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너머, 오래된 감각의 기록
하루를 여는 고요한 아침,
나는 문득 서랍 깊숙이 숨겨져 있던 낡은 메모장을 꺼내 들었다.
종이 위에 옅게 번진 잉크, 한 자 한 자 정성껏 눌러쓴 문장들이 마치 시간의 숨결을 간직한 듯 내게
다가왔고, 그 흔적에는 디지털은 감히 닿지 못할 감정의 숨결이 숨 쉬고 있는 듯했다.
한때 나는 모든 생각과 기억을 디지털 속에 담는 것이 최선이라 믿었고. 컴퓨터의 화면은 그 모든 것을 빠르게 저장해 주었으며, 수많은 메시지는 순식간에 세상 끝까지 퍼져나갔다.
나는 그렇게 티스토리 블로그를 운영하며 AI와 디지털 기술에 대해 많은 콘텐츠를 써왔다. 정보는 쌓였고, 독자와의 연결도 많아졌다.
그러나 그 완벽함 속에서 나는 점차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감각에 종종 휩싸이곤 했다.
데이터는 날이 갈수록 차곡차곡 쌓여만 갔지만, 내 마음은 점점 비워져만 가고. 구독자와의 연결은 늘어났지만, 진정한 공감은 점점 멀어져 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정작 진심이라는 는 시선조차도 점차 희미해지고. 기술이 진심을 대신하려 할수록, 오히려 진심은 알고리즘의 틈 사이에서 점점 더 희미해져 만 같다.....
그 메모장의 첫 페이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짧은 문구였지만, 그 말은 마치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내 본질을 깨우는 주문 인량, 나의 감각을 깨워 주었다
오늘날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의 알림을 받으며 살아간다.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주의를 요구하고, AI는 우리의 생각을 예측하며, 알고리즘은 우리가 원할지도 모르는 콘텐츠를 미리 준비해 놓는다. 기술은 더 이상 ‘도구’가 아니라, 삶 자체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정작 그 기술의 현란한 중심에서,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우리는 기술을 사용하는 주체일까, 아니면 이미 그 흐름에 휩쓸려가는 존재가 되어버린 걸까?
한 번은 친구와의 약속 장소에서 이런 광경을 보았다.
커피숍 안, 세명의 젊은 청년들이 않자 있었다. 모두 한 손에는 커피를, 다른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쥐고 있었다. 대화는 끊어지고, 웃음은 사라졌다. 그들은 ‘같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모두 각자의 스크린 속에 갇혀 있었다.
그 장면을 보며 나는 문득 생각을 했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지만, 왜 진짜 대화는 사라져 가고 있는가?"
나는 오래전에 한 작가의 글에서 깊은 울림을 주는 문장을 읽은 적이 있다.
"사람은 기술을 통해 세상을 보지만, 진짜 세상은 기술 너머에 있다."
이보다 더 정확한 통찰이 있을까?
AI가 감정을 흉내 내고, 가상현실이 현실을 재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 어떤 기술도, 누군가의 손길이 닿았을 때의 온기를 대신해 줄 수는 없다.
그 어떤 화면도 진심 어린 눈빛을 표현할 수 없으며
그 어떤 음성 합성도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가 주는 감정을 따라갈 수 없다.
기술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우리는 그 빛바랜 감정을 추억 속에서 찾지만
그 추억이 손끝에 닿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존재"의 온기를 다시 느끼게 된다.
그러다 문득, 누군가의 손길 하나에 눈물이 터지고, 오래된 편지 한 통에 마음이 녹아내린다.
그 순간, 우리는 깨닫는다.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건, ‘빠름’이 아니라 ‘깊음’이고,
‘정확함’이 아니라 ‘따뜻함’이라는 걸.
나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글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나는 쓰고 싶다.
기술이 사라진 자리에, 여전히 숨 쉬는 우리를, 그 따뜻한 결을,
화면 넘어가 아닌, 진짜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의 "이야기를"
AI가 쓴 문장이 아닌, 누군가의 가슴에서 우러난 글을 나는 전하고 싶다.
오늘의 최신 기술은 내일이면 구식이 되고,
지금의 핫한 플랫폼은 몇 년 뒤면 잊힌다.
하지만 인간의 감정은 변하지 않는다.
아직도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아프고, 사랑하고, 슬퍼하고, 기뻐한다.
그 감정은 100년 전이나, 100년 후에도 변함없이 이어질 것이다.
기술의 흐름 속에서 잠시 ‘자신’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혹시 너무 많은 정보와 연결 속에서,
정작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가?
오늘 밤,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아 보자.
창문을 열고 밤바람을 느껴보자.
누군가에게 전화 한 통 대신, 직접 얼굴을 보며 대화해 보자.
메모장 하나를 꺼내, 손으로 글을 써보자.
그 순간, 당신은 다시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트렌드가 바뀌고, 기술은 퇴색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 너머에서,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살아가고 있다.
"기술은 지나가고, 인간은 남는다"
그리고 나는, 그 문장을 실천하는 글을 쓰고 싶다.
차갑지 않은, 따뜻한 글.
빠르지 않은, 깊은 글.
기술이 아닌,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글.
그것이 내가 글을 사랑하는 이유며.
그것이 내가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자 하는 이유이자,
그 따뜻함이 글을 넘어, 누군가의 하루에 조용히 머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 이 시리즈는 총 8화로 이어집니다
디지털 연결 속 감정의 공허함,
그리고 진정한 ‘대화’가 지니는 온기에 대해
함께 깊이 들여다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