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공그라운드 May 03. 2021

'좋은 질문' 하고 계신가요?

공공그라운드텍스트클럽05 <질문의 예술> 리뷰

공공그라운드 "텍스트클럽"은 텍스트를 매개로 텍스트 안팎의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입니다.
텍스트클럽의 관객, ‘텍스트클러버’는 창작물과 창작자를 깊이 이해할 수 있으며, 창작자의 생각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텍스트를 '읽는' 일방향의 경험이 '읽고 나누는' 쌍방향의 입체적 경험으로 전환되기를 기대합니다.


글 | 우주

사진 | (주)문학과지성사, 공공그라운드




올해 텍스트클럽은 총 3개의 시즌으로 구성됩니다. 텍스트클럽 시즌 1의 키워드는 ‘변화’입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수많은 변화에 적응하고 대처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복잡한 변화 속에서도 언제나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꼭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요?


텍스트클럽은 진화와 발전 속에 담긴 본질, 본질을 발견하기 위한 질문, 변화 속에서도 지켜가고 싶은 것에 주목합니다. 김옥영 다큐멘터리스트, 김민정 시인, 김소영 작가와 함께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본질의 가치를 조명합니다.


2021년 첫 텍스트클럽에서는 질문 전문가와 함께 본질과 질문을 다루었습니다. 40여 년간 다큐멘터리스트로 활동하고 계신 김옥영 작가님을 모시고 <다큐의 기술>에서 길어 올린 "질문의 예술"을 탐구했습니다.



텍스트클럽 05 <질문의 예술> ⓒ 문학과지성사



다큐멘터리스트는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며 메시지를 향해 나아갑니다. 그가 질문과 질문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을 때 비로소 지금, 이곳의 현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가 완성됩니다. 


다큐멘터리의 출발 지점을 알고, 메시지를 목표 지점까지 힘 있게 이끄는 다큐멘터리스트의 여정은 삶에 관한 질문과도 닮아있습니다. 텍스트클럽 05 <질문의 예술>은 '남이 보고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 지나쳐버리는 것, 중요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으로부터 나만의 시선을 발견해내는 질문의 힘에 주목했습니다.



100명이 보아서 100명이 똑같은 해석을 한다면 그것은 이미 해석이랄 게 없는 진부한 무엇일 것이다. 100명이 같은 대상을 보았어도 나만이 ‘본’ 즉 나만의 시각으로 ‘해석’한 무언가가 있을 때, 다큐멘터리의 존재 가치가 증명되는 것이다. 이러한 보는 행위를 나는 ‘발견’이라 명명하고 싶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나는 다큐멘터리를 ‘발견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스트는 어떤 현장에서 자신이 ‘본’ 무엇을 자신이 본 바대로 타자들에게 ‘보여주려는’ 존재이며, 다큐멘터리는 자신이 ‘본’ 결과다. 다르게 말해, ‘본다’는 행위가 ‘무엇’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보여주는’ 행위는 ‘어떻게’를 추구하는 행위인 것이다. 이것이 나는 다큐멘터리의 기본 태도라고 생각한다

- p.17 <다큐의 기술> 발췌



유희경 시인 (이하 '유'): 텍스트클럽 다섯 번째 <질문의 예술>을 준비하면서 기획팀은 '발견'을 '질문'이란 단어로 치환해보았습니다. 다른 해석, 다른 발견에 필수적인 태도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얻은 것이 ‘질문'이라는 키워드였습니다.


“다큐멘터리스트는 현실을 바라보는 사람이며 현상의 이면을 뒤집어볼 수 있어야 하고 이면에서 문제를 찾아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질문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고 쓰셨지요. 다큐멘터리스트뿐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질문하는 자, 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책이 저한테는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 바라보는 방식으로 느껴지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질문에 대한 키워드로, 끊임없이 질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큐멘터리스트로 40여 년이나 일하셨는데, 계속 일하게 하는 추동력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추동력이 발생한 첫 순간이나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김옥영 (이하 ‘김'): 어떤 일을 계속한다, 간직한다의 근본은 ‘매혹’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나에게 유익을 주어서도 있겠지만, 인간을 움직이는 큰 힘은 매혹된다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처음 방송사에 들어가 아무것도 몰랐을 때 조각난 이미지만 보고 글을 썼는데, 종합편집 때 보니까 갑자기 놀라운 신세계가 펼쳐지더군요. 카메라 스크린에 그림이 흘러가면서 오디오, 음악, 내레이션이 들어가 있었어요. 그 순간에 매혹되었고, 그때 그 순간이 없었다면 다큐멘터리를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큐멘터리 장르의 궁극적 목표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거라고 흔히 얘기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제작하면서 세상이 바뀐다고 느끼는 순간은 많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가끔 느낄 때가 있죠. 처음 느낀 건 KBS에서 만들었던 <광주는 말한다>라는 다큐멘터리입니다. 한국 방송에서는 처음으로 광주에 대해서 방송하게 되었는데, 그 당시 시청률이 전국 70%였다고 하더라고요. 

