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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공그라운드 May 09. 2021

당신의 모든 3분

아무튼,텍스트클럽 01 <아무튼 X 텍스트 (인기가요) 클럽> 리뷰

공공그라운드 "텍스트클럽"은 텍스트를 매개로 텍스트 안팎의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입니다.
텍스트클럽의 관객, ‘텍스트클러버’는 창작물과 창작자를 깊이 이해할 수 있으며, 창작자의 생각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텍스트를 '읽는' 일방향의 경험이 '읽고 나누는' 쌍방향의 입체적 경험으로 전환되기를 기대합니다.

2021년 4월, 첫 선을 보이는 <아무튼, 텍스트클럽>은 취향을 이야기하는 에세이 시리즈 '아무튼 시리즈'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만드는 <텍스트클럽>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입니다. 혜화의 시집 서점 위트 앤 시니컬, 아무튼 시리즈를 발간하는 제철소 출판사와 함께 합니다.


글 | 우주, 파란

사진 | 공공그라운드




텍스트클럽 스핀오프 프로그램 <아무튼, 텍스트클럽>은 창작자와 텍스트클러버가 보다 가깝게, 보다 가볍게, 보다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대화 모임을 제안합니다. 


첫 프로그램은 '가요 애호가' 서효인 시인과 함께 누구나 좋아하는 3분의 세계를 탐험했습니다. 

야자시간에 몰래 듣던 라디오, 애인에게 이별통보를 받은 카페, 무심결에 돌렸던 TV 프로그램. 노래는 우리의 모든 일상 속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시대별 인기가요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오묘한 동질감을 선사합니다.


우리가 3분의 세계를 좋아하는 데에는 각자의 이유가 있습니다. 각자가 즐기는 노래, 덕통사고 당해버린 가수, 혹은 추억 속에 진한 여운을 남긴 가요들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편안하게 둘러앉아 90분 간 두런두런, 가요에 진심인 텍스트클러버와 대화하며 오직 텍스트클러버만을 위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학창 시절 '그때 그 노래'부터 K-Pop의 최전선까지, 무궁무진한 3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아무튼 X 텍스트 (인기가요) 클럽 Ⓒ 공공그라운드



아직 낯선 공기가 흐르던 파랑새극장. 대화의 첫 시작은 '당신의 첫 가요'였습니다. 


서효인 시인의 첫 가요는 <아무튼, 인기가요>에서도 언급했던 박남정의 "널 그리며"입니다 (자세한 에피소드는 책을 참고해주세요). 몇 년 전 우연히 오마이걸의 무대를 본 이후로 덕통사고*를 당해 덕질 중인데, 뽀로로와 콜라보 동요를 부른 덕에 첫째 딸도 오마이걸의 팬이 되었다고 합니다.

(* 덕통사고: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한 것처럼, 한순간에 특정한 사람/장르에 반해 덕후가 되는 일)


텍스트클러버 A: 저는 버스비가 140원이던 시절, 처음으로 혼자 버스를 타고 레코드샵으로 향했던 날이 떠올라요. 제 취향이 조금 마이너 했는지 서지원을 참 좋아했었어요. 그때 혼자 레코드샵에서 서지원의 "또 다른 시작"이 담긴 앨범을 샀던 기억이 나네요. 


아무래도 '첫 가요'는 여러 가지 추억이 함께 떠오르기 마련이죠. 투투의 노래와 함께 유행했던 빵모자의 추억, 쉬는 시간마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따라 했던 초등학교 시절도 함께 돌아보았습니다.



'당신의 첫 가요' 플레이리스트

터보 - 검은 고양이

HOT - 캔디

거북이 - 비행기

룰라 - 날개 잃은 천사

룰라 - 3! 4!

투투 - 일과 이분의 일

서지원 - 또 다른 시작

홍경민 - 흔들린 우정

서태지 - 난 알아요



<아무튼, 텍스트클럽> #01 인기가요 Ⓒ 공공그라운드



학창 시절을 떠올린 김에 추억의 노래를 조금 더 나누었습니다. 고3 시절, 혹은 어느 다른 시절을 견디게 해 준 '힘들었을 때 들었던 노래'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가장 많은 이야기가 오갔던 주제였고, 2000년대 초반의 발라드 곡을 주로 나누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노래방과 싸이월드 BGM에 얽힌 추억도 이야기했는데, 당시 유학 중이었던 텍스트클러버는 한국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방법으로 싸이월드를 활용했다고 합니다. 


텍스트클러버 B: 중학교 때 도서실이 높은 층에 있었는데, 거의 아무도 안 올라오던 곳이었어요. 수업 끝나고 오후에 가면 창밖으로 해 지는 게 보이는데, 아무도 없는 그 조용함이 참 좋았어요. 그때 김광진의 "마법의 성"을 계속 들었거든요. 약간 센치하고 평온했던 오후가 떠오르네요. 



