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이 아닌 좋아하는 책
서점을 가면 메인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추천도서란. 그걸 보고 있자면 나도 꼭 읽어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에 사로잡혀 어느샌가 내 손에 들려있다. 그렇게 책을 사서 집에 오면 막상 한 장을 읽는 듯 마는 듯하고 손에서 내려놓는다. 그런 책들이 한두 권이 아니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
추천한다는 도서는 왜 이렇게 재미가 없을까?
좋다는 도서는 왜 이렇게 끌리지 않을까?
그리고 안 읽으면 좀 어떻길래, 왜 난 꼭 읽어야만 하는 강박이 생길까?
사실 답은 나와 있다. 남들이 말하는 좋은 책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 된다. 그런데 그 나와 있는 답대로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서도 왠지 모를 죄책감에 시달리는 건 왜일까?
저런 쓸데없는 강박 때문에 내 독서의 흐름이 자주 끊겼었다. 그럼 또 '나는 책이랑 잘 안 맞나 보다. 억지로 책을 읽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자책을 한다.
그렇게 읽다 만 책들은 쌓여가고, 책장을 볼 때면 마음이 불편해지고.
또 꾸준히 책을 읽고 싶어 '한 달에 책 한 권'이라는 목표를 세운 적이 있었다. 그때는 또 어찌나 책이 읽히지 않던지. 목표에 대한 강박 때문에 혼자만의 반발심이 생겨 읽지 않았,다.
나도 참 나다.
독서하는 법
몇 년 동안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보고 나름의 고군분투 끝에 드디어 찾은 나만의 방법이 있다. 그건 바로,
그렇게 해서 내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은 6권 정도가 되는데, 다들 진도가 뜨문뜨문 나가는 중이다. 저마다의 책갈피를 꽂은 채.
미완의 독서를 이따금씩 이어가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빨리 한 권 끝내고 다른 한 권으로 넘어가야 하는데ㅡ하며 불안해했을게 분명하지만, 요즘은 이 책 읽다가 저책 읽다가의 재미가 쏠쏠하다. 이렇게 읽다 보면, 어떤 한 권은 끝을 본다. 시간이 좀 더 걸릴 뿐.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순전히 내 취향의 책들을. 나는 책을 좋아하는 게 맞았다. ‘읽어야 하는’ 책에 대한 괜한 의무감이 사라지니 책이 신기할 정도로 술술 읽힌다. 책에 대한 열정이 다시 불타올랐다.
책 읽는 방법, 별거 없었다. 추천도서, 인기도서 그런 거 다 필요 없고 그냥 내 시선이 가는 책을 읽으면 된다. 그래서 취향이 맞으면 땡큐인 거고, 안 맞으면 다른 책으로 넘어가는 거고. 가볍게 생각하자.
아참, 그리고 사놓고 안 읽혀서 못 읽은 책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을 거다. 그 책들도 언젠가 내 기분이 내킬 때, 읽어줄 테니까!
ps. 자신의 독서량을 체크하고 싶다면 한 달에 몇 권이 아니라 일 년을 기준으로 몇 권 읽었는지 세보기. 기한을 넓게, 넉넉히 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