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쉽게 잠드는 법

by 이니집

아이를 재우고 나면

집 안이 서서히 조용해진다.

나는 보통 이때

스크롤을 내리며

하루의 피곤함을 아무 생각 없이 지워버린다

이어폰을 꽂고

소리가 꿈속에 들어올 때 까지

가만히 있다보면 순식간에 잠에 든다

그런데 오늘은

손이 폰으로 가지 않았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 책에서 말하는 ‘고독의 시간’이라는 것이

머릿속에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그래서 오늘,

불을 끄고,

스마트폰도 멀리 두고,

그냥 눈을 감고 누워보았다.

그러자

온갖 생각들이 조용한 틈을 비집고 올라왔다.


특히

아이에게 큰소리를 냈던 장면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물론 아이가 잘못한 건 맞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다그쳐야 했을까.

한 번 더 숨을 고르고

다르게 말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평소라면

‘내일 잘하면 되지 뭐’ 하고 넘겼을 텐데

오늘은 그 생각이

고요 속에서 너무 선명해졌다.

게다가

생리 일주일 전.

늘 이 시기엔 감정이 민감하다는 걸

내 몸도, 내가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이

더욱 미안함을 밀어올렸다.

‘내 호르몬 때문에

아이가 더 크게 혼났던 건 아닐까.’

그렇게 마음이 흔들리던 순간에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렸다.

힘들어서,

미안해서,

잘하고 싶어서.

그런데

눈물을 흘리고 나니

알 수 없는 평온이 찾아왔다.

마치 감정이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생각해보면

고독이 무서웠던 이유는

혼자 있는 공간이

내 감정을 너무 선명하게 비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처음으로 그 고요를 견뎠고

그 덕분에 조금 숨이 가벼워졌다.

고독의 시간은

나를 벌주려는 시간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를 치유하려고 찾아온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일

조금 더 다정한 엄마가 되고 싶다.

오늘의 고독이

내일의 나를 조금은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조용히 믿어본다.

쉬이 잠에 들진 못했지만

아쉬운 하루는 잠재웠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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