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도서관 사다리

by 이니집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

나는 이상하게 늘 아래 칸에 있는 책들만 골랐다.

사다리를 끌고 올라가는 게 괜히 부끄럽고

사람들 시선이 신경 쓰여서였다.

그래서 손 닿는 곳의 책만 집다 보니

책들은 늘 많이 읽힌 흔적이 묻어 있었다.

편하고 익숙한 자리.

누구나 고르는 자리.

그러던 어느 날

“오늘 꼭 빌려야지.”

라는 책 2권이 있었는데

둘 다 맨 꼭대기 칸이었다.​​

평소의 나였다면

다른 거 읽지 뭐.. 하며 포기했겠지만

그날은 이상하게도 용기가 났다.

3단짜리 계단 사다리를 끌어와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조심조심 올라갔다.

손끝이 책의 등을 만지는 순간

마음이 괜히 뛰었다.

꺼내보니 놀랍게도

두 권 모두 빳빳했다.

누구에게도 아직 선택받지 않은 새 책처럼.


빌린 책

며칠 후, 전혀 다른 곳에서

비슷한 일을 또 겪었다.

나는 집 근처 시장에서

늘 아래쪽 가게들에서만 장을 봤다.

오르막길은 괜히 귀찮고

굳이 올라가지 않아도 되니까.

아는 가게가 편했고

익숙하니 그냥 그렇게 해왔다.

그런데 그날따라

“한번 올라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르막길은 생각보다 짧았다.

그리고 진짜 놀라운 건

야채가 500원 더 쌌다는 것.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육아도 이렇게 닮아 있다.


아이가 조금 더 다른 것을 행하면

나는 본능처럼 말린다.

위험해 보이고, 불안하고,

차라리 다른 걸 하라며 권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늘

조금 더 도전하고 싶고

조금 더 닿아보고 싶어한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내가 한 번도 올라가보지 않은 높이까지

다시 함께 올라가는 일이구나.

삐걱대는 마음으로 올라갔던 도서관 사다리처럼,

미묘하게 숨이 차던 시장의 오르막길처럼​

그곳에는 늘 새로운 것들이 있다.


빳빳하고 원하던 책,

더 값싼 야채,

그리고 예전엔 몰랐던 ‘새로운 아이들‘까지.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