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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인혁 Jan 25. 2023

"무신사 냄새"를 즐겨야 하는 이유

그만큼 유행을 이끄는 플랫폼, 무신사



'쿠팡플레이' <SNL코리아> 중

‘쿠팡플레이’의 ‘SNL코리아’에서 나온 한 마디 대사가 생각보다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무신사 냄새 지리네”


 옷 좀 입는다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했던 어플리케이션에서, 이제는 평범한 사람들까지 옷을 구매할 때 꼭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커버린 ‘무신사’. 그 인기를 증명하듯, 길거리에는 비슷한 느낌으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보인다. 그런 요즘 사람들의 모습을 ‘SNL코리아’는 ‘무신사 냄새’라는 단어로 풍자했다. 단순히 방송의 풍자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하나의 밈으로 사용하며 서로에게 조롱 섞인 농담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패션이 망하는 지름길은 특정 그룹이 돌려입는 옷이 되는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양아치들이 입었던 버버리, 소위 한국의 ‘반달’들이 즐겨 입는다는 톰 브라운이 그랬다. 사람들이 많이 입는다는 것으로 인해 브랜드의 이미지는 나빠지고, 희소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많은 노출이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낳은 모양새인데, 과연 ‘무신사’도 이와 같을까?



‘개성’에서 시작해서 ‘공룡’으로


 흔히들 ‘패션은 개성’이라고 말한다. ‘무신사’는 등장부터 이를 따라왔다. ‘무신사’는 2001년 ‘무진장 신발이 많은 곳’이라는 운동화 동호회로 시작했다. 2003년에는 길거리 패션과 스타일링 정보를 나누는 인터넷 커뮤니티 ‘무신사 닷컴’으로 변모했고, 2009년에는 이커머스를 도입한 ‘무신사’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개성으로 시작한 패션 브랜드는 어쩌다  ‘무신사 냄새’라는, ‘패션 클론’의 대명사가 되었을까.


무신사 스토어 홈페이지 캡처


 ‘무신사’에는 ‘랭킹’이 있다. ‘멜론차트’처럼 인기 있는 옷들을 순서대로 배열한 것인데, 이 차트를 보다보면 ‘무신사 냄새’라는 워딩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비스무리한 무채색의 깔끔한 패션들이 주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거대한 플랫폼의 랭킹. 자신이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모를 때는 이만한 선택지가 없을 것이다. 이런 옷들을 사입은 사람들이 많기에, '무신사 냄새'라고 불리는 무신사스러움을 자주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신사’의 회원 수는 2021년 말 기준 1000만명을 넘어섰고, 월간 순 이용자는 400만명 수준이었다. ‘무신사’는 패션 공룡이 되었다. 따라서, ‘무신사 스토어 랭킹’에 들어선 옷은 어찌보면 1000만명이 보장하는 옷이라는 뜻이 되기도 한다. 수많은 사람이 보장하는 옷을 구매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사람이 선택한 옷을, 수많은 사람이 선택한 옷이기 때문에, 다른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것. 이것은 패션을 따라하는 ‘클론’의 수준을 넘어선 하나의 ‘유행’이다.



오히려 기회 : “음~ 무신사 냄새”

 ‘SNL코리아’의 저 대사를 듣고서는 ‘무신사’가 이 대사를 그들의 광고에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유쾌하게, 풍자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것이다. '무신사 냄새'는 똑같은 클론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하나의 유행을 선도하는 무신사를 보여주는 워딩으로 말이다. '무신사 냄새'는 불쾌한 것이 아닌 유행의 상징으로 프레임을 바꿔치는 것이다. 게다가, 쿨한 멘트는 '무신사' 모델 유아인과도 잘 어울린다.


그러니, ‘무신사 냄새’는 비난이 될 수 없다. 남들이 사랑하는 옷을 사고 싶은 것은 당연한 욕구이다. 명품 브랜드의 특정 색을 가진, 특정 제품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아무도 이들에게 '클론'이라고 비하하지 않는다. 그런 현상들은 비난하지 않고 지나가면서, ‘무신사’가 획일화된 패션이라고 비난하는 모양새는 이상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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