"네, 선생님."


셋째날.


현아는 혼자 왔다. 일단 묻지 않고 가만히 두고 방과후인가 점심시간인가에 아이를 불러서 다시 이야기 해봤다.

아이가 운다.

펑펑 운다.

기다렸다.

"선생님 제가요.... 사실 부모님 두분이랑 같이 사는게 아닌데요.. 걔 데리고 와서 재울 때 많이 혼났거든요. 그래도 재우고요... 선생님이랑 그저께 이야기 하고 어제 못올거 같다고 해서 제가 선생님한테 이야기 하고 너한테 알려주겠다고 했는데요. 어제 집에 가보니까요... 성은이가 없고요... 제 저금통도 없구요... 미안하다는 편지만 하나 있는 거에요. 저는 걔 도와주려고 그랬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사실 이 순간 나는 망치로 머리를 한대 맞은 느낌이었다. 나는 성은이만 우리반에서 슬픈 아이인줄 알았다. 하지만 현아도 아프고 힘든 아이였다. 현아는 어머니가 안계셨던거다. 비단 이 아이들 뿐 아니라 우리반에는 아니.. 그 학교에는 아픈 아이들이 많았다. 나는 아이들에게 집중한다고 하면서 사실 아무것도 보지를 못했던 거다. 담임이라는 게 너무 미안했다.


한참을 다독이고 나서 이제는 행방을 찾기 위해 정보전을 펼치기로 했다.

내가 꺼내든 무기는 바로 이거였다.


 이당시 좀 논다 하는 학생뿐 아니라 전국의 수많은 초딩들은 하고 있던 메신저이니 이걸 가지고 성은이를 추적하기로 했다. 성은이가 가출한 건 이미 학교에 쫙 퍼진 상태였다. 이녀석이 돌아다니면서 이야기 하고 다닌 것도 있고 아이들이 퍼뜨린 것도 있었기에 말이다. 그래서 이왕 엎질러진 물... 버디버디로 이녀석의 위치를 매일 파악했다. 현아를 비롯한 세작들과 정보원들에게 성은이가 어디서 묶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확인했다.

그 당시 큰 문제는 성은이는 자고나면 거처를 옮긴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필요한 정보는 아침까지 있을만한 집이 필요했다. 어디서 자고 간대요~ 라는 정보가 아닌 어디서 자고 있다는 정보가 말이다.

또한 옆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이 아이가 혼자 가출한게 아니라 옆학교 아이랑 같이 가출한거다. 그리고 다른 정보원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옆학교 아이는 다른 집에 놀러가서 갑자기 부엌칼을 꺼내들고 자기 자살할거라는 이야기도 했단다. 이건 도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일주일이 다 되어갈 무렵. 그러니까 아마도 금요일이나 토요일이었지 싶은데 성은이가 옆학교를 다니는 아이의 집에서 잤다는 이야기를 정보원에게 들었다. 그때가 1교시 시작전이었는데 나는 교무실로 내려가서 교감선생님에게 말씀드렸다.

" 교감선생님 성은이가 오늘 위치가 어딘지 파악이 되었는데요. 교감선생님께서는 뭐라고 하실지 모르겠는데 저는 지금 이 아이를 데리러 가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녀와도 될까요?"

" 그래. 교실은 내가 볼테니 자네는 다녀오게~"

나가면서 고모에게 전화를 했다. 지금 아이를 찾으러 가려고 하니 같이 가시자고 말이다. 고모를 만나고 나서 집을 모르니 옆학교를 찾아갔다. 찾아가서 그 학교 교장선생님께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교무실인가에서 성은이를 재워준 학생을 만났다. 정말 다행히도(?) 집에서 아직 자고 있을 거라는 거다.우리는 그 아이를 데리고 그 아이의 집으로 갔다. 집문을 열자 그 집 어머니가 계셨고 성은이는 눈을 비비벼 거실로 나오다 우리와 마주쳤고 바로 울어버렸다. 고모와 같이 달래고 애를 데리고 나왔다. 그러면서 오빠에게 전화를 하고 오빠도 용서를 해주기로 하고 그렇게 가출은 막을 내렸다.




#5. 또?!


겨울방학이 되었다. 그 당시 나는 티나라를 들어가보려고 티나라에 산업체로 지원하고 뽑혀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갑자기 모르는 번호가 전화가 온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여기는 ○○시 청소년 모퉁이 쉼터에요."

"네? 거기가 뭐하는 곳인데요?"

"네. 여기는 가정폭력이나 이런 것 때문에 가출하거나 한 청소년들이 잠시 쉴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곳이에요."

"아... 근데 거기서 무슨 일이시죠?"

