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나는 멀리, 멀리 떠나서 일단 새로운 삶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금 모두가 알고 있는 이유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나에게 있어서 코로나-19는 비말을 통해 전염되는 전염병이라기보다도 나를 후려친 거대한 망치와 같았다. 나는 내가 스스로 나아지려고 하는 순간에 닥친 이 거대한 기습에 산산조각 났다.
그리고 코로나는 그 붕괴의 과정 중에서 확실히 가장 큰 한 방이긴 했지만,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는 것처럼 뒤이어 가족이 나를 남김없이 짓밟아 반짝이는 모래알처럼 만들어놓았다. 이후에는 겪어본 적이 없던 지독한 사회생활을 겪고, 오랜 친구 중 하나는 연락도 없이 사라졌으며, 마음이 맞았던 동료들은 파도에 밀려가는 것처럼 시간의 흐름에 서로 점점 멀리 떠밀려가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2년 반을 보냈다.
그동안 수많은 거절과 실패와 좌절이 이어졌다.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내가 해야 할 것들을 무서워했으며 내가 하는 것은 뭐든지 실패했다. 내가 가지고 있던 나름대로 낙관적인 인생관, 어찌 되었든 결국에는 잘될 것이라는 희망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어쩌면 우울증일지도 모른다고 스스로 생각했던 모호한 기분은 이제 검사지에 극단적인 수치로 나와 있었다.
무엇보다 나는 성공을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내가 무언가를 해내거나, 무언가 가치 있는 것을 찾아내거나, 정말로 나를 이해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도무지 가능한 일처럼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가 나를 위로하려 해도 그것이 가식이나 압박으로밖에 생각되지 않고 나는 누군가를 위로하지조차 못한다.
그리고 꼬박 2년 반이 지나고 난 지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이제 행복해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 '행복'이라는 단어를 말한 것도 오래간만이다. 정확히 말하면 '불행의 반대말'로서의 개념을 떠올린 것이지만. 어쩌면 '평안'이라는 말이 더 정확할 수도 있겠다. 그래, 아무튼 이제 이렇게 불행하기는 싫다. 불행에 지쳤다. 우울은 힘들다.
그러니 조금 나아질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한번 해보고 싶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나는 이것저것 시도해보기 시작했다. 혹은 시도하지 않기도 했다.
이것은 그 과정의 짤막한 여러 장면들을 모은 글 모음이 될 것이다. 얼마나 길어질지는 아직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