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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Writer Jun 18. 2024

옥상이라는 존재

* 제목 그림 출처 : 뤼튼 AI 이미지로 제작


지금의 사무실로 부서 이동을 한 지 9개월째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발령으로 하던 업무를 인계하고, 새로 맡게 되는 업무를 인수하는 동안 정신없이 살았다. 업무를 익히는 중이라고 해서 그 어떤 일도 때를 기다려 주지는 않는다.

나는 생소한 업무들을, 낯선 용어들을 배우면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해나갔다. 매일매일 머리릿속이 터져나가고, 머리 위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듯했다.

연말연초에도 할 일은 끊이지 않았다. 그 시기에는 또 그때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다.


내가 해야 할 사업들을 상반기에 계약을 끝내고 진행되는 동안 조금 여유가 생기는가 했는데, 뭐든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일이 돌아가는 패턴을 대략 꽤고, 업무 관련자들과 제법 손발이 맞고, 지침이나 인수인계 문서를 들춰보지 않아도 이제 어지간한 일은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그래도 새롭게 접하는 일들이 생겨나는데, 전임자가 했던 지난 이력들을 찾아가며 여전히 배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 사무실에서 대여섯 발자국만 나가면 옥상을 마주한다.

3층 건물의 3층은 절반이 사무실이고 그 나머지는 옥상으로 개방해 놓았다.


지난겨울 김이나는 내 머리를 차갑게 식혀준 곳도, 답답한 가슴속을 환하게 뚫어준 곳도, 지친 어깨를 따스히 봄볕으로 어루만져 준 곳도 바로 이 옥상이다.

옥상에 나와 나도 모르게 종일 웅크려 쑤시는 어깨를 들어 기지개를 켜고, 오랜 시간 앉아있어 찌뿌둥한 허리도 이리저리 돌려본다.


건물이 높지 않은 동네라 산 뷰, 하늘뷰가 끝내준다.

모니터 보느라 침침한 눈을 들어 저어 멀리 산을 멍하니 바라보다 온다.

하늘을 바라보면서 숨 한번 크게 ’흐읍’ 들이마시고 후우~~‘ 내쉬고 사무실로 돌아와 자리에 앉는다.


내가 정신없는 와중에 잠깐이라도 머릿속을 정리하고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공간이다.

“이렇게 바로 옆이 옥상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나는 그 덕에 버틴 것 같아. “ 동료에게 털어놓는다.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바로 체감할 수 있는 곳이 좋다. 위로 하늘을 바라다보고 아래로 땅을 내려다본다

가을에 와서 추운 겨울을 지나고 봄이 어느샌가 왔다 가고 뜨거운 한낮을 마주하는 요즘이다.

추울 때 추운 대로 찬 공기가 기분 좋았고, 봄볕을 쬐거나 선선한 바람을 맞을 수 있어 좋았다.

날이 뜨거워진 요즘은 처마밑 드리워진 작은 그늘이라도 찾아 잠깐의 후끈한 바깥공기를 쏘여 본다.


’참 다행이야. 네가 있어서.. 옥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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