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토피아 2> 리뷰
교활한 토끼와 멍청한 여우. <주토피아 2>의 전작 <주토피아>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쯤 될 것이다. 우리가 지금껏 읽어왔던 동화 속의 동물들은 모두 도식적이었다. 늑대들은 포악하고, 뱀은 음흉하며, 곰은 미련하다.
그러나 주토피아 속 동물들은 이 익숙한 공식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손바닥만 한 뒤쥐가 범죄계의 큰손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순결함의 상징인 양이 시리즈를 뒤흔드는 반전의 주역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주토피아>는 우리의 '기대감'을 의도적으로 충실히 배신하는 연출을 통해, 주토피아뿐 아니라 작금의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성공했다. 선입견이 낳는 두려움은 결국 집단을 분열시키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관용과 사랑뿐이라는 것.
<주토피아 2>역시 전작과 비슷한 흐름을 가져간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포식자와 피식자라는 내부적 갈등에서, 종(種) 사이의 외부적인 갈등을 다루며 더 거시적이고 정치적인 주제로 향한다. 이 갈등의 중심에는 키호이콴이 연기한 '게리'가 있다. 게리는 뱀이다. 뾰족한 이빨을 가지고 있으며, 몸에는 맹독이 흐른다. 심지어 징그러운 허물을 남기기도 한다. 한마디로 첫 만남에 호감을 가지긴 어려운 인물이다. 특히나 포유류들만 모여 사는 주토피아에서는 더더욱.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우리는 게리가 주토피아의 변두리가 아닌, 오히려 중심에 가까운 인물임을 알게 된다. 주토피아를 세운 종족이지만 정작 지금은 발 디딜 곳 하나 없는 떠돌이 신세. 아메리카 원주민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독이 있다는 특성 때문에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는 점에서는 미국 내 흑인 또는 아랍인으로 보이기도 하며, 다수집단에게 핍박을 받는 소수라는 점에서는 중국에게 탄압받는 소수 민족이 겹쳐 보이기도 한다. 즉, 게리는 우리가 현재 마주하고 있는 모든 복합적인 갈등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이 게리의 목소리를 맡은 것이 동양인 배우 키호이콴이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화는 게리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가 겪고 있는 갈등들을 재조명하며, 스크린 밖 세계에 경종을 울린다. 그러나 영화가 다루는 이슈가 훨씬 더 넓고 현실적이 된 데 비해, 그 해결책은 여전히 동화 속에 머무른다는 점이 아쉽다. 정의로운 두 주인공에 의해 음모가 밝혀지고, 게리는 마침내 터전을 되찾지만 그 과정은 다소 뭉툭하다. 108분의 러닝타임 동안 쉴 틈 없이 달리는 전개는 아동 영화로서의 본분을 충실히 수행하지만 서사적 깊이는 전작과 비슷하거나 한 단계 더 떨어진다. 두 주인공 닉과 주디의 파트너로서의 갈등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오히려 둘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 영화의 주제가 희석된 듯한 느낌조차 든다. 반전 역시 전작의 흐름을 그대로 답습한 것으로 보이며, 이 모든 갈등의 원인을 '편리하게' 특정 집단에 떠넘기는 듯한 뉘앙스는 조금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디즈니가 가진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 현실의 민감한 이슈들을 부드럽고 말랑한 캐릭터들을 통해 거부감 없이 녹여내고, 입 밖에 꺼내기 힘든 주제들을 과감하게 소재로 활용하고 대화의 장을 성공적으로 열었다. 서사의 완성도는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지 몰라도, 전작의 정신을 여전히 흔들림 없이 이어가는데 충분히 성공한 작품이다. "우리는 정말로 모두를 포용하고 있는가?" 이 질문을 떠올리게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주토피아 2>는 다시 한번 그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