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살아있으니까
나의 많은 문제는 진행형이다. 총 29번의 문제와 성찰을 다루었음에도 아직 내 마음을 똑바로 들여다보기엔 한참 남은 듯하다. 그러나 오늘은 이 29번의 발견에 집중하려 한다. 발견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까닭은 정말로 그 서술의 과정이 ‘발견’이었기 때문이다.
치유하는 글쓰기라는 말이 있다. 요즘에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활동이기도 하다. 나는 그리 길지 않은 세월을 살았지만 그마저도 늘 제자리였다. 미성숙한 사고와 불안정한 심리를 비롯한 나의 문제들은 진전 없이 내 안에 고여 있었다. 그런 내가 6개월 전 처음으로 나에 대한 글쓰기를 시작했다. 거창한 것도 아니었다. 일주일에 한 번 몇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 내 마음을 써 내려간다. 쓰는 동안 단어 하나를 떠올릴 때마다 내게 그런 문제가 있던 건지, 나는 왜 그런 마음을 갖게 된 건지, 혹은 그것은 정말 문제였는지 고민한다. 놀랍게도 매 순간 한 번도 빠짐없이 내가 새롭게 보였다. 몇 년을 제자리였던 것이 고작 몇 시간의 성찰로 그 뿌리를 보여주었다.
글쓰기를 토대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처음에는 한 페이지 분량의 글 하나를 쓰는 데 이틀이 걸렸다. 이제는 한두 시간이면 내 생각을 담아낼 수 있다. 글쓰기가 늘은 건지, 생각이 달라진 건지 모르겠다. 다만, 무엇이든 그 근원이 글쓰기임은 변함없다. 언젠가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대상을 골라보라 한다면 요즘의 마음으로는 단연코 글쓰기다. 나를 알게 하고, 모두와 연결되게 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 글은 구두의 언어만으로는 담아내기 어려운 복잡성과 사유를 나타내, 매 순간 기록돼 쌓이며 남는 효과가 있는 듯하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나를 똑바로, 전부 들여다보기엔 아직 한참 멀었다. 다루었던 문제 중에도 여전히 나아지지 않는 것이 있으며 그 외에도 내 삶엔 온갖 문제가 한가득 있다. 이제는 오히려 글감이 되어, 글로 쓰는 과정에서 또 새롭게 얻게 될 마음이 궁금해 소중한 내 요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글쓰기의 힘은 참 놀랍다. 나는 일기를 초등학생 때 뒤로는 써본 적이 손에 꼽히는데 요즘은 종종 자주 쓸 걸 그랬다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일기란 매일의 기록보다도 그 순간마다 자기를 돌아보며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을까? 마음이란 그 당시보다 지나고 보았을 때 진정으로 드러나는 면이 있으니까 말이다.
이 시리즈의 마지막화인만큼 내가 느낀 글쓰기의 소중함을 꼭 쓰고 싶다고, 그래서 이 글들과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서 내게 준 의미가 얼마나 큰지 남기고 싶다고 한참 전부터 생각해 왔다. 모든 회차가 그 주의 최대 관심사 위주로 작성되어 세세한 목차는 정해진 게 없었지만 마지막화만은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었다. 물론 시리즈의 마지막이지 글의 마지막은 아니다. 아직도 하고 싶은 말, 나누고 싶은 생각, 들여다보아야 할 내가 한가득 쌓여 있다. 앞으로도 이어질 마법 같은 글쓰기가 내게 가져다 줄 변화가 궁금하다. 고민이 있을 땐,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을 땐 펜을 들어 글을 쓰기, 다른 이에게 조언을 하는 편은 아니지만 누군가 도움을 구한다면 이 말 한마디만은 자신 있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글쓰기는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마음 깊은 곳까지 걸어 들어갔다가,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는 길을 잃지 않게 해 주는 지도 같았다.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온전히 해결하지 못해도 괜찮다. 계속해서 적어 나가는 한, 나는 어제의 나보다는 조금 더 나를 알고 있게 될 것이다. 여전히 모르는 나의 얼굴들이 많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불안하기보다는 기대에 가깝게 느껴진다. 아직 쓰지 않은 이야기들이 나를 어디까지 데려갈지, 그것이 앞으로의 내 삶에서 가장 궁금한 장면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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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에세이는 1월 말이나 2월 초 쯤 새롭게 연재하려 합니다. 늘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