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문자의 비밀들 : 종류부터 알림음까지
크게 울려대는 핸드폰의 재난문자 알림을 들으면, 내 심장이 더 크게 울리고는 한다. 이번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전쟁은 아니려나, 지진이려나. 걱정되는 마음을 뒤로하고 빠르게 문자 내용을 확인해 본다. 다행히도 큰일이 아님을 알고서는 다시 핸드폰을 뒤집어 둔다.
많은 재난 문자들이 왔다. 자세히 관찰해 보니, 생각보다 다양한 것 같았다. 올해 1월 9일 새벽에 울렸던 [기상청]의 '강화군 서쪽 25km 지진'에 대한 '긴급 재난 문자'에는 알림 소리가 났었다. 밤잠을 설쳤다. 같은 날, 미국 인공위성의 잔해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과기정통부]의 '안전 안내 문자'를 받았다. [지자체]와 [행정안전부]가 보낸 최근 한파의 재난 문자는 알림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지진과 관련된 재난 문자는 항상 칭찬일색이었다. 지진이 느껴지기 전에 문자가 온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반면, 10월 29일 이태원 때는 그렇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하고서 한참 뒤에야 재난 문자가 왔다. 그날, 나는 용산구의 집에 있었다. 11시 55분 [서울특별시청]에서 첫 문자가 왔고, 이를 이어 [용산구]의 문자까지 왔다. 한 시간이 훌쩍 지난 후에야 문자가 온 것이다.
이렇듯, 어떤 문자들은 알림 소리가 났고, 어떤 문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보낸 주체들도 달랐으며, 문자가 오는 속도 또한 달랐다. 재난 문자는 어떻게 우리에게 도달하는 걸까?
'위급 재난 문자', '긴급 재난 문자', '안전 재난 문자'로 각 재난의 심각도에 따라서 3가지로 나뉜다.
한동안 인터넷에서 많이 돌았던 재난 문자 수신 거부하는 법, 알림 끄기하는 법에 해당하는 문자들은 긴급재난문자와 안전재난 문자에 한한다.
우리는 재난 문자를 '재난문자방송'이라고 부른다. '방송'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재난 문자는 CBS(Cell Broadcasting System)를 활용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서로에게 문자를 보내는 방식이 아니다. 점에서 점으로 보내는 방식이 아닌, 기지국이 커버하는 범위 내의 모든 기기로 일방적으로 송출되는 방식이다. 이런 일방향적 특성은 문자를 보내는 시스템의 과부하를 최소화한다. 가끔 자신의 번호를 어떻게 알고 재난 문자를 보내왔냐는 사람들도 있는데, 번호를 몰라도 보낼 수 있다. 그냥 그 커버리지 안에 있는 모든 핸드폰에 전달되는 것이다. 이런 특성에 전문가들은 '라디오와 비슷한 형태'라고 칭하기도 한다.
직장에 나가있거나, 여행을 가고 있는데 해당 지역의 재난 문자가 오기도 한다. 혹은, 용인에 살고 있는데 군포, 화성, 평택 등 옆 지역의 문자가 오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도 기지국이 담당하는 수십 km커버리지 안에 있다면 무조건적으로 보내지는 '재난문자방송'의 시스템에 기인한다.
재난 문자의 알림음을 들으면 기분이 묘하다. 법에서 정한 것처럼 재난 문자 알림음은 40db과 60db이라는 크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데시벨은 조용한 사무실 정도로, 별로 큰 소리가 아님에도 유독 거슬린다. 무서움과 불쾌감이 느껴지는 알림인데, 물론 이러한 반복적인 음은 사이렌 등을 통해 수십 년간 학습된 것이기도 하겠지만, 나름의 과학적 이유도 있다.
알림 소리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쾌감을 준다는 960Hz와 853Hz를 동시에 송출한다. 미국의 재난 알림 체계인 EAS에서도 이를 사용했다고 한다. 우리가 유독 재난 문자 알림음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이유는 나름 다 의미가 있었던 것이었다.
각 문자는 보내는 주체가 다르다. 2017년 이전에는 행정안전부가 통제했지만, 효율성 측면에서 2017년 이후에는 행정안전부/지자체/기상청으로 재난 문자의 발송 권한을 나눴다. 다양한 국가기관들은 행정안전부를 통해 문자를 발송하고, 각 지자체가 담당할 수 있는 지역 관련 재난들은 지자체가 빠르게 발송하고, 지진과 지진해일만은 기상청이 담당한다.
지진이 느껴지기도 전에 울렸던 지진 관련 재난 문자와 10월 29일 이태원의 재난 문자의 속도가 달랐던 이유는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보낸 주체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지자체는 재난을 감지하면 송출 부서에 이관을 하고, 송출을 해야 한다. 어느 정도의 결제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기상청의 지진 관련 재난 문자는 컴퓨터로 자동화되어있다. 지진을 감지하면 자동적으로 문자가 송출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지진은 P파와 S파로 나뉘어 있다, 지진이 발생하면 발생한 장소로부터 P파가 S파가 퍼지는데, P파가 S파보다 빠르게 다가온다. 하지만 힘은 S파가 더욱 강력하다. 그래서 P파를 감지하고, 문자를 받고 조금 뒤에 찾아온 S파로 인해 우리는 지진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막연하게 느리게 문자가 온다는 이유로 지자체를 욕할 수는 없다. 지진이나 다른 큰 재난들은 법으로 '표준 문안'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지자체는 지자체 안에서 발생하는 재난의 특성상, 표준 문안을 적용하기 어려운 일들도 있다.
표준 문안은 효율성과 통일성을 위해서 만들어두었을 것이다. 재난 문자에는 재난 종류/시간/장소/대처법이 들어가 있는데, 종류에 따른 표준문안을 만들어둠으로써 시간과 장소만 입력하고 송출 단계를 거칠 수 있도록 나름의 효율적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의 경우 예상치 못한 다양한 사건/사고/재난들이 발생한다. 예측하기 어려운 재난들이기 때문에, 사건이 일어나면 이를 설명하는 글을 사람이 직접 써야 한다. 그 때문에 재난 문자 발송에 어쩔 수 없는 지연이 발생한다. 또한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내부로부터의 압박도 있었을 수도 있겠다.
우리에게 재난 문자는 코로나 19 이후로 온전히 자리 잡았다. 확진자의 동선을 알려주고 한 명, 한 명 카운팅 하던 코로나 19의 초기 때는 매일 울렸다. 그 당시의 긴급하지 않은 재난임에도 시끄럽게 매일 울린다고 다들 알림을 끄거나, 수신을 차단한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까지도 이를 유지산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안전을 위해서 켜두는 건 어떨까. 나름 법을 통해 합리적으로 지어진 제도이다. 재난 문자에는 지금 일어난 재난을 우리에게 알려줄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대처법도 간단히 나와있다.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족과 이웃을 지킬 수도 있는 문자이다. 조금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