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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인의 청춘 Sep 30. 2020

영어 공부, 왕도는 없다고?

그저 자주 듣고, 따라 하고,  다시 듣고, 또 따라하는 수밖에

EBS FM 최수진의 모닝스페셜이 지난 8월 24일 개편을 맞아 새 단장을 한지 이제 5주가 조금 지났다. 부족한 능력이지만 내가 정말로 애정을 갖고 좋아하던 프로그램, 나를 키운 프로그램에, 영광스럽게도 작가로 합류해, 매일 생방송 원고를 준비하고, PD, 진행자, 다른 작가님, 게스트들과 합을 맞춘 지 38일이 되는 날. 모두가 함께 고민해 눌러 담은 서른여덟 번째 원고가, 멋진 진행자 - 스튜디오에서 매번 들을 때마다 '크아-'하고 감탄하게 되는 '찐 고급미' -  최수진 선생님의 목소리를 타고 마이크 너머 청취자들에게 전달됐다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EBS FM 최수진의 모닝스페셜은 365일 방송되는 프로그램이니까.

진행자 최수진 선생님


이제 마흔인 내가 - 언제나 완벽함을 추구하는 우리 뉴스가이 Ray는 너는 마흔이 아니며, 어디 가서 39살이라고 말하라고 정정해 주었지만 - 지난 13년동안 사람을 만나던 일만 하다가, 전대미문의 코로나 시대에, EBS에서 일하며 불특정 다수의 청취자들에게 매일 아침, Your Morning Energy, '당신의 진짜 영어 친구'라는 모토 - 개편 전 최수진 선생님 인터뷰에서 '선생님께 모닝스페셜이란? 이라고 여쭸더니 매일 '진짜 영어 친구'라는 마음가짐으로 방송하신다고 해서 바로 프로그램 모토로 정한 문구 - 로 양질의 영어 교육 콘텐츠를, 라디오 너머로 나누는 일에 함께 하는 건, 값진 경험이다. 오랜만의 방송 일이니, 그동안 많이 달라진 흐름도 따라잡아야 하고, EBS의 달라진 정책과 기준도 배워야 하며, 모닝스페셜의 청취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언지 빠르게 파악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


월요일 영화 코너지기 카메론 리 워드 Cameron Lee Word


23년이나 된 프로그램, 고정 청취자들도 많기에 작은 실수도 용납되기 힘든 - 나를 매일 매일 돌아버리게 만드는 jeom...- 교육 프로그램이라는 것, 마지막으로 자기 이름을 걸고 그동안 모닝스페셜과 함께 해온 분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면 안 된다는 명제를 마음에 새기려고 하다 보니, 부담도 컸다. 이 부담은 숙명이지만.


다만, 매일 아침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당신의 영어 친구'로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진행자가 지키고, 세심한 배려가 담긴 연출과 흐름으로 듣기 좋은 방송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PD가 지키고, 내가 맡은 코너의 전문성, 재미, 유익함을 전달하겠다는 약속을 코너지기들이 지키듯, 나도 방송 작가로서 시의성이 떨어지지 않는 유익한 내용을, 좋은 형식으로 담아, 영어 공부의 열망을 가진 청취자들에게 전달되도록 해야 하는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기에, 어떻게 하면 불특정 다수의 '영어 공부'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내가 매일 마음에 새겨야할 부분.


하늘이 두쪽 나도 매일 아침 8시에는 송출해야 하는 방송 원고를 쓰면서 세 가지를 생각한다. 과연 내가 '청취자라면' 어떤 내용이 궁금할까, 오늘 방송이 어떤 모양이면 청취자들이 '오늘도 무언가를 남기는구나'라고 생각할까, 마지막으로 그걸 어떻게 원고에 녹여 내야 진행자, 게스트, 제작진 모두가 on the same page에서 좋은 내용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EBS FM 모닝스페셜 원고, 아래 기준에서 쓴다.


