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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인호 Jun 15. 2024

끊어낼 수 없는 영원한 굴레

녀석이 대체 무엇이길래 모두 그곳에 모여 저마다의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떠들고 있는지, 우리는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마치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는 참새나, 곧 죽을 것을 알면서도 활활 타오르는 불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그곳에 뛰어들어 서로를 탐색하고, 비교하고, 분류하고, 흠모하고, 시샘하고 있습니다. 그곳에는 투쟁과 도피, 쾌락과 유희, 권모술수로 가득합니다.


때때로 그곳은 매우 평화로워 보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단언컨대 함정입니다. 녀석은 아주 잠시, 그것도 아주 잠시, 저 깊은 곳에 자취를 감추고 숨어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약해지는 순간, 녀석은 본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저항할 수 없는 힘을 느끼고, 소통이라는 미명하에 일거수일투족을 빠짐없이 토로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꼭 알아두십시오.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의 대부분은 허구입니다.


나는 분명 녀석에게 취약한 사람입니다. 그렇습니다. 녀석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녀석은 나를 끊임없이 유혹하며,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번번이 실패했지만, 언젠가 나를 잡아먹고 말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끝끝내 녀석이 나를 편협한 인간으로 만드는 것에 성공하는 그날, 아마 나는 그곳을 벗어날 수 있을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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