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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인의 청춘 Aug 02. 2020

23년이나 된 EBS 라디오, 들어 본 적 있나요?

EBS FM 모닝스페셜을 대하는 나의 자세 

1997년 3월 3일에 첫 송출을 시작한 EBS FM 모닝스페셜은, 대한민국 영어 교육프로그램의 대표이자, 상징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보영, 홍주희, 매튜 레드맨, 아이작 더스트, 수전 맥도널드, 케일린, 최수진 선생님 등 수많은 내로라하는 진행자들이 수많은 청취자들의 아침을 열었던 'Your Morning Energy'. 난이도가 꽤 높고, 국제 뉴스와 함께 영어 표현을 다루는 프로그램은 당시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던 라디오 프로그램 중 단연 돋보이는 프로그램이었다. 음악, 영화, 책, 공연, 취업, 경제, 스포츠 등 지금껏 다루지 않았던 주제도 없을 것. 


2001년에는 이보영 선생님과 조연출로서 함께 한 모닝스페셜, 통역병 제대를 마쳤던 2005년부터 2007년까지는, 영어 구성 작가로서 홍주희 선생님, 매튜 레드맨과 함께 한 그 모닝스페셜이다. 내 영어 실력을 '일취월장, 괄목상대'라는 표현을 써도 무방할 만큼 키워준 고마운 프로그램. 


60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다 이해하지 못하던 내가, 모닝스페셜 11개월의 받아쓰기 공부를 거쳐, 토익 만점을 받게 되고, IELTS 밴드 8.0, 토익스피킹 만점을 받게 해 준 것도 모두 모닝스페셜 덕분이었다. 결국 그놈의(?) 영어 덕분에 30대 후반에 말레이시아에 법인장으로 일하러 가게 되고,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현지인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었던 것도 모닝스페셜이 선물한 행운이다.  


모닝스페셜 7,000회 방송이 진행되던 2019년 7월 8일, 생방송으로 모닝스페셜 7,000회 특집을 지켜보았다. 말레이시아, 나의 집에서. 이보영 선생님, 홍주희 선생님, 매튜 선생님을 그리웠던 반디, 보이는 라디오 화면으로  지켜볼 수 있었던 날. 대체 한 방송 프로그램이 23년간 누군가를 생방송으로 매일 만나려면 얼마나 많은 추억과 이야기가 담겼다 말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도 없는 그 긴 시간, 우리는 추억을 공유했고, 영어라는 공통점 안에서 그렇게 성장했다. 



그렇게 모닝스페셜에 13년 만에 함께 하게 됐다. 이번엔 메인 작가로. 이게 내게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지 자세히 말하긴 쉽지 않다. 이 시국에, 이 상황에, 이 어려움 속에서, 내가 가장 애정한 프로그램에, 나의 고등학교 시절 내내 꿈이었던 라디오라니. 


새로운 코너, 색다른 형식으로 청취자들을 만나야 한다는 책임감은 꽤 무겁다. 그도 그럴 것이 23년 동안, 매일 아침을 청취자들과 함께 한 프로그램이 그동안 시도했던 코너들, 다뤘던 주제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늘 아래 완벽히 새로운 것은 없'듯,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 속에서 여러 변주를 시도해 볼 것이다. 메이저 조성이 마이너로 바뀌거나, 포르테였던 것이 피아니시모가 되기도 하고, 데크레셴도였던 부분을 크레셴도로 바꾸는 작업, 그 일에 하루 하루, 꾸준히 매진하게 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애정이 묻은 방송인만큼, 애정하는 청취자가 많은 만큼, 23년이라는 세월을 견뎌온 장수 프로그램인만큼, 이것은 오케스트라다.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도 없고, 몇 명이 바짝 힘을 낸다고 될 일도 아니다. 호흡하고 맞추어 가며, 함께 피어나야 한다. 열정도, 신뢰도, 진정성도. 





라디오의 매력은 꾸준함과 일상성에 있다. 언제 어디서나, 친구처럼 함께 하는 것. 주파수를 맞춰 귀를 기울이는 그 순간만큼, 내가 불특정 다수가 아닌, 모닝스페셜 가족이 된다는 것


울고 웃고 넘어지고 성장하는 내 삶의 순간들을 서로 위로하고, 귀 기울이며 함께 하는 여정. 라디오는 그래서, 청취자가 듣는 것이 아니라, '청취자를 듣는 일'일 것이다. 


귀로만 듣는 라디오가 아니라, 오감으로 느끼는 라디오가 되는 것. 서로의 진심이 눈에 보이고, 열정을 다시 매만지는 매일 아침 8시-10시가 되는 것. 당신의 출근길, 등굣길, 당신의 시작, 당신의 아침을 끌어안아주는 것. 

 



그게 내가 라디오 키즈로서 바라는 EBS FM 모닝스페셜을 대하는 나의 자세다. 단 한 명이라도 그걸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 Your Morning Energy, Morning 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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