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 먼 훗날 네가 이 글을 읽게 된다면

by 다시 자라는 어른

먼 훗날 네가 이 글을 읽게 된다면.....




1. 시간을 건너온 편지

너의 키가 나의 어깨를 훌쩍 넘기고, 너의 목소리에서 어른의 결이 느껴질 즈음 혹은 네가 나만큼의 나이가 되어 누군가의 부모가 되었을 때—나는 네가 이 낡은 기록들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이 글들은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너의 눈부신 시작에 대한 증언이자, 네가 세상을 향해 뻗었던 작은 손짓들에 대한 나의 관찰기란다.



지금의 너에게는 당연한 공기 같은 나의 사랑이, 한때는 얼마나 치열한 고민이었고 서툰 눈물이었는지 말해주고 싶었다. 이 기록들은 단순히 너를 키운 기록이 아니라, 너를 통해 내가 다시 태어났던 시간에 대한 고백이기도 하다.



2. 우리가 함께 쓴 무수한 정답들


이 글 속에는 네가 처음 "엄마, 아빠"라고 불렀던 경이로운 순간부터, 우리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흉터를 남겼던 아픈 밤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모든 순간에 정답은 없었지만, 돌아보니 그 모든 것이 우리에게는 유일한 정답이었다.



네가 울 때 나는 인내를 배웠고, 네가 웃을 때 나는 천국을 보았다. 네가 스스로 신발끈을 묶을 때 나는 기다림을 익혔고, 네가 내 손을 놓았을 때 나는 비로소 너를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법을 깨달았다. 네가 자라는 동안 나 또한 부모라는 이름의 거친 껍질을 벗고 조금 더 투명한 어른이 되어갔단다. 이 글의 마디마디에는 그때의 내가 흘린 땀방울과 네가 내뿜던 싱그러운 숨결이 문장이 되어 살아 숨 쉬고 있다.



3. 네가 흔들릴 때의 이정표가 되기를

살다 보면 세상이 너에게 차가운 비바람을 뿌릴 때가 있을 것이다. 네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라고 다그치고, 너를 한낱 숫자로 평가하려 드는 날들이 올지도 모른다. 그럴 때 이 글들을 읽어주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너는 이미 충분히 눈부셨던 존재였다는 것, 네 울음소리가 누군가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노래였다는 것, 그리고 너라는 존재가 태어난 것만으로도 누군가의 무채색 세상이 찬란한 빛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다오. 네가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 이 기록들이 너의 뿌리가 어디에 닿아 있는지 알려주는 작은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



4. 영원히 끝나지 않을 연재

비록 이 연재는 여기서 멈추지만, 너와 나의 이야기는 매일 아침 식탁 위에서,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속에서 계속될 것이다. 종이 위에 쓰인 글은 마침표를 찍어도, 너를 향한 나의 마음은 마침표를 모르는 문장처럼 영원히 이어질 테니까.



먼 훗날, 네가 이 글을 다 읽고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다면 나는 그저 환하게 웃어주고 싶다. "너를 사랑하는 동안 내 삶은 단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았어"라고.



너는 나의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자, 내 생애 최고의 행운이었다. 고맙다. 나의 아이로 태어나주어서. 그리고 서툰 나의 부모 노릇을 기꺼이 받아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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