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씽크 2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인혁 Oct 23. 2019

이상함과 특이함 사이의 줄타기 <어하루>

 10월, mbc는 ‘웹툰 속 등장인물의 운명을 거스른 선택’이라는 주제의 드라마를 선보였다. 웹툰 속 세상이라는 특이한 설정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예고편을 보지 않은 상태로 드라마를 시청했는데 가히 충격적이었다. 물론 ‘웹툰 속 이야기’라는 드라마의 설정이 있다고는 하지만 2000년대 초반의 오글거리는 하이틴 드라마들이 생각난다. 만약 웹툰의 이야기라는 설정이 아니었다면 바로 TV를 껐을 것이다. 대사며, 의상이며 과연 ‘이 드라마가 우리를 설득시킬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심지어 최근 드라마의 트렌드는 깊이 있는 모습과 아름다운 대사 중심으로 한 ‘사실적+아름다움’이다. 이런 무겁고 차분한 드라마 사이, 이단아 같은 <어쩌다 발견한 하루>가 통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래도 시청자의 비율 중 2030의 비율은 가히 높을 것이다. 빠른 변화와 웹드라마, 웹툰에 2030은 열광한다. 게다가 이나은과 같은 배우도 웹드라마에서 넘어왔기에 드라마의 첫인상은 흥미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2030이 시청자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중장년층이 드라마의 빠른 변화를 싫어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젊은 층을 주 시청자로 타켓팅 했다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지만, 모두가 볼 수 있는 보편적인 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하도 뻔한 클리셰를 남발하는 뻔한 드라마를 너무 지루해했나 보다. MBC가 이렇게 ‘투머치’하게 신선한 드라마를 보여줄 줄은 몰랐다. 특이해서 관심이 가기는 하지만 과연 이 설정을 모든 시청자가 이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드라마는 웹툰 속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또한, 그 웹툰 속 세상은 ‘무대 세상’과 ‘백그라운드 세상’으로 나뉜다. 무대 세상은 실제로 웹툰에서 내용이 진행되는, 작가가 의도한 대로의 대사와 삶을 표현해야 하는 장소이다. 극 중, 단오의 뜬금없는 순간이동은 무대 세상에서의 이동 즉, 웹툰의 컷과 컷 사이의 이동으로 생긴 틈이다. 또한, 등장인물들은 작가의 의도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정해진 운명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백그라운드 세상은 주인공들이 무대 세상에 없을 때, 잠깐 갖는 휴지기인 상태로,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생활을 할 수 있다. 다만 무대 세상으로 갔을 때의 기억은 자아가 생기지 않는 한 인지할 수 없다. 이 두 차원 간의 전환은 화면의 채도, 밝기 등으로 구별하기 쉽게 만들었다.           


  

 등장인물은 작가의 의도대로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자의식을 가지게 된 주인공은 이에 반항한다. 마치 ‘신과 인간의 대결’을 보는 것 같다. 앞으로 주인공이 주체적으로, 본인의 삶을 개척하기 위한 행동을 할 것인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작가는 주위 모든 사물, 인물을 이용해서 이를 저지할 것이다. 이 상황을 전지적 시점에서 보는 우리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는 우리의 삶, 우리는 그 속에서도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압박하려 할수록 더 격렬하게 저항하는 등장인물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우리의 삶과 공명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큰 울림을 줄 수 있을까? 평소 드라마는 등장인물의 전사가 있기 마련이다. 주인공의 ‘(이)전 (역)사’는 중요하다. 주인공의 현재 생각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행동을 예측함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웹툰 속 등장인물에는 전사가 없다. 실제 ‘인물’이 아니기에, 웹툰의 ‘등장인물’이기에 그들에게 인생은 없다. 짧은 인과관계 속에서 순간순간 인물이 형성되고 행동한다. 그래서 어쩌면 깊이가 없는 드라마로 보일 수도 있다. 이 설정으로 과연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줄 수 있을까?

 제작자가 이 드라마가 얕지만, 역동적인 스낵 컬처처럼 소비되는 것을 원하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좋은 드라마로 남기 위해서 과연 이 설정으로 어떻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살지 궁금하다.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백경, 내내 후회길만 걷기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