'학창시절의 가요' 플레이리스트

G-Dragon - 삐딱하게

보아 - 롤리팝

보아 - 걸스 온탑

애즈원 - Day By Day

애즈원 - 원하고 원망하죠

T - 시간이 흐르고

프리스타일 - Y

김동률 - 프러포즈

김광진 - 마법의 성

(+ 드렁큰타이거, 서태지)



누구나 이야기하는 아무튼, 텍스트클럽 Ⓒ 공공그라운드



이번 인기가요 클럽에는 '듣는 노래', '부르는 노래', 그리고 '영업하고 싶은 노래'라는 세 가지 이야기 주제를 두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주제를 자연스럽게 넘나들게 되었고, 그것이 대화의 묘미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서효인 시인: 최근에 GV를 하러 명동에 간 적이 있어요. 끝나고 극장을 나왔는데, 문 닫은 가게가 너무 많아서 슬프더라고요. 우리가 코로나 19에 익숙해지긴 했지만, 사실은 우울감과 어떤 저하됨에 익숙해진 것 같아요. 우울함을 내재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시기인 것 같고요. 이런 우울함이 있을 때 나를 위로해주는 노래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텍스트클러버 C: 저는 선우정아의 "도망가자"를 추천해요. 가사가 좋거든요. '도망가자'로 시작해서 '돌아오자'로 끝나는데요. 출근길, 사무실에 너무 가기 싫을 때 주로 들어요. (웃음) 다른 가수의 커버곡도 좋은 게 많더라고요. 


도망가자
어디든 가야 할 것만 같아
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
괜찮아

우리 가자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대신 가볍게 짐을 챙기자
실컷 웃고 다시 돌아오자
거기서는 우리 아무 생각말자

- 선우정아, "도망가자" 가사 발췌



텍스트클러버 D: 몇 년 전 퇴사 후에 계속 힘들었던 시기에 오마이걸의 "비밀정원"을 별생각 없이 들었어요. 근데 갑자기 가사가 콕 박혔어요. 당시 일기에 가사를 적어뒀는데, '조금만 기다리면' 무럭무럭 자라나서 볼 수 있다, '별 거 아닌 풍경'이지만 좋을 수 있다는 부분이 사무쳐서 그 순간 통곡하면서 울었던 기억이 나요. 다들 꼭 들어보셨으면 좋겠어요.


내 안에 소중한 혼자만의 장소가 있어
아직은 별거 아닌 풍경이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곧 만나게 될 걸
이 안에 멋지고 놀라운 걸 심어뒀는데
아직은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알게 될 거야
나의 비밀정원

- 오마이걸, "비밀정원" 가사 발췌



'우울할 때 나를 위로해주는 노래' 플레이리스트

이달의 소녀 - So what 

이달의 소녀 - Why not

아이유 - 무릎

아이유 - 시간의 바깥

선우정아 - 도망가자

강산에 -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처럼

오마이걸 - 비밀정원

데이식스 - 한 페이지가 되어줄게



가요에 진심인 텍스트클러버 Ⓒ 공공그라운드



아무튼 텍스트 인기가요 클럽의 대미! 

덕통사고로 장식했습니다. 지금 이 시기에 영업하고 싶은 노래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텍스트클러버 E: 저는 남자 아이돌 노래만 듣는데요. 덕질을 하면 멤버가 군대에 가는 징크스가 있어요. (웃음) 군대 갈 때쯤의 성숙함, 그런 걸 가진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비투비 수록곡이 좋은데 "제발"이라는 곡이 참 애절해요. 우울하고 슬플 때 들어보기를 추천해요. 세븐틴도 밝은 곡만 있는 게 아니고 잔잔한 노래도 꽤 있는데, "좋겠다"와 "겨우"를 좋아해요. 



'지금 영업하고 싶은 노래' 플레이리스트

세정 - 테디베어

세정 - 워닝

프로미스나인 - Feel good

비투비 - 제발

세븐틴 - 좋겠다

세븐틴 - 겨우

방백 - 동네

+ 공원소녀, NCT Dream



서효인 시인: 인기 가요는 많은 사람의 취향을 모으는 특성이 있죠. 취향 하나하나를 살리기보다는 취향을 깎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점도 있고, 안 좋은 점도 있을 텐데, 모두의 취향을 만족시키려면 특별한 취향을 만족시키는 노래도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여러 가지가 함께 섞여 있어야 케이팝 씬도 다양해지고, 여러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겠지요. 요즘은 '국민가요'는 없고, 대신 개인의 취향을 가지는 시대인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방백이라는 아티스트, 공원소녀라는 아티스트는 '취향'으로서 엮여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찐한 대화가 오갔던 파랑새극장 Ⓒ 공공그라운드



<아무튼, 텍스트클럽>은 창작자와 관객이 같은 눈높이에서 '진짜' 대화를 나눈다는 점이 특별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별한 점이 있죠.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추억과 취향을 나눠주신 모든 텍스트클러버 분들께 아무튼 시리즈 중 1권을 증정해드린다는 것! 


좋은 기억과 함께 작은 기념품도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아무튼, 인기가요>에서 언급된 주요 노래와 현장에서 나눈 노래를 담은 '텍스트클러버 전용 플레이리스트'를 드렸어요. 텍스트클럽이 생각날 때마다 종종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시리즈'와 함께 만드는 <아무튼, 텍스트클럽>은 매달 네 번째 목요일에 열립니다. 다음 텍스트클럽도 역시나 누구나 할 말 많은 주제로 열릴 예정입니다. 공공그라운드 인스타그램 또는 네이버 블로그의 공지를 참고해주세요. 아무튼, 곧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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