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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Writer Jan 09. 2024

패키지여행을 고른 건 귀차니즘

프롤로그_태국 여행

여행의 시작은 아들의 일주일 휴가로부터였다.


새해가 되는 첫 주에 팀 전체가 일주일 휴가를 갖기로 했다면서 여행을 가기를 바랐다. 해외로 말이다. 딱히 정해놓은데 없이 던진 아들의 말에 엄마는 충실히도 여행지 검색을 시작했다.


분명하게 가고 싶은데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1월 초에 일주일이란 시간 안에, 비용부담이 덜하게 다녀오기 좋은 곳은 동남아 아니면 일본, 일본 보다는 동남아로 정하고 여행사이트에서 상품들을 검색했다.


자유여행으로 하기엔 이것저것 손품 할 시간도 없거니와 귀찮은 마음이 컸다.

패키지여행은 20년 전 신혼여행, 9년 전 직장에서 단체 해외여행, 얼마 전 울릉도 독도 여행 세 번


태국, 필리핀, 베트남 세 곳 상품을 놓고 저울질하는데. 필리핀은 지진, 베트남은 최근 발생한 한인 사망사건으로 최종 여행지는 태국의 방콕, 파타야 상품으로 결정했다. 아는 동생은 그게 기본이라며 괜찮을 거라 추천하기도 했다.


같은 지역이어도 비행시간, 포함된 항목에 따라서도 상품이 천차만별이었다. 그중  몇 가지 상품을 비교해 보고 고르는 것도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그렇게 하나를 골라 결제까지 마치고 나니 할 일을 다 끝낸 기분이 들었다.


여느 때 같으면 여행지에서 입을 옷을 새로 장만하거나 기대에 부풀어 들뜬 마음이 가득했을 텐데 이상하리 만치 이번 여행을 앞두고 그다지 설렘이 느껴지지 않는 건 나로서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한 번은 꿈을 꿨다. 여행 가기 몇 시간 전까지도 여행가방을 꾸리지 못하고 허둥대다가 결국 비행기 출발시간이 다 되도록 공항도 못 가고 ‘으악!!!’….

마치 경고 같았다.


2주 앞으로 다가왔을 무렵 꿈처럼 되면 안 되지.. 라며 여행 준비물을 목록화해서 정리하고 가족단톡방에 올려 단단히 준비하도록 했다.


환전은 누가 할 것이며 현지에서 쓸 유심칩은 누가 알아보고 구매하도록 지시도 내리고 말이다.

그렇게 하고서도 출발일 이틀 전에 슬슬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던 여름옷들을 꺼내어 정리하고, 세면용품, 화장품을 늘어놓고 당일 아침에 그 외 충전기, 보조배터리 등을 넣으며 마무리를 했다.


해외여행이라고는 해도 3박 5일 일정이니 현지에서 3일인데 뭣좀 하나 빠진다고 큰일 날 건 없을 거란 생각이었다.

겨울인 우리나라 날씨와 달리 방콕의 겨울날씨는 30도에 이른다니 한국에서 가고 오는 동안 많이 춥지 않을 정도로, 최대한 부피가 작고 가볍게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그렇게 캐리어를 끌고 문밖을 나서니 드디어 ‘여행’이라는 두 글자가 주는 ‘설렘’에 조금 다다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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