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터러시 아카이브 #5
읽기는 생각을 들여오는 일이고,
표현은 생각을 세상으로 내보내는 일이다.
AI 시대 핵심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무엇을 읽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가.
생각하지 않는 표현은 소음이 되고,
표현하지 않는 생각은 사라진다.
그래서 지금, 리터러시는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리터러시(literacy)는 오랫동안
‘읽고 쓰는 능력’을 의미해 왔다.
문자를 해독하고, 의미를 이해하며,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
그러나 미디어 환경이 바뀌면서
리터러시는 더 이상 문자에만 머물 수 없게 되었다.
인쇄문화 → 문자 리터러시
방송·영상문화 → 미디어 리터러시
인터넷·플랫폼 → 디지털 리터러시
알고리즘·생성형 AI → AI 리터러시
우리나라는 이러한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매체가 나올 때마다
그 매체에 맞추어 ‘각각의 리터러시’로 나누어 불러왔다.
하지만 현실의 인간 경험은 분절되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읽고–보고–듣고–만지고–생성하며 동시에 사고한다.
― OECD·EU의 AI 리터러시 프레임워크
최근 OCED와 유럽연합(EC)은 공동으로
「AI 리터러시 프레임워크(AI Literacy Framework)」(2025)를 제시하며,
AI리터러시를 단순한 기술 활용 능력이 아니라
삶 전반을 관통하는 통합적 시민 역량으로 규정하고 있다.
OECD & EU(2025)는 AI 리터러시(AI literacy)를 정의하면서
이를 특정 기술 영역에 한정하지 않고,
다음의 여섯 가지 핵심 영역을 포괄하는 통합적 프레임워크로 제시한다.
• 컴퓨터 과학(computer science)
• 미디어리터러시(media literacy)
• 디지털리터러시,(didital literacy)
• 데이터과학(data science)
•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
• 윤리(ethics)
이는 AI리터러시가
코딩이나 프로그래밍 역량에 국한되지 않으며,
이해·비판·윤리·창의·표현을 포함한 복합적 인간 역량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또한 이 프레임워크는
AI 리터러시의 핵심 역량을 다음의 네 가지로 제시한다.
① Engage with AI
: AI 인식 및 탐색 역량
② Create with AI
: AI를 활용한 창의적 생산 역량
③ Manage with AI
: AI의 책임있는 관리와 활용 역량
④ Design with AI
: AI 시스템의 설계, 응용, 문제 해결 역량
이러한 핵심 역량은
다시 다음과 같은 순환적 역량 구조로 구체화된다.
• 접근·이용(Access & Use)
: 다양한 AI 기술에 원활하게 접근하고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역량
• 이해·분석(Understand & Analyze)
: AI의 작동 원리, 데이터와 알고리즘, AI콘텐츠가 사회․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평가․성찰하는 역량
• 권리·책임(Ethics, Rights & Responsibility)
: 공정성, 안전, 개인정보, 지식재산권 등 윤리적 쟁점을
인식하고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며 행동에 책임을 지는 역량
• 표현·소통(Expression & Communication)
: AI를 활용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고
타인과 협력․소통하며 사회적 의미를 만들어가는 역량
이 네 단계는 선형적 과정이 아니라 순환 구조를 이룬다.
즉, AI를 사용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 이해하고
→ 윤리적으로 판단하며
→ 표현과 소통으로 확장되는 과정이 반복될 때
비로소 AI 리터러시가 완성된다는 관점이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전환이 일어난다.
AI 리터러시는 더 이상 ‘기술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성·윤리·표현·문화가 결합된 삶의 역량,
곧 통합 리터러시의 핵심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각 국가는 서로 다른 언어와 정책적 맥락으로
AI 리터러시를 해석하고 있다.
여기서는 리터러시 교육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핀란드와
우리나라를 비교해 보려 한다.
1) 핀란드: ‘멀티미디어 리터러시(Multimedia Literacy)’
핀란드는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리터러시를 단일 능력이 아닌 복합 역량으로 보아 왔다.
핀란드에서 사용하는 멀티미디어 리터러시는
• 전통적 읽기·쓰기 능력
• 디지털 리터러시
• 미디어 리터러시
•AI 리터러시
를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연속선상에서 다룬다.
핵심은 명확하다.
“중요한 것은 매체가 아니라,
그 매체를 통해 인간이 무엇을 이해하고
어떻게 표현하며
어떤 시민으로 살아가는가”이다.
따라서 핀란드의 리터러시 교육은
텍스트·이미지·영상·소리·데이터를 넘나들며
이해–비판–표현–윤리를 동시에 다룬다.
핀란드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을 다룰 줄 아는가’가 아니라
‘기술 속에서 사고의 주도권을 갖는가’이다.