"네., 선생님 혹시 성은이라는 학생을 아세요?"

"네, 제 학생인데요. "

"사실은 선생님 이 학생이 지금 저희 시설에 있어요. 그래서 전화드렸습니다. 아이가 며칠 전에 친구들 두명하고 가출을 했어요. 경찰이 역 화장실에 밤에 셋이 추위에 떨고 있는 것을 발견해서 경찰서로 데려갔는데 다른 둘은 집에서 데려갔는데 성은이만 끝까지 집이 없다고 하고 집에 들어가면 죽는다고 해서 경찰이 경찰서에는 데리고 있을 수 없으니 여기로 데리고 왔는가봐요.

그런데 여기서 며칠동안 있으면서 언니오빠들이 너는 여기 있을 아이가 아니니 얼른 집으로 가라고 이야기를 계속 해서 애가 마음이 좀 흔들렸나봐요. 집에 전화하자고 하니 절대로 못한다고 하면서 그럼 누구 연락처를 알려줄 수 있냐 하니 선생님 연락처를 알려주더라구요. 아이에게는 선생님이 큰 존재였나봐요."

들어보면 참 좋은 말이기는 하나 그 당시는 정말 심하게 화가 났었다. 엄청 짜증을 내려고 하는데.


" 선생님 그래도 아이가 겨우 용기를 내어서 선생님께 의존하려고 하는 거에요. 아이에게는 선생님이 그만큼 가족보다 더 믿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거잖아요. 아이를 좀 더 받아주세요~"

그 말에 나는 아이와 통화를 했다.

"선생님..(울먹울먹)"

"성은이야. 또 이러면 어떡해~ 선생님이랑 약속했었잖아~"

"그게요~~~ 주절주절.."

"그래 알았는데 거기 선생님한테 고모 연락처 알려드려"

"선생님이 알려주시면 안되요?"

"선생님은 안되겠어. 니도 알고 있으니 니가 알려드리고 고모랑 통화하게 되면 죄송하다고 꼭 하고."


통화를 종료하고 나서 고모께 전화를 했다. 성은이에게 있어서 고모는 항상 버팀목이 되주시는 분이었다. 조카가 불쌍해서 부러 집에 데려와서 같이 살기도 하고 했었고 이래저래 신경을 많이 썼었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해줘야 하냐고 화가 많이 나셨다.

"고모 저도 아이가 또 이러는 거에 대해서는 상당히 서운하고 하지만 그래도 아이가 돌아올 곳은 있어야 하잖아요~조금만 더 받아주시죠~"

"선생님. 이번에는 성은이오빠도 화가 참 많이 났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대요."


아무튼 통화하면서 어르고 달래고 통화를 끊었다. 방학동안 성은이는 집으로 다시 들어갔고 개학하니 성은이는 평소의 모습으로 학교에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12월에 전학왔던 C가 오지를 않는거다.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아.. 선생님 죄송해요. C가 아빠랑 같이 살다가 자꾸 망가지는 거 같아서 제가 데리고 왔는데 이번 방학때 가출도 하고 그래서 제가 키우는게 아닌거 같아서 다시 아빠에게 보냈어요."


이럴수가...

성은이와 같이 가출했던 두명 중 한명이 C였던 거다. (다른 한명은 다른학교인가 다른반..)

'나는 반년간 무얼 했을까? '

자괴감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6. 뭘 했고 뭘 알지?


①사실 성은이와 성은이의 오빠는 이복남매였다. 성은이가 서너살일 때 성은이 엄마가 성은이를 놀이터에 놓고 사라졌고 할머니는 그것 때문 에 성은이를 애지중지하고... 성은이가 여섯살인가 일곱살이고 오빠는 고3나이정도였을 때 성은이의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성은이의 오빠는 졸지에 소년가장이 되었다. 그래도 오빠가 책임감이 강했고 그때부터 일을 해서 성은이와 할머니를 돌보고 있었다. 사실 18, 19살의 그 나이의 청소년에게 얼마나 큰 부담이었을까? 그는 여자친구가 생겨서 결혼 이야기가 나올 때에도 할머니와 성은이와 같이 살지 않으면 결혼하지 않겠다고 이야기 했단다. 책임감은 강하지만 동생을 다룰 방법을 모른 그는 아마도 체벌 말고는 다른 방법은 몰랐을 것이리라....


②성은이는 학업이 거의 되지 않았다. 당시 대충 테스트한 결과로는 2,3학년 수준이었다. 때문에 비슷한 수준의 다른 여자아이 한명과 함께 아무도 없을 때 수학공부를 지도했다. 사실 시간을 만들기도 어려웠고 공부를 가르치려면 자꾸 장난을 치기도 해서 쉽지 않았다.


