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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an 13. 2019

육묘인의 하루

고양이 키우기, 쉬울 리가 없다


이 글은 새벽 1시 48분, 칭얼거리는 아이에게 꿀잠 마사지를 조금 해주고 난 뒤 쓴다.


몸이 안 좋은 ㅈ은 이른 저녁부터 잠들었다. 꿀잠 마사지에 만족한 아이는 ㅈ 위에 올라가 잠이 든다. 고양이까지 모두 잠든 밤, 집은 한없이 고요하다. 추위를 많이 타는 ㅈ이 꼼꼼히 덮은 이불 위로 고양이 두 마리가 늘어져 자고 있는 모습. 나는 저 풍경을 좋아한다. 이런 풍경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상상 못 했던 것이다. 나는 고양이보다는 개를 좋아했고,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은 한참 더 지나고 가능할 줄 알았다.



고양이는 키우기가 쉽다


내가 고양이를 데려오기 전에, 그러니까 고양이에 대해 아는 거라곤 예쁘고 독립적인 생물이라는 것 외에는 없을 때엔 나도 그런 줄 알았다. 혼자 사는 나에게 개보다는 고양이가 비교적 적합한 반려동물이라 생각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고양이를 데려온 후에도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묻는다. 고양이는 그래도 키우기 쉽지 않아?


그래서 오늘은, 나 빼고 모두 잠든 김에 육묘인의 하루를 복기해본다. 오늘은 보통 시간에 퇴근을 하고 보통의 육묘 코스를 밟았다. 그러니 오늘은 ㅈ이 먼저 잠들어 모든 일을 나 혼자 했다는 걸 제외하면, 아주 보통의 날이다.



고요해진 집에서 이제 나도 씻고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 예정이다. 출근시간이 10시라 다행이다.


나는 보통 저렇게 산다. 집에 좀 일찍 도착하거나 특별한 일정이 있는 날은 육퇴가 좀 앞당겨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저런 날이다. 저녁놀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취침 전 놀이는 스킵할 때도 있지만, 되도록 해주려고 한다. 에너지를 충분히 발산하지 못하면 야행성의 고양이들이 밤에 심하게 우다다를 해 정작 내가 못 잘 수도 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회사가 끝나면 내 시간이 거의 없다. 저 중 몇 개를 스킵하고 내 시간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취침 전 놀이를 스킵하는 날을 대강 생각해보더라도 어쨌든 하루에 최소 3시간 반은 육묘 및 고양이에 관련된 가사노동을 하는데 소요된다.



지금은 선미가 걸어서 5분 거리인 ㅈ의 집에서 따로 지내고 있기 때문에 이동시간을 포함한 2시간 반 정도의 육묘 시간이 추가되지만, 곧 이사를 갈 예정이다. 물론 이사 후에도 꽤 오랫동안 내 육묘 시간이 줄어들지는 않을 거라 예상한다. 코이, 아이와 선미 모두 성묘라 어린아이들 합사처럼 후다닥 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선미는 중년인 데다 아직 완전히 순화되지 않아서 서두르지 않고 몇 달에 걸쳐 조금씩 합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러나저러나 시간이 오래 걸릴 거란 뜻이다.


시간표에 없는 일도 가끔 생긴다. 고양이가 원할 때 고양이와 교감하는 시간인데, 말 그대로 고양이 마음대로라 시각화하기 어렵다. 개를 키우는 것과 고양이를 키우는 것의 차이는 산책 유무와 목욕 횟수 말고 크게 다른 게 있을까 싶다. 그러니 고양이는 손이 잘 안 간다는, 혼자 있길 좋아한다는 등의 얘기는 누가 만들어낸지 모르겠다. 손을 안 댔으니 손이 안 간다고, 혼자 둬도 고양이가 참아주었으니 혼자 있길 좋아한다고, 그렇게 착각해버린 사람이 있는 게 아닐까.


며칠 전에는 코이가 나에게서 2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사람에게서 떨어져 독립적으로 앉아 있는 코이는 랜선 집사 시절 많이 봤던 사진 속 고양이를 닮았다. 사진 속 고양이와 눈 앞의 고양이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알아챌 수 있다는 거다. 나는 코이에게 손을 내밀었고, 코이는 신나게 총총 걸어 무릎 위로 쏙 올라왔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아이와 달리 코이는 내가 손 내밀어줄 때까지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그날 내가 코이를 그대로 두었으면 코이도 혼자서 있는 걸 즐기는, 아니 그렇게 착각할만한 독립적 고양이로 보였을 것이다. 사실 고양이도 외롭다.


고양이는 키우기 쉽지 않아?


#냥스타그램, #캣스타그램으로 찾을 수 있는 귀여운 고양이 사진과 현실은 조금 많이 다르다. 너무 어려 소매에 쏙 들어가고, 걸을 때 온몸으로 아장아장 소리를 내는, 아니면 사람 무릎에 누워 반짝이는 분홍색 젤리를 무방비로 드러내고 잠에 빠져 있는 영상 속 아기 고양이의 큰 모습을 상상하기란 어렵다.


현실의 고양이는 큰다. 아장거리던 생명체가 돌아서면 크고 건방진 성묘로 자란다. 고양이에게는 손이 많이 간다. 그리고 혼자 클 줄 모른다. 세상에 키우기 쉬운 건 없다.


그럼에도 고양이는 함께할만한 존재다. 아니, 부디 최대한 많은 인간이 고양이의 존재가 주는 행복을 느껴봤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 행복해지기 위해 한 가지만 하라면, 나는 주저 없이 고양이와 침대에 드러누워 자는 걸 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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