1. 청취자들에게 어려운 걸 알려주는 게 아니라, 필요한 걸 알려주는 것. 그러니 고상한 단어, 어려운 단어, 복잡하고 이해 못할 단어를 오늘 처음으로 가르쳐주었다는 게 중요한 건 아니라는 것. 평생 단 한 번도 입밖에 꺼내지 않을 단어나 표현을 알려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언제고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좋은 것들을 '내 것이 되게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영어 교육방송이 할 일이 아닐까.

2. 어려운 걸 어렵게 얘기하는 건 누구나 한다. 어려운 걸 쉽게 푸는 게 진짜 능력이다. 청취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거라면, 한글이든 영어든 쉽게 풀어서, 소화하고 이해할 수 있게 전달한다. 반복이라는 그림 안에서 쉽게 풀면 할 수 있다.


금요일 환경 코너 Save Earth, Save  환경 전문 박수연 변호사와 함께

3. 영어 공부에 왕도는 없다, 반복이 중요, 당일 원고 안에서도 자연스럽게 반복하는 장치를 만들자. 1부에 나왔던 좋은 표현을 2부 말미에 넣는다. 예컨대 방탄소년단이 했던 유엔 총회 연설에서 Life goes on, let's live on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여러 동사에 on이라는 것들을 붙여 '지속된다'는 의미가 들어간다는 걸 알려줄 수 있는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해, 진행자 최수진 선생님과 상의해 2부 끝 클로징에서 '오늘 가져가시면 좋은 표현'으로 소개해 주십사 부탁을 드렸다. 당연히 선생님도 마음에 들어하시고 멋지게 전달해 주셨음은 물론. 1부 헤드라인 표현에서 이걸 듣고 잊어버린 사람도, 2부까지 방송을 쭉 들었다면 한 번은 되뇌어 보지 않았을까.

4. 매일 새로운 것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듯, 익숙한 것도 진짜 '내 영어'로 만드는 게 중요. 그러니 며칠 전에 다뤘던 단어나 표현을 반복해 전달하는 것도 학습 효과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 2-3일 전에 원고에 등장했던 내용을 오늘 원고의 다른 부분에 넣는다. 자연스런 반복 학습에 도움이 될 것. 처음에는 몰랐던 표현도 다른 Context 안에서 다시 들으며 배우는 되는 경험을 주자.


수요일 여행 코너 On the Road의 Jamal(홍석남) 과 함께

5. 눈으로 보고 읽으면 안다고, 이건 쉬운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귀로만 듣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된다. 그러니 자막을 보면서 영어 공부 하면 본인이 이해 못하거나 틀린 걸 이해하는덴 도움이 되겠지만, 매번 그렇게 보면 자신도 모르게 눈으로 보고 귀로 들리는 것이 내 이해 수준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뭔가를 보면서 들으면, 당시엔 쉬운 것 같지만, 그걸 말로 해보라고 하면 정말 어렵다. 우리가 방송에서 다루는 헤드라인이나 인뎁스 뉴스의 내용을 말로 100% 할 수 있는 사람? 단언컨대 절대 없다. 영어 공부 좀 했다고 생각하면 정말 쉬운 표현이라고 느껴지는 twice as effective as를 배워볼 표현으로 짚어본 이유도 그것. 방송에서 여러 번 다른 예를 통해 반복해 달라고 News guy, Ray에게 원고를 작성하면서 부탁했다. 아마도 들으셨던 분들에게 분명 도움이 되었을 것.

