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단단 Dec 09. 2022

주단단의 인공낙원

단단한 취향의 기록


이 글을 마주한 당신에게 묻습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나요?

시대와 공간과 현실을 초월하여 마음속에 사랑이 싹트던, 그 순간의 기억을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나는 다시, 당신에게 묻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를 사랑하나요?


하지만 당신은, 그리고 모든 우리는 이에 섣불리 대답하지 못할 것입니다. 물론 표면적인 이유는 즐비하여 있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딱 들어맞는 '그 말'은 쉬이 떠오르질 않을 테지요... 당연합니다. 아마 당신을 비롯한 많은 이들도, 그리고 이 질문을 던진 저 역시도 당신의 입장과 그리 다르지 않으니까요.


이러한 망설임은 '언어' 안에 현재의 '사랑'이란 감정을 가두는 게 불가능하기에 벌어진 일입니다. 또한 사랑의 대상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못해서도 있죠. 하지만 알지 못한다는 건, 잘 모른다는 건, 절대 '나쁜 게' 아닙니다. 오히려 몰라야 마땅합니다. 감정의 핵으로 자리한 어떤 대상은, 항상 불가해한 위치에서 우리와 대면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마음껏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음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습니다.


예술 작품의 감상 역시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이는 고독한 영혼이 초대한 손님과의 만남 같은 거죠. 단 몇 초 만에 매료될 만큼 아찔한 인상을 주는 작품이 있는 반면, 컴컴한 야산 한복판에서 길을 잃은 듯 도무지 읽히지 않는 작품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작품들은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어떤 세계에서 높은 가치로 평가되고, 고가의 가격을 부여받게 됩니다. 그런 평가들 앞에서 가끔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될 때도 있죠.  


그렇다 해도 전혀 당황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실 이런 지식과 평가는 감상의 핵심이 아니에요. "우리를 매혹하는 것은 예술의 불확실성이지요. 안개가 끼었을 때 사물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처럼요."(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황금가지, 339p)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불안합니다. 어쩌면 그 안갯속에서 길을 잃게 될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걱정하지 말아요. 이제부턴 저와 함께 이 여정을 시작하면 되니까요.  


이제 그 시작에 앞서, 저는 당신께 감히 이렇게 당부합니다.

"예술 작품은 인간의 사고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형태"(같은 책, 382p)이며 작품의 감상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유희라고.


저는 당신의 유희를 돕기 위해, 그 방법으로서의 예술의 향유를 위해, 기꺼이 당신에게 여기 [인공낙원]의 초대장을 보냅니다. 아무 조건 없이, 모두에게 허용된 예술에의 낙원으로 말이죠. 분명 우리에겐 저마다의 낙원이 있습니다. 그곳은 철저히 개인의 상상력에 의지해 탄생한 '자신만의 세계'이지요. 낙원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고, 외부의 어떤 규칙과 윤리도 절대 작동하지 않으며, 완전한 자유와 완벽한 만족을 추구하는 장소입니다.


결국 예술도 마찬가지예요. 예술은 존재하는 모든 사물과 존재하지 않는 모든 사물로부터 출발합니다. 여기 [인공낙원]에서 예술과 마음껏 사랑을 나누세요.


이곳은 당신과 내가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약속의 장소입니다. 


그럼 여기까지,

당신의 주단단으로부터.

추신: 예술은 인체에 무해합니다.


Essam Marouf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