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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네스 2시간전

내 인생의 전환점, 키부츠 이스라엘

어느날 이스라엘로 떠나다

키부츠는 집단 농업 공동체에서 비롯되어 구성원은 사유재산을 가지지 않고 수입은 키부츠에 귀속된다. 현재 일부 남아있는 마을에서는 세계 46개국의 자원봉사자를 받고 있다. 참가자들은 근로봉사를 하고 그 대신 숙식과 약간의 용돈을 제공받는다.


이스라엘로 떠날 결심

키부츠에 다녀온 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건축학부에서 설계가 아닌 공학을 선택하면서 적성에 대한 의문이 생겼고 의욕이 떨어졌다. 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해서 결국 대학교 2학년 때 휴학하기로 했다. 휴학하고 어떤 활동을 할지 고민하던 중 친구가 다녀온 후 추천해 준 이스라엘이 생각났다. 처음 친구가 이스라엘에 간다고 했을 때는 걱정되었지만, 갔다 와서 너무 값진 경험이었다고 해서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스라엘로 출발하기 한 달 전, 이집트와 이스라엘 국경 지역인 이집트 시나이반도에서 한국 관광버스의 폭탄 테러 뉴스로 마음이 심란해졌다. 하지만 그때 나는 삶에 대한 존재의 의미를 잃어가고 무력할 때라 삶의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죽을지도 모르는 두려움보다는 더 컸다.


우물 안의 개구리

2014년 3월, 키부츠 에일롯에 배정받았다. 키부츠 에일롯은 이스라엘 남부 유명 휴양지인 에일랏 근처로, 차로 20분만 가면 멋진 홍해 바다를 볼 수 있다. 에일롯에서 주방 보조로 일하고, 퇴근 후에는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모여 운동도 하고, 다양한 생각을 나누었다. 마을 내 행사에 참여하고 여행을 다니면서 이스라엘 문화를 배웠다.

미국, 영국, 덴마크, 독일, 멕시코, 일본, 대만 등 세계 각국에서 온 친구들과 작은 주제로 매번 각 나라들이 어떤지 비교하고 생각을 나누면서 이들이 남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산다는 점을 느꼈다. 그동안 나는 한국 사회의 틀에 갇혀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길을 맞춰 걸으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사회가 정한 좁은 틀 안에서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살았다는 것을 깨닫고 이 우물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물 밖을 헤엄쳐 나가다

이스라엘 이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 가치관이 넓어지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일단 도전해 보고, 해보고 후회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복학 후 대학교 때 할 수 있는 활동을 최대한 다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열심히 공부하면서 대외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졸업 후에는 건축 분야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갔다.


그때를 회상하는, 지금과 앞으로의 나

만약 지금 이스라엘에 다시 가겠느냐고 한다면, 전쟁을 재개해서 많은 사상자가 나오고 있기에 그런 위험을 감수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때 당시는 가자지구를 제외하고는 잠잠한 상태였기도 하고, 친구가 다녀와서 안전하다고 하였기에 위험한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어린 나이였고 잃을 것이 없었기에 크게 두렵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그 경험으로 10년을 버텼지만, 목표를 잃어 다시 새로운 나를 찾아보려 한다. 직장인으로 그저 하루를 보내고 주말만 바라보는 이 일상이 싫지는 않지만, 가끔 내가 원하는 일이 따로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 또 다른 십 년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러나 사회가 정한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용기가 필요하고, 예전보다 게을러져서 혹은 절실하지 않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나는 항상 내 꿈과 미래를 고민했지만 저질러보면서 도전했다. 지금도 여전히 고민하고, 망설여지긴 하지만, 또 한 번 저질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젠가 그때 왜 해보지 않았을까 하고 후회할 것 같기 때문이다.


어느 해 질 무렵 키부츠 에일랏 봉사자들이 살던 숙소 전경(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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