미디어에 대해서, 다큐멘터리에 대해서 가지는 기대와 열망, 그리고 세상에 미칠 수 있는 힘을 처음 느꼈던 것 같아요. <광주는 말한다>가 제 필모그래피의 가장 첫 번째에 놓이는 이유는 다큐멘터리가 ‘우리 사회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각성을 그때 처음 했기 때문입니다. 



<다큐의 기술> ⓒ 공공그라운드



유: 다큐멘터리스트 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질문을 할 때 대답을 예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책에 “다큐멘터리의 성공은 의도가 마침내 ‘보이게’ 하는 데에 있다.”고 하셨는데요.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한 태도는 무엇일까요?


김: ‘답정너’라는 말이 있죠. 답을 정해놓고 묻는 건 무의미하죠. 의심하지 않고 관습을 추종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질문이 다큐멘터리가 되게 하는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이 말하게 한다’는 것이에요. 어떤 얘기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을 직설적으로 묻는 것이 아니라 그 얘기를 끌어내는 질문을 합니다. 그 사람 스스로 말을 하게 하는 것. 질문의 변주가 굉장히 중요하죠. 


현장으로 하여금 말하게 하고, 현장 이미지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게 만드는 것이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의 기본적 태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큐멘터리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은 현장 이미지를 어떻게 조직해서 어떤 언어를, 어떤 문장으로 만들어내느냐이고, 이것이 다큐멘터리 감독의 기술이자 질문의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유: 그렇다면 질문의 기술을 익히는 법은 어떤 건가요? ‘완두콩 한 알도 느낄 수 있는 예민함’을 언급하셨었는데, 이건 천부적인 성향일까요?


김: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천성적으로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훈련이 된 것이고요. 질문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의심하는 훈련입니다. 우리는 보통 의심이 나쁜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관습적인 것을 추종하는 것이 더 나쁜 겁니다. 의심하지 않는 사람들은 선동당하기 쉽고요. 그러니까 의심하는 능력을 키워야 되는 거죠.


의심하는 능력이 무엇이냐면, ‘이게 과연 의심할 만한 것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죠.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의심해볼 필요가 있어요. 당연해 보이는 것도 한 껍질을 들추고 보면 분명히 의심스러운 지점이 나타날 수 있어요. 거기에 대해서 ‘왜'라고 물어봐야 하는 거죠. 저는 항상 의심의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텍스트클럽 05 <질문의 예술> ⓒ 문학과지성사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기술의 본질은 삶의 태도와도 닮아 있습니다. 적절한 때에 좋은 질문을 하는 것, 의심하는 습관을 갖추는 것. 나만의 관점을 가지고 사회 현상과 나 자신을 해석하고 사유하는 방식은 비단 다큐멘터리 제작 기술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김옥영 작가님과의 토크를 마친 후에는 텍스트클러버의 사연과 ‘질문에 대한 질문’으로 질문의 기술, 대화의 기술, 삶의 기술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용기 내어 좋은 질문을 보내주신 덕분에 풍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사연은 팀원들과의 소통 중 ‘꼰대’가 될까 봐 두려운 90년생 팀장님의 질문이었습니다. 알고리즘이 완전히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어떤 질문을 하면 좋을지 고민을 보내주셨고, 명쾌한 답이 이어졌습니다.



