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에 밀려나는 어린 백조
“통디야, 통디야!”
강 위쪽에서 엄마,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통디는 두려움 때문에 “엄마, 아빠! 나 여기 있어요.”
하고 소리 칠 수 없었다.
물결은 어린 백조 통디를 자꾸 떠밀어 내었다. 통디는 두 발을 움직여 강 위쪽으로 헤엄쳐 올라가려 했지만 힘들었다. 강 물결은 거셌고 통디는 한 줌 깃털처럼 작고 가벼웠다. 또한 물속에 너무 오래 있었기에 몸의 체온도 떨어졌고 날개와 다리에 힘도 빠졌다. 통디는 있는 힘을 다해 발로 물을 차며 되돌아가려 했지만 오히려 엄마 아빠가 있는 곳으로부터 더 멀어져 갔다. 황혼이 짙어져 가는 강물 위에서 통디는 혼자 물결에 떠내려갔다. 통디의 마음속에는 절망과 공포가 드리워졌다.
통디를 찾는 엄마 아빠의 애타는 목소리도 점점 희미하게 들려왔다. 추웠다. 다리를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통디는 굵은 나무뿌리들이 강물에 닿아있는 기슭까지 있는 힘을 다해 다가갔다. 하지만 뿌리는 너무 굵고 미끄러워 올라갈 수 없었다. 나무뿌리를 밟고 올라가려 애를 쓰다 미끄러지고 또 밟고 올라가려다 미끄러지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 통디의 발가락은 서로 붙어 있어서 발가락으로 나무를 붙잡기가 어려웠다. 통디는 기진맥진했다. 남은 힘마저 거의 다 빠져 버렸다. 서서히 어두워져 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있는 힘을 다해 기어 올라가던 나무뿌리에서 미끄러져 떨어졌을 때 통디는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날개가 축 쳐져서 물에 젖었다. 화끈거렸다. 다친 것 같았다.
통디는 '아, 이게 죽는 거구나!' 하고 생각했다. 어린 통디의 몸은 물결을 따라 둥둥 떠내려갔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통디의 귓가에 “바보, 바보! 다리도 짧고, 말도 못 하고, 뚱뚱하기만 한 바보...” 하고 놀려대는 아이들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통디는 다리를 움직이기를 멈추고 몸에 완전히 힘을 뺀 채 물살에 몸을 맡겼다. 물결은 통디를 가벼운 나뭇잎처럼 거칠게 휩쓸고 내려갔다.
처음 유치원을 가야 했던 때가 떠올랐다. 부드럽고 하얀 깃털에 감싸인 앙증맞은 작은 깃털 뭉치 같은 백조 통디는 엄마 ‘흰구름’과 아빠 ‘푸른 산’과 함께 숲 속 아주 크고 멋진 소나무 둥지에 살고 있었다. 통디는 매일 엄마 아빠가 잡아다 주는 맛있는 벌레와 작은 물고기를 먹으며 둥지에서 무럭무럭 자랐다. 어느 날 엄마는 통디를 유치원에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유치원에 갈 만큼 몸이 크지는 않았지만 엄마 흰구름은 하루라도 빨리 유치원에 가서 통디가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엄마, 나 유치원 안 갈래.”
통디는 응석을 부렸지만 엄마 흰구름은 단호하게 말했다.
“안돼, 가야 해!
통디는 엄마의 말에 울먹거렸다.
“유치원 무서워, 무서워!”
“얘가? 바보 아니니? 남들 다 가는 유치원이 뭐가 무섭다는 거야!”
엄마 흰구름이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통디가 울음을 터트리기 직전 옆에 있던 아빠 푸른 산이 통디에게 다정하게 말했다.
“통디야, 너 유치원이 무섭구나? 낯선 곳이라서 무서운 거지?”
푸른 산이 통디를 그 하얀 날개로 감싸주면서 말했다. 통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서우면 가지 않아도 돼.” 푸른 산이 말했다.
“정말?” 통디가 의심스러운 얼굴로 아빠 푸른 산을 쳐다보았다.
“그럼! 그런데 통디야, 낯선 곳은 무서울 수도 있지만 또 새로운 일이 생기는 곳이기도 해. 너는 그곳에서 비밀을 나눌 수 있는 너만의 친구를 사귈 수도 있어!”
푸른 산의 말에 통디가 물었다. “아빠, 친구가 뭐예요?”
“응, 친구란 너와 깊은 마음을 나누면서 함께 우정을 갖는 누군가를 말하는 것이란다. 같이 놀기도 하고, 마음속 비밀이나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또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서로 격려도 해주면서 함께 성장하는 거지.”
통디는 엄마, 아빠 이외에 친구를 가질 수도 있다는 말에 유치원이 꽤 근사하게 느껴졌다. 아빠 푸른 산이 계속해서 말했다.
“아빠도 유치원에서 엄마를 만나 서로만의 친구가 되었거든!”
통디는 엄마 얼굴을 쳐다보았다. 엄마 흰구름은 통디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알았어요, 아빠.” 통디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래도 무서우면 울어도 괜찮아! 울고 나면 무서움이 조금 가실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 아가 통디는 용감한 아이니까 아빠는 걱정하지 않아!”
통디는 아빠 품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아빠 품 속에서 미리 울어보려 했지만 울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대신 통디는 유치원이 아주 즐겁고 재미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친구를 만나 같이 숲 속을 놀러 다니는 상상을 했다. 그러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통디는 유치원을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다 문득 통디는 다시 정신이 돌아왔다.
백조 무리에서 멀리 떨어져 나온 이제는 다시 그 유치원으로 돌아갈 수도 없을 것이다. 또 그 아이들도
선생님도 엄마 아빠도 이젠 다시 영영 볼 수 없을 것이다.
“아빠, 아빠!” 통디는 유치원을 가라고 설득하던 아빠 목소리를 생각하며 아빠를 불렀다.
그때, 물결에 떠내려가던 통디의 몸이 나뭇가지에 하나에 걸렸다. 통디는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곳은 모래땅으로 되어 있고 나무 부스러기들이 밀려와 쌓여있는 강기슭이었다. 통디는 정신을 차리고 모래 땅위로 올라갔다.
통디는 온몸을 흔들어서 물을 털어냈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가까이 보이는 덤불숲을 찾아 기어 들어갔다. 덤불숲 속에 자리를 잡은 통디는 부리를 날개 아래 묻고 최대한 몸을 동그랗게 말아서 자기 체온으로 몸을 데웠다. 몸이 점차 따뜻해졌다. 그러자 배고픔이 느껴졌다. 통디는 발아래 흙을 조금씩 먹었다. 마른 나뭇잎도 조금 뜯어먹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잠이 들었다.
힐링동화 통디 이야기 2편 : 물결에 밀려나는 어린 백조
https://brunch.co.kr/@ingcca/114
그리고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이것에도 관심 가져 주세요.
# "따돌림, 네 잘못이 아니야" 출간과 따돌림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스토리 펀딩이 진행 중입니다.
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1319
작가의 말: 아이의 성장과 치유에 초점을 맞추어 쓴 힐링 동화 입니다. 아이에게 읽어주면 자연스럽게 성장에 필요한 마음들이 내재되도록 구성되었습니다. 또한 성장하면서 아이들은 동화의 스토리를 삶속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동화는 아이들이 필요한 때에 힘과 지혜와 통찰을 줄 것입니다. 엄마들이 읽어도 좋은 동화랍니다.
당부말씀: 이 동화에 사용된 그림은 무료 배포가능한 그림이 아닙니다.저작권이 있으니 무단 사용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