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화장실에서 책 읽는 진짜 이유

by 이니집




얼마 전, 등원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이웃 언니를 만났다.


그 길로 잠깐 커피를 마시게 되었는데,

언니가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했다.


“너한테 배우고 싶은 게 있어.”


내가 아이와 말하는 걸 보면

감정을 존중해주는 느낌이 들었다는 거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참 이상했다.

어색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내가 정말 그렇게 보이나?’

싶어서 놀랍기도 했다.


왜냐하면 난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다.

아이에게 화도 많이 내고

모진 말을 해놓고 후회하는 날들이 훨씬 많다.

그 마음 때문에 책을 붙잡고

읽기 시작했던 거였다.


언니도 요즘 고민이 있다고 했다.


“아이에게 화를 너무 자주 내는데

이게 아이 자존감을 무너뜨릴까 봐 너무 무섭다”

라고.


그 말을 듣는데 너무 공감됐다.

나도 그 지점에서부터 시작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조언 대신

내가 정말 자주 펼치는 책 한 권을 추천했다.


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언니가 책을 구매했다며

스크린샷을 보내줬다.


그 모습이 참 따뜻했다.

누가 변화하려는 마음을 내는 건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하니까.


-


아이들 저녁을 챙기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그 잠깐의 시간에 갑자기

아이들이 싸우기 시작했다.

첫째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둘째는 그 소리에 놀라서 울고 있었다.


블럭을 두고 싸우고 있었는데

예전 같으면 나도 감정부터

튀어나왔을 거다.


“왜 소리 질러?”

“울지 말고 말로 해!”

이렇게 상황만 잠시 눌러두려고 했겠지.


근데 오늘은

첫째에게 말했다.

“너 혼자 하고 싶었는데

그게 안 돼서 화가 났구나.”

둘째에게도 말했다.

“너도 누나랑 같이 하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되니까 속상했지?”


그리고 그 다음 장면이 놀라웠다.

첫째가 블럭을 둘째에게 건네며 말했다.


“나는 네가 누나 방해하려고 그런 줄 알았어.

같이 하고 싶었던 거였구나.

누나가 화낸 건 미안해.

네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야.

누나가 화나서 그랬어.”


나는 그 말을 듣고

진짜 잠깐 멍해졌다.

아이의 말인데

어쩌면 어른보다 더 정확했다.


그리고 마음속

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렇게 중재할 수 있었을까?’


아마 아니었을 것 같다.

그냥 그 순간 터져버린

내 감정으로 반응했겠지.

오늘 또 한 번 느꼈다.


엄마가 책을 읽는 건

아이를 바꾸기 위한 게 아니라

먼저 나부터 부드러워지기 위한 거라는 걸.


-


나는 책을 화장실에 둔다.


왜냐하면
좋은 문장을 읽어도 금방 잊어버리고
육아는 하루에도 열 번씩 마음이 흔들려서
틈만 나면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짧은 몇 분 동안,
‘오늘은 조금 더 따뜻하게 말해보자’

‘아이의 감정을 먼저 봐주자’
다시 다짐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화장실에 있는 그 책을 또 펼친다.
잊지 않으려고.
그리고 아이들 앞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말로 서고 싶어서.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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