③나는 꽤 자주. 성은이의 오빠와 큰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해서 성은이를 칭찬을 해주고 격려해주기를 많이 원했다.


④ 성은이는 학교에서도 아이들의 돈에 손을 여러번 댔다. 그리고 남자애들이 이녀석을 정말 싫어해서 어느날 성은이의 책가방, 필통, 책상. 의자를 엉망으로 만들어 놨고 남자애들을 혼내게 되었다. 그날 화가 엄청 나서 몽둥이를 꺼내 놓고

" 몇대 맞을래?" 라는 주문을 시전했다. 사실 이 말을 한 이유는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남자아이들 일곱명은 자신들이 몇대 맞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나는 그들을 때리고 그날은 하루 종일 우울했다.

한 사오년뒤에 그 중 한녀석을 만났는데 나한테 맞은 기억만 있다고 이야기 할 때 정말 챙피했다.


#7. AS

다음해에 나는 티나라로 가지 못하고 Public Agent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성은이의 6학년 담임선생님이시란다. 이번에는 조금 복합적인 문제상황이 되었다.


성은이가 학교를 안나왔는데 옆학교에서 교장선생님에게 잡혔다는 거다. 어느날부터인가 옆학교의 6학년 어느반에 들어가서 수업을 받고 있더란다. 담임선생님이 넌 뭐냐? 라고 하니 여기 누구의 친척인데 이쪽으로 전학오는데 서류가 안와서 먼저 와서 수업듣는거라 했단다. 담임선생님은 납득을 하고 넘어갔단다.그 다음 이 아이는 쉬는 시간 뿐 아니라 수업시간에도 복도를 돌아다니다가 교장선생님께 붙잡혔고 교장선생님의 추궁에 탈탈 털려서 학교로 인계가 되었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는 선생님을 위로해드리고 지도했던 이야기들을 해드리고 통화를 끊었다.


#8. 엄마, 이 선생님이야!


Public Agent 생활을 하다가 처음 담임이었던 아이들이 졸업을 하는 날이 왔다. 정말 가보고 싶었다.

'나를 기억할까?'

'이 아이들이 얼마나 컸을까?'

그래서 아이들을 보고 싶어서 하루 휴가를 쓰고 졸업식에 갔다. 졸업식에 가서 두리번두리번 하니 아이들이 기억을 하는 애들이 꽤 있다.

그리고 그 순간. 성은이가 저쪽에서 보였다. 눈이 커지며 반가운 목소리로

"선생님!"

하면서 오더니

"고모 데려올게요"

라고 하며 뛰어갔다.

하염없이 그 자리에 서있는데 고모가 오셨다. 고모가 오시더니

"선생님!! 여기 꼼짝말고 계세요. 알았죠?"

라고 하시더니 성은이와 딸을 두고는 어디론가 가셨다. 조금 있다가 할머니를 모시고 오셨다.

"엄마!! 이 선생님이야. 작년 그 선생님 말야. 이 선생님 덕분에 우리 성은이가 학교를 졸업할 수 있게 된거야!"


이 말에 엄청난 감동이 밀려왔다. 근데 사실 초등학교는 의무 교육이기에 내가 한 것은 별로 없었다.


"아이고 선생님.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이 우리 손녀를 졸업시켜주셨어요. 감사합니다."

할머니는 이 말을 하시며 계속 허리 굽혀 인사를 하시며 두손을 붙잡으시며 흐느끼셨다.

'내가 한 게 없는데.... 그냥 앞에 있는 것 해결하려고 노력만 했는데..... '


그래도 나는 뭘 하긴 했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 Epilogue


복직을 했다. 복직을 하고서 몇년이 지났고 학교 선생님들과 회식을 하러 길거리를 지나가는데 어느 아주머니가 붙잡는다.

"선생님!!!"

"누구시죠? 제가 사람을 잘 못알아봐서;;;"

"저 성은이고모요."

"아... 성은이는 잘 지내나요?"

씁슬하게 미소를 지으시며 한마디 하셨다.

"가출했어요. 중2까지 다니다가 나갔어요. 그리고 몇달 뒤 잠깐 들어와서 하루 자면서 '고모 나 잘살고 있어' 라고 이야기 하더라구요. 그리고 그 다음날 다시 나나가서 지금까지도 안들어와요"

지금 그 아이는 무얼 하고 있을까?



ps. 1. 그 당시의 나는 참으로 열심히 했던거 같은데. 참으로 바보 같았다.

2. 그때 즈음 적어놨던 이야기들.http://현아log.naver.com/induston/19496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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