김: 질문의 종류는 세 가지 정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정말 몰라서 물어보는 질문이 있겠죠. 두 번째는 의심에서 나온 질문, 일반적으로는 사회 현상이나 사건에 대해 가지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당연해 보이는 것에 대해 과연 당연할까 싶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고. 세 번째는 질문의 형태지만 질문을 빙자한 다른 것입니다. 가령 ‘너 이것도 모르냐?’고 질문했을 때 이것은 질문이 아니죠. (웃음)

이번 질문은 팀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팀 내의 관계를 강화하고, 팀으로서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일은 개인적인 질문이 아니라 우리의 질문을 만들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는 것은 그 질문을 독백이 아니라 대화의 형태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나의 질문을 우리의 질문으로 치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 p.6 <다큐의 기술> 발췌


김: 예를 들어, 방송 작가들은 방송사에서 위계 구조상으로 피디보다 항상 아랫사람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이기도 하고, 부당한 일을 당하는 일도 꽤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너는 왜 그런 일을 당했니?’라든가 ‘왜 그렇게 했니?’라는 질문에 그치면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문제 해결책을 논의하게 되죠. 그런데 ‘방송사의 위계 구조에 의한 구조적인 문제’라고 인식을 하면, 이 문제는 방송 작가라는 ‘직종’에 관한 문제가 됩니다. 방송작가는 이런 대우를 받는 게 과연 합당한가, 라는 질문을 하게 되죠. 한 개인의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일 때 ‘우리의 질문’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개개인에게 질문을 하고 대화를 해서 관계를 좋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팀을 위해서 우리의 질문을 만들어 주세요. 그 질문을 해결해가는 과정 속의 팀은 진실한 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텍스트클럽 05 <질문의 예술> 텍스트클러버 ⓒ 문학과지성사



두 번째 질문은 “우리는 왜 지금 적극적으로 질문해야 하나요?”입니다. 바뀌는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계속 질문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과 회의감, 그리고 질문하는 나 자신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었습니다.



다큐멘터리의 시작은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며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란 이런 탐구로부터 출발하여 자신의 발언에 도달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 p.175, <다큐의 기술> 발췌


 

김: 중요한 질문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에 의문을 품은 사람은 누구나 이 생각을 해보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저도 이렇습니다. 세상에 불만이 많아요 (웃음). 가끔은 회의주의가 돼요. 내가 이렇게 떠들면 뭐하나, 세상은 안 바뀔 텐데 싶죠. 어떤 의문을 품고 질문을 하더라도 질곡에 빠질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을 겁니다.


대상을 들여다보는 것은, 그래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행위가 된다. 나는 왜 이 대상에 끌리는가? (...) 그것을 타자와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할 때, 다큐멘터리 기획이 시작되는 것이다. 개인적인 끌림이 ‘사회화’되는 과정이다. (...)
자신의 절실함이 왜 타자에게 가닿아야 하는지 이유를 발견하게 하는 과정이자, 그것이 어떻게 타자에게도 절실하게 가닿을 수 있을지 대화의 기술을 탐구하게 하는 과정인 것이다.
- p.160, <다큐의 기술> 발췌



김: 세상을 바꾸기 위해 질문하는 사람이 필요하지만, 세상이 바뀌지 않으면 그 행위는 결국 무위한 것이 되지 않겠습니까? 저도 질문자와 비슷한 유형의 사람이라 깊게 생각을 해봤어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저 자신을 위해서 질문을 합니다. ‘내가 세상에 대해서 질문하는 인간이 될 것인가?’, ‘침묵하는 인간이 될 것인가?’, ‘방관하는 인간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저는 대답을 해야 하는 거예요. 


인생에서 어떤 순간마다 이런 질문을 받는다고 생각해요. 너는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 너라는 인간은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 그때 우리는 선택을 하는 거죠. 

영화 <매트릭스>에도 빨간 약과 파란 약을 선택하는 장면이 있죠. 그 선택은 외부의 목적 때문이 아니라, 내가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라는 거죠. 다시 말하면 세상을 완전히 뒤집어엎고 바꿀 수 있어서가 아니라, ‘나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면 좋겠다’라는 자기상이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나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 것인가’를 자의적으로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다큐멘터리를 기획할 때도 마찬가지지만) 어떤 문제에 대해서 내가 그 문제를 발견하는 인간이 되기로 선택한 거예요. ‘세상이 어떻게 되어야 한다'가 아니고 우선 ‘내가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선택한 것이고, 그다음 부수적으로 세상이 변화하는 거죠. 사실 저는 세상이 변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SNS에 아주 정성을 들여서 글을 씁니다. (웃음) 제가 하는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 마음에 가닿아서, 나의 질문이 우리의 질문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렇게 확산되면 큰 목소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정성스럽게 씁니다.