2020년에 새롭게 만난 가장 귀여운 생명체, 열정남 뉴스 가이 레이 News guy Ray

6. 진짜 좋은 표현, 알고 있으면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하는 걸, 1-2주 지나서 원고의 다른 부분에 다시 넣는다. 예를 들면 It's shaping up to be a good weekend.라는 표현을 2주 뒤, 금요일 원고에 오프닝으로 넣는다. 잊어버릴 때쯤 다시 반복해 학습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주는 것. Keeping apart is the best way to keep safe - 최수진 선생님이 멋지게 만들어 주신 표현 - , 거리를 두는 것이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말을, 오프닝에서든 클로징에서든, 건강 코너에서든 시간을 두고 수차례 반복해서 전달하는 것, 그러기 위해 원고를 정교하게 다듬고 쓰는 것. 그게 나의 일이다.

일요일, 듣기 좋은 뉴스와 책 이야기를 알차게 꾸며 주는 폴 매튜스 Paul Matthews


7. 방송으로 전달되는 모든 것이 배움이라는 것. 하다 못해 매일 몇 번씩 하는 문자 소개도 배울 수 있는 소스가 된다. Please send us your messages, Please share your own stories with us, Send in your text to #1045, Please text us to, Keep sending in your answers to, We're now getting tons and tons of messages from the listeners,  얼마나 다양하게 문자 보내달라는 말을 할 수 있나? 매번 듣는 거라고 무시할 일이 아니다. 조금의 변주를 통해 새로운 각인이 된다면, 이런 일상적인 반복도 좋은 학습이 될 수 있는 거니까.

화요일 건강코너 All You Need Is Health의 서미소랑 선생님과 함께


8. 국내, 국제 뉴스를 매일 다루다 보니, 연결성이 있는 뉴스가 있는데, 아무래도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코로나' 헤드라인은 빼둘 수가 없다. 하지만 매일 새로운 일이 벌어진다기 보다 무언가 조금 '업데이트'되는 수준에서 같은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새로운 표현을 넣거나, 기존 표현을 반복하는 것에도 한계는 있을 수 있는 법. 같은 문장,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걸 새롭게, 하지만 반복하며 학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도 내 일이다.


예를 들면, 똑같은 코로나 관련 뉴스에서도 다른 표현을 함께 공부할 수 있는지 파악해 보는 것이다. 밑줄 친 부분은 이미 배웠던 표현 말고도 새로운 걸 배울 수 있도록 하면서도, 반복할 수 있게 마련한 장치다.


1. New coronavirus cases on Thursday dipped to below 200 for the first time in over two weeks as cluster infections continue to linger.


전국적인 집단 감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가운데,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어제, 17일 만에 처음으로 200명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코로나 뉴스에서도 새로운 단어를 배울 수 있도록 linger를 넣음. 참고로 linger는 내가 14년 전 모닝스페셜 작가였을 때 방송을 통해 배운 표현이다. 그때 배운게 지금도 기억이 난다.)


1. The government has decided to ease anti-virus curbs in the greater Seoul area, as the impact of the latest restrictions are showing results. (서울, 수도권 지역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다는 걸 4-5일 전에 뉴스 인뎁스 시간에 배웠기 때문에, 며칠 후 다시 헤드라인에 일부러 이 단어를 넣은 것)


최근의 방역 조치가 효과를 보이면서,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앞으로 2주간, 2단계로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1. Korea's new coronavirus cases dip below 100 for the first time in 38 days on the back of the country's strict social distancing scheme.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실시 결과, 38일 만에 처음으로 코로나 감염 확진자 수가 100명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정말 쉬운 표현이지만, 실제로 잘 사용하는 사람이 없을 수 있어서, 반복해서 익히고 말로 할 수 있도록 헤드라인에 세 번째로 반복해 포함시킨 표현)




9. 마지막으로 청취자들이 매일 아침 8시, 최수진의 모닝스페셜을 본방으로 듣고, 다시 듣기로도 듣고, 이전 방송까지 찾아서 반복 청취할 마음이 생겨나기에 충분하도록, 유의미하고 매력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도록 매일 같이, 끝없이 고민하는 것.


그게 지금, 내가 매일 고민하는, 방송 원고를 준비하는 원칙이다.




