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자> 리뷰

모방은 그럭저럭, 창의력은 떨어지는 연출의 한계

by 김인혁

1. 한국식 오컬트 영화 춘추전국시대의 개막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가 받은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계기로 이제 한국에서도 '한국식 오컬트'를 내세운 영화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위 말해 이제 오컬트가 더 이상 마이너한 취향이 아닌 어느 정도 돈벌이가 되는 소재임을 제작사들이 눈치챈 것이다. 지난달 개봉한 <사자>에 이어 8월 말쯤 개봉하는 <변신>까지. 어느새 한국식 오컬트 영화는 자연스럽게 한국 영화계의 파이를 슬그머니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미 앞서 언급한 두 편의 오컬트 영화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장재현 감독이 아닌 다른 감독이 연출을 했을 때 과연 어떤 결과물이 나올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은 늘 존재해왔다. 그리고 영화 <사자>는 이 불안감을 현실로 만들어 버린 작품이 됐다.

2. 폼은 잡는데 분위기가 살지 않는 연출

영화 <사자>의 전개는 똑같은 전개 방식이 여러 차례 되풀이된다. 영화를 보다 보면 발단-상승-절정-하강-결말의 기본적인 구조가 영화 전체에서 몇 번이고 되풀이된다는 걸 눈치챈 관객들이 여럿 있을 것이다. 부마자를 구하기 위해 안 신부가 악마와 맞서 싸우고, 위기에 처하고, 분노에 사로잡힌 용후가 아버지의 도움으로 악마를 물리친다- 대략 이런 전개 방식을 영화에선 세네 차례에 가깝게 보여준다. 비슷한 전개가 반복이 되다 보니 당연히 관객들의 피로는 쌓일 수밖에 없고 아무리 최종 보스가 우도환이라 하더라도 이미 수없는 싸움에 지친 관객들은 우도환도 박서준에게 '두들겨 맞는' 그저 많고 많은 악마 중 하나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우도환이 연기를 잘하고 분위기로 압도해도 이런 반복되는 연출 때문에 결국 천하의 우도환도 박서준에게 얻어맞는 몰려다니는 허잡한 악당들 중 하나로 만들어버린 셈이 돼버렸다.

오컬트 영화의 가장 기본적인 대립구조는 선과 악의 싸움이다. 관객들은 당연히 선이 마지막에 이길것임를 알면서도 그 선이 어떻게 시련을 이겨내고 악을 물리치는지, 이 과정이 궁금해서 오컬트 영화를 보러 오는 것이다. 그러나 <사자>의 연출 방식은 이런 기대감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영화의 주인공인 용후의 시련은 처음부터 잘 공감이 되지 않으며, 용후가 신을 증오하게 된 계기조차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용후가 악의 유혹을 받는 장면도 고작 몇 컷 나온 채 아버지의 등장으로 악을 이겨내는 허무한 전개가 반복된다. 아무리 악의 포스가 강하더라도 용후의 주먹 몇 번에 떨어져 나가 버리는 문제 해결 방식은 오컬트 영화에 전혀 맞지 않는 전개였다.

3. 일차원적인 묘사

한국에서 오컬트가 인기를 끌지 못한 이유는 쉽게 말해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이유였다. 그랬기 때문에 오컬트와 한국적인 요소를 잘 어울리게 요리해낸 <검은 사제들>이나 <사바하>가 관객들의 호평을 얻고, 나쁘지 않은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영화들의 선례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사자>는 한걸음 퇴보된 연출 방식을 택한다. 단순하게 붉은 눈동자로 묘사되는 악의 존재들, 뱀의 힘을 얻고 다시 태어난 우도환의 모습에서 느껴지듯이, 영화는 1차원적이고 유치한 묘사 방식을 택한다. 이런 방식으로 인해 관객들은 영화에 몰입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오컬트의 탈을 쓴 액션 영화라는 점도 치명적이다. 아무리 '박서준'이 사제복을 입고 액션 활극을 찍어도 결국 관객들은 기존의 오컬트 영화에서 익숙하게 보던 장면들이 나오지 않으면 영화를 거부하고 한걸음 멀리 떨어져서 영화를 '방관'하게 된다.

4. 어김없이 등장하는 신파

박서준과 안성기의 케미를 보는 것 까지는 괜찮았다. 문제는 여기서 신파적인 요소를 가미하면서 영화의 장르를 아예 뒤바꿔버렸다는 점이다.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우글거리는 오컬트라는 장르에 뜬금없이 파스텔톤 회상 장면이나 박서준과 안성기가 부자 케미를 보여주는 인간미 넘치는 장면들이 등장하면서 영화의 흐름을 끊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검은 사제들>처럼 아예 시작부터 공통의 목표를 두고 그 목표를 향해 같이 뛰어가는 줄거리라면 모를까 <사자>는 서로 전혀 접점이 없는 캐릭터 둘이 만나면서 짧은 시간 내에 둘이 급속도로 친해지며 부자 같은 모습을 보이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5. 그래도..

그러나 기존의 오컬트 영화에서 살짝 틀어서 뭔가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은 가상하다. 문제는 이런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다른 영화가 연상되는 비슷한 장면들을 나열하고 어설픈 CG와 짤막한 액션씬 몇 개로 '있어 보이는 척'을 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