2) 한국: 분절된 리터러시 담론
반면 한국에서는
문해력(기초 읽기·쓰기),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 활용 능력),
디지털 리터러시(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 AI 리터러시(AI를 활용 능력)에
각각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 용어들은 서로 연결된 하나의 역량이라기보다
각각의 정책 영역과 담론으로 분리되어 사용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 결과, 교육 현장에서는 종종 다음과 같은 혼란이 발생한다.
읽기는 국어교과의 몫,
디지털은 정보·컴퓨터 영역의 몫,
AI는 기술 교육의 몫,
표현은 예술이나 선택 과목의 몫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분절은
읽기-사유-표현이 하나의 순환으로 작동해야 할
리터러시의 본질을 흐리게 만든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 능력이 각각의 영역으로 분절되어
가르쳐진다.
반면 실제 삶의 현장에서는
이 모든 능력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AI 시대에도 여전히 인간은
읽고, 해석하고, 판단하고, 책임지고, 표현하며 살아간다.
이 어느 하나도 분리될 수 없다.
그래서 융합리터러시는
특정 교과나 기술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과정 전반에서, 그리고 삶의 현장에서
통합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핵심 역량이다.
― 예술매체표현 리터러시의 제안
이러한 세계적 흐름과 국가별 리터러시 담론의 차이를 종합하며
나는 ‘융합 리터러시(Convergent Literacy)’,
그리고 그 실천적 개념으로
‘예술매체표현 리터러시(Art-Media Expression Literacy)’라는 용어를 제안하고자 한다.
▶ 융합 리터러시(Convergent Literacy)란 무엇인가
융합 리터러시란
텍스트·이미지·영상·소리·데이터·AI 등
다양한 매체와 기술을 넘나들며
이해, 비판, 윤리, 표현, 소통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인간 중심의 총체적 문해 역량이다.
이는 OECD·EU의 AI 리터러시 프레임워크가 제시한
‘표현과 소통’을 단순한 활용 단계가 아니라
시민역량의 핵심 축으로 재위치시키는 개념이다.
즉, 융합 리터러시는
읽기와 쓰기, 수용과 생산, 이해와 창조를
서로 분리된 능력이 아니라
하나의 순환 구조로 바라본다.
읽기 → 사유 → 표현 → 다시 읽기
이 순환이 끊어지지 않을 때
인간은 기술을 도구로 삼고,
기술에 종속되지 않는다.
▶ 예술매체표현 리터러시란 무엇인가
‘예술매체표현 리터러시(Art-Media Expression Literacy)’란
“읽고 이해한 내용을
글쓰기뿐 아니라 이미지, 영상, 소리, 음악,
AI 생성 매체 등 다양한 예술적·매체적 형식으로
자기 언어로 재구성하고 표현하는 능력.”
을 의미한다.
이는 융합 리터러시의 실천적·교육적 구현 형태로,
문자 중심의 표현을 넘어
감각·정서·기술을 동원한 표현 역량을 포함한다.
조작적으로 정의하면,
예술매체표현 리터러시는
문자·이미지·소리·영상·AI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보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해석하며,
자신의 생각을 목적과 맥락에 맞게
적절한 형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통합적 사고·표현 능력이다.
OECD와 EU는 말한다.
AI 리터러시는 통합적 시민 역량이라고.
핀란드는 말한다.
리터러시는 이미 멀티미디어적 삶의 능력이라고.
나는 여기에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
AI 시대의 리터러시는
결국
‘어떻게 읽고,
어떻게 표현하며,
어떤 인간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그래서 나는
AI 시대의 리터러시를
융합 리터러시,
그리고 그 실천으로서
예술매체표현 리터러시라고 부른다.
이것은 새로운 유행어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세계적 흐름을
한국의 언어와 교육 현실 속에서
의도적으로 구성한 개념이며,
조작적 정의를 통해
인간 교육을 다시 중심에 놓기 위한
선택이다.
우리는 더 이상
“무엇을 읽을 것인가”만 묻지 않는다.
이제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이 생각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읽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인간.
그 순환 속에서
리터러시는 살아 움직이고
인간은 다시 중심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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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터러시 아카이브 #6
뇌는 어떻게 읽는가 — 독서의 뇌과학과 새로운 독서매체의 탄생
해성 김수경(海星 金水卿)/리터러시아 수경(literasia Sookyoung, Kim)
해성(海星)은 마리스텔라(maiesrella)라는 가톨릭본명을 한자로 쓴 것으로,
마리스텔라가 바다의 별이라는 의미처럼
별처럼 사람들에게 길을 비추는 존재를 지향하고자 한다.
‘리터러시아(Literasia)는 Literacy 와 Asia 의 결합어로,
지식의 민주화와 배움의 권리를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