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이 몬스테라 화분을 이제 버려야 하나, 어떻게 화분을 비우지 생각하고 있었다.
작은 포트화분에서 잎 세 개로 시작해서 새 잎이 하나 나오면 하나는 시들어 잘라내는 식으로 그렇게 유지를 해오고 있었다.
햇빛을 직접 받으면 더 싱싱하게 잘 자랄까 싶어 베란다에 내놓았다.
그렇게 키우다가 겨울날 한파에 잎이 얼었다. 베란다의 아이들에게 제대로 신경을 못써줬었다.
두 개 남은 잎이 점점 어두운 색으로 변해갔다. 거실로 들였지만 이미 가망은 없어 보였다.
며칠을 지켜보다가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 두 잎을 잘라내 버렸다.
그리고 화분을 처리할 생각을 했지만 당장 실행하지 못하고 미루어두었다.
그렇게 다시 이 아이를 잊고 있다가 여유가 있던 주말 차 한잔을 하며 ‘오늘은 이 화분을 어떻게든 작업을 해야겠군.’ 하며 들여다보는데, 잎은 잘려나가고 기다랗게 뻗어있는 굵은 줄기에 뾰족 뾰족 매달려 있는 게 있다.
마디 중간에서 뿌리가 나오는 걸 봤던 터라 또 뿌리가 나오려는 건가 싶었다. 뿌리일까 싹일까?
희끄무레한 색으로 봐선 잎은 아닌 거 같은데 뿌리라기엔 좀 더 뾰족한 느낌이 들어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버리는 것도 일인데 잘 되었다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고 다시 며칠, 어랏, 세상에, 이렇게 싹이 난다고? 신기함과 놀라움에 자세히 들여다보니 마디마다 연둣빛 초록 싹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뿌리가 아니라 새 잎이 돋는 중이었다.
놀랍다, 감탄스럽다.
생명이 돋아나고 있다. 잎 영양제를 찾아 조금 넣어주었다. 힘을 내서 쑥쑥 자라라.
아직은 겨울 같지만 절기상 입춘이 지났다.
자연은 순리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며칠이 더 지난 오늘 잎 하나가 또르르 말린 채로 올라오고 있다. 어린잎이지만 제 모양을 갖추고 자라고 있는 중이다. 흙 속에서부터 줄기 위쪽까지 5개의 새 잎이 제 각각의 속도로 키를 키워가고 있다.
사무실에서 보살피는 올리브 나무에서는 새잎이 나려고 뾰족 뾰족 올라오더니 물을 듬뿍 주고 주말을 보내고 와보니 새 잎들을 일제히 쑥쑥 돋아 있었다.
베란다에서 몇 년째 키우고 있는 로즈메리는 지금 연보랏빛 꽃을 피워내는 중이다.
이미 봄은 오고 있었구나. 자연스러운 일이 당연하지 않게 느껴진다.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이 아이들은 ‘너만 모르고 있었던 거야. 이미 우리는 봄을 맞이할 준비를 진즉에 다 마쳤던 거야. 그리고 지금 이렇게 기지개를 켜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거지 “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나만 모르고 있었다. 나도 이제 알아차려야겠다.
나의 무심함에도 각자의 생명들은 제 몫을 다하며 순리대로 살아가고 있구나.
내 것이지만 내 것이 아닌 듯, 자식 같은 존재구나.
나도 내 생명을, 내 몫을 알아채고 눈을 잘 뜨고 살아가야지.
고마운 아침이다. 생명력의 원천인 햇살이 가득해서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