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의 에너지, 디지털 호르몬 '감정'
네트워크에 퍼져나가는 것은 감정입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것처럼 입소문은 정말 빠른 속도로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나가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이야기가 퍼져나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긍정적인 이야기’보다 ‘부정적인 소문’일수록 더 빨리 확산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KAIST CT 차미영 교수는 실제로 이 부분에 대해서 조사를 했고 특정 사건의 사안에 대해 루머에 대한 글과, 사안의 당사자의 사과, 그리고 정정 내지 평가에 관한 글들이 트위터 내에서 어떻게 퍼져나가는지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실제로 루머에 해당하는 기사들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는 반면, 사과기사나 비평 기사들은 상대적으로 퍼져나가지 않음을 확인했습니다. 즉, 말 그대로 나쁜 소문들이 특히 빨리 퍼져나감을 입증했습니다.
하지만 이 입증을 통해서 무조건 ‘부정적인 소문’이 퍼져나간다고 결론지을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삼성이나 애플, 테슬라 같은 회사들이 출시할 신제품에 대한 루머들도 연일 트위터 트렌드의 상위를 차지하는 경우처럼 부정적인 이야기가 아닌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단순히 내용이 부정적인지, 혹은 긍정적인지에 따라 확산이 되는 것이 아님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루머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일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100만 팔로어의 오류
감정이 퍼져나가는 것의 실체라는 것은 위의 연구뿐만 아니라 100만 팔로어의 오류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차미영 교수는 5천만명의 트위터 사용자 정보와 20억개의 링크, 그리고 17억개의 트위터 메세지를 분석하여 팔로어 수 대비 사람들의 메세지가 얼마나 재전송이 일어나고 언급이 되는지를 확인했습니다. 얼핏 생각해보면 ‘팔로어수가 많다’는 말은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라는 의미로, 유명한 사람이 작성한 메세지는 재전송이나 언급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팔로어의 수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이런 그들의 글에 대한 반응은 반비례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그 이유는 메세지에 포함된 감정에 관련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팔로어가 얼마 되지 않을 때에는 사람들은 신변잡기 등을 주제로 자신의 감정에 의거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팔로어 수가 많아질수록 누가 뭐라고 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공인이 된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즉,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말을 하더라도 좀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이게 되는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따라서 감정적인 표현 보다는 감정을 보다 객관적인 정보의 형태로 전달하려고 노력을 하게 됩니다. 즉, 감정이 정보로 바뀌게 되는 경향이 커지고 논리적인 대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현저하게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감정의 요소가 사라지게 되고, 공유 등의 확산 역시 함께 떨어지는 경향을 볼 수 있습니다. 즉 네트워크에서 흐르는 메세지의 실체는 정보가 아니라 감정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하품이 전염되는 것과 비만이 퍼져나가는 것과 행복이 옮겨가는 것, 그리고 소문이 확산되는 모든 것들은 결국 정서가 전염되고 있다는 내용과 동일하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정서는 생각보다 대단히 강한 전염성을 가지고 있고, 이 정서적 동질성을 가진 사람들이 만났을 때에 만들어지는 공명은 그야말로 강력한 에너지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정서는 ‘디지털 호르몬’이다.
결국 정서는 우리의 몸 안 구석구석을 타고 흐르며 우리의 행동과 의식을 지배할 수 있는 ‘디지털 호르몬’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정서적으로 연결된 집단 역시 디지털 호르몬이 구성원들을 타고 흐르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력한 마인드셋을 가지게 되고, 더욱 더 밀접한 결합이 일어나고 결국 막강한 에너지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