텍스트클럽 05 <질문의 예술> ⓒ 문학과지성사



마지막으로는 질문을 하려고 할 때마다 쑥스러워지는 분의 사연을 함께 고민해보았습니다. 질문할 때의 멈칫거림을 해결하는 방법, 그리고 좋은 질문을 하는 비법을 질문해주셨습니다.


유: 어쩌면 우리 사회가 질문을 잘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인 것 같기도 합니다. 질문하는 순간의 쑥스러움과 막힘을 해결하는 용기 있는 비법이 있을까요?


김: 우리가 무언가를 극복하는 것은 그 현상의 실체를 깨닫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두 공감하실 거예요. 학교에서 강의하다가 학생들에게 질문하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져요. (웃음) 특수한 현상이 아니고 보편적인 현상인데, 우리 교육 풍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 과정 상에서 사지선다형 교육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머릿속에 항상 정답이 있어요. 정답 없는 것이 없죠. 정답을 말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우리에게 있어요. 내 질문이 틀렸을까봐, 틀린 것에 대한 두려움이 굉장히 막강하죠. 

이것은 유교적 전통, 체면 사회의 폐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까’라는 생각이 들잖아요. 다른 사람들에게 틀린 답을, 틀린 질문을 말하는 사람으로 보일까 봐서 두려운 거죠. 이렇게 현상에 대한 실체를, 사회적 압력에 의해 그렇게 됐다는 걸 깨달아야 해요. 그것은 개인의 잘못이 아니에요. 


인생에 정답이 없는 것, 혹은 정답이 여러 개인 것들이 많습니다. 인생은 고정태가 아니라 동태입니다. 나를 둘러싼 사회 현상도, 나도 변화합니다. 어제의 정답이 오늘은 아닐 수도 있어요. 이 변화 속에 있다는 것을 알고 나면 별로 두렵지 않아요. 지금은 내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두려운 거예요. 이것이 사회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면 극복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겨요. 깨닫기만 하면 됩니다.


 

텍스트클럽 05 <질문의 예술> ⓒ 문학과지성사



유: 그렇다면, 우리가 좋은 질문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김: ‘질문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냐’는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질문을 발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질문을 ‘어떻게 멋지게 하느냐’가 아니고요. 멋진 질문은 없고 진짜 질문만 있는 겁니다. 내가 먼저 의문을 가져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의심하는 훈련이 필요한 거예요. 모순을 간파하는 논리적 훈련, 한쪽으로 근거 없이 몰아치는 이야기에 대한 의심 같은 것이 필요하죠. 제대로 질문을 발견했다면 표현하는 것에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질문을 제대로 발견하면 말은 저절로 됩니다. 어떤 질문을 정확하게 발견했으면 그건 이미 생각 속에서 말이 되어 있는 거예요. 정확하게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거죠. 그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고요. 


삶에서도 다큐멘터리스트적인 태도가 필요합니다. 어떤 사람, 어떤 매체의 이야기를 무조건 신봉하는 태도를 버려야 해요. 우리는 모두가 주체적으로 살고 싶어 하잖아요. 주체적으로 살려면 품이 드는 거예요. 내가 근거를 찾아봐야 하죠. 귀찮아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아야 내가 주체적인 개인으로 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을 찾고 말하는 과정은 이 분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이 시대의 누구에게나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텍스트클럽 05 <질문의 예술> ⓒ 문학과지성사



김옥영 작가님은 유의미한 질문을 만나고, 생각을 나눌 수 있어서 몹시 즐거웠다는 소감을 전해주셨습니다. 100분이 30분처럼 느껴질 만큼 모두 몰입했던 다섯 번째 텍스트클럽. 유쾌하고 단단한 말씀을 나눠주신 김옥영 작가님, 토크의 중심을 잡아주신 유희경 시인님, 그리고 시종일관 반짝반짝한 눈빛과 웃음을 보내주신 텍스트클러버 여러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올해 텍스트클럽은 총 3개의 시즌으로 구성됩니다. 3개월마다 한 번씩 대주제를 바꾸어가며 에세이, 시, 예술, 인문학 등 다양한 유형의 텍스트를 다룹니다. 하나의 주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골똘히 생각해보며 텍스트의 경험을 확장하는 기회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다음 여섯 번째 텍스트클럽은 5월 두 번째 목요일에 열립니다. 공공그라운드 인스타그램 또는 네이버 블로그를 참고해주세요. 곧 만나요!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밤 낱말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