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일지 ⑨
최근 여러 가지로 심경의 변화가 많아 다소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생활은 오히려 단순해져야 한다. 운동을 거르지 않고, 정기적으로 명상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내면의 파도를 들여다보고, 알아차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요즘은 '취향'이라는 말이 참 그럴싸하게 쓰이는 추세다. 취향, 취향, 취향... 사실 조금 지겹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가끔 이런 반발심도 든다.
'그놈의 취향. 그게 대체 뭐길래.'
나에 대해 너무 많이 아는 것도 꽤 힘든 일이다. 세상이 넓어질수록, 즉 좋아하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그만큼 싫어하는 것도 늘어나게 된다. 지식이 쌓일수록, 오히려 내가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삶의 기준이 높아질수록, 실망할 일도 늘어난다. 대극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삶이 다채로워질수록, 역설적으로 삶은 더 피로해진다.
자기 자신을 과도하게 탐구하고 규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 아닐 수 있다. 더 나은 나, 진짜 나가 무엇인지, 탐구를 멈춰야 할 때도 있다. 때로는 스스로를 자유롭게 놓아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