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니야 Jan 25. 2019

[태국여행 그림일기]
싸와디 카! 나니네_8

불가마 사우나 짜뚜짝 



몰랐지.

어르신과 꼬마 아이와 함께 무더위 속의 광활한 시장을 간다는 게 어떤 건 줄.

겨우겨우 택시는 잡아 탔지만 내려준 곳은 어딘지도 모르겠고 주변을 둘러보아도 땡볕을 피할 곳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일단 닥치는 대로 걷는 일뿐이었는데 어머니의 표정은 벌써 불가마 사우나 안에 털 옷 입고 앉아 계시는 듯하고 손을 가까이 가져가면 앙 물어 버릴 듯한 표정의 조카는 노천 가게 다섯 개쯤을 지나가자 " 언제 돌아갈 거야? "라고 하기 시작했다.

"우리 방금 왔잖아. 그래도 왔으니 구경 좀 하고 가자 "


또 몇 발자국 걷고 나니

" 언제 돌아가? "

" 볼 건 좀 보고 "


다시 노천 가게 하나 지나갈 때쯤

" 언제 돌아갈 건데?"

"...."


그러다 조카가 안경을 사고 싶어 한 것을 떠올렸다. 태국산 물총과.

"아, 그래 너 안경을 여기서 사자, 물총도 살까?"


효과는 컸다. 일단 목적이 생기자 조카는 더 이상 돌아가자고 조르지 않았고 가게들을 관심 있게 보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그저 안경점이냐 아니냐만.  어쨌건 덕분에 안경점을 찾는 구실로 점포들 사이를 걸으며 매의 눈으로 옷 몇 가지도 샀는데 시간이 조금 늘어난다 싶으니 다시 조카가 독촉했다.   

" 안경 사야지! 물총은?"


어머니는 조카가 그럴 때마다 말씀하셨다.

"안경 사고 가자"

 

우리들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뭔가 정말 재미난 것이 있을지 모르는데, 재미난 것을 보시게 되면 이 더위쯤이야.. 하시게 될 테니 더 들어가 보자, 더 더. 더...

뭔가 즐거운 일을 만들어 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던 우리들은 신기하게 보이는 점포가 있으면 우아우아! 리액션도 더 크게 해 가면서 관심을 유도했는데 그럴 때마다 조카가 독촉을 했다.


" 안경 사야지! 물총은?"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안경 사고 가자"


겨우겨우 싸구려 안경을 파는 작은 점포를 찾았고 사자마자 안경알은 빼내어 버렸다. 아이가 원한 것은 안경테였으니까. 물총은 턱없이 비싸거나 너무 크거나 해서 아이를 달래 나중에 사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는데 문제는 목적을 달성하자마자 잊고 있던 더위가 다시 조카를 엄습하였고 다시 우리는 맨 위와 같은 대화를 주고받아야 했다.


" 언제 돌아갈 건데?"

"...."


미간의 내 천(川)자 주름이 어쩔 도리없이 깊어지고 있는 어머니는 부채질만 연신하고 계셨다.


공부 안 하고 간 죄로다.


시원한 생수를 보관할 보냉병 필수!  


 



 


    


작가의 이전글 [태국여행 그림일기] 싸와디 카! 나니네_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