글을 천천히 읽은 분들은 모두 파악하셨겠지만, 내가 EBS FM 모닝스페셜 원고를 어떤 기준을 가지고 쓰려고 노력하는지 설명한 아홉 가지 이야기 속에 단 하나의 키워드로 등장한 공통 단어는 바로 '반복'이다.


그렇다. 영어공부라는 것이 딱히 왕도가 없이, 꾸준히, 반복해야만 한다는 것, 내가 이렇게 긴 글로 풀지 않아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얘기일 것이다. 그걸 누가 모르나. 하지만 바쁘고 힘들고 지친 하루를 살아내다 보면, 매일 아침 8시 주파수 (104.5MHz, 수도권 기준)를 고정하고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도 어떨 땐 큰 도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걸 목표로 삼고도 매일듣지 못하면 어느샌가 다시 영어와 멀어지게 될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굳이 나약한 자신을 탓하거나, 이것도 꾸준히 실천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자괴감을 얹는, 애초부터 성실한 누군가도 있을 것이다.

따뜻한 공감의 시간, 목요일 Dear Angela 의 안젤라 박, Angela Park


당연히 매일 아침 8시 방송, 매일 듣기는 진짜 어려울 수 있다. 당연히 우리와 매일 아침을 함께 해야 하지 않냐며 강요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방송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고,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충분히 도움이 되도록 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우리가 제공할 수만 있다면, 청취자는 언제나 우리를 다시 찾을 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잠시 영어와 멀어지더라도, 집에서든, 차에서든, 출근길에서든, 스마트폰으로든, 오디오어학당 다시듣기로든, 언제고 우리를 잊지 않고 다시 돌아왔을 때, '당신의 진짜 영어 친구'로, 당신의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정성을 담아 준비했다는 마음은 퇴색되지 않도록, 그 정성스런 마음을 매일 반복해 쓰고 있다.

그게 '티가 나도록' 부단히 애쓰고 정성을 쏟아붓는 진행자, 연출자, 코너지기, 작가들이 매일 아침 8시, 스피커 너머에 있다는 점. 그걸 알아주셨으면 한다.

허나 결국 이렇게 티 내고 싶은 마음을 마케팅으로, 홍보 문구로, 브런치 글로 쓸게 아니라, 원고에 반복해 담아내는 게 나의 일이라는 것, 그것이 매일 아침 8시, 소중한 두 시간을 [최수진의 모닝스페셜]과 함께 해주는 고마운 청취자들께 보답하는 길이자, '반복해서 감사를 표현'할 유일한 길이라는 점. 그걸 매일 상기하면서 또 다시 마음을 다잡는게 나의 의무란 점. 그걸 원고에 쏟아부을테니, 새롭게 듣고, 본방으로 듣고, 다시 듣고, 반복해 들어달라는 점.




이걸 반복해 말하고 싶었다. 폭풍 같은 개편, 특집 방송 원고를 마무리하고, 매일 많게는 12시간, 최소 6-7시간이 넘게 원고를 들여다보며, 영어 학습 '반복 장치'만 고민하다가, 개편한 지 한 달 반 만에 꿀 같은 휴식을 맞이해 이제야 브런치를 열어볼 시간을 처음으로 가진 6주 차, 돌아온 영어 라디오 방송 작가가.



>>>>> EBS FM 최수진의 모닝스페셜을 들을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

[ 방송 내용 다시듣기 - EBS 오디오 어학당 ]

https://5dang.ebs.co.kr/auschoolmain

[ 방송 내용 확인 ]
https://home.ebs.co.kr/morning/main

[ 스마트폰으로 청취, 보이는 라디오를 - EBS 반디 앱 ]
https://www.ebs.co.kr/radio/bandi/pc

[ 헤드라인 다시듣기- 팟빵 ]

http://www.podbbang.com/ch/1777743

[ 헤드라인 다시듣기- 네이버 오디오클립 ]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408

https://www.instagram.com/ebsmorning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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