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그 시절 기억나니
원하는 것 하고픈 것 많았지만
경주하는 것처럼 어딘가로 달리느라
진짜 힘들다는 말조차 아꼈던 날
세상에 나만 혼자 남겨져
연달아 이어지는 지겨운 일상
연극의 한 장면이라 생각하며
수없이 마음을 다잡고 겨우 버티고
은빛 햇살이 따사로이 비추어
빈 교실 가득 채워지면
서로 함께 있어 위로받고
윤기 나는 하루를 보내던 우리
연초에 고민하며 세운 새해 계획이
준비 없이 하나씩 떠나버리고
재촉하며 나를 좇던 작은 꿈들이
영영 해답 없는 곳으로 이끄는 듯해도
지금 와서 돌아보면
영원히 멀어 보이던 내 길이 보이고
지겹기만 하던 똑같은 일상도
연기처럼 조금씩 희미해 보여
수정 테이프로 지우지 않아도 돼
빈칸으로 그냥 두어도 되고
서서히 시간 지나면 나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법을 알게 되지 않을까
지금은 내가 누구인지 모를 수 있고
수 없는 갈림길에 주저앉고 싶고
예전의 나보다 나아지려 애쓰다
림보 하듯 아슬아슬한 순간도 많지만
정말 내게 중요한 건 뭘까 고민하며
민감한 양심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지난 시간 돌아보며 아쉬움과
민망함보다 따스한 추억만 남았으면
세상 살며 선택의 앞에 서서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문을 연 뒤엔
재시작 버튼을 누르고 나서
아무것도 없던 처음으로 가는 상상을 해봐
지금이 인생 가장 중요한 금이라는 말을
은행에 적금처럼 든든히 넣어 두고
사람들 오고 가는 그 어디쯤
랑데부하는 우주선처럼 다시 만나
예전의 우리로 돌아갈 순 없지만
지금의 모습이 영원할 순 없지만
다 같이 함께한 오늘을 꼭 기억해
영화와 같았던 우리의 이 순간을
수조 안에 머물기보다
연못을 거쳐 바다로 향하고
서서히 변해 가는 나를 지켜보며
진심으로 나와 너를 지켜봐 줘
민첩한 정신으로 오늘을 느끼고
지금을 감사하는 우리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