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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리 Jan 0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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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2021


새로운 한 해의 첫날이 뭐 얼마나 별거 있다고, 기대감과 설렘에 부풀어 마음 벅차게 1월 1일들을 시작했다. 그게 1월 1일답기도 했고 새해 첫날에 대한 예의라고도 여겼다.

올 한 해 수고했다는 연말 인사와 함께 보내는 연말 모임들은 나에 대한 보상, 혹은 토닥거림 같은데, 막 새해를 맞이하면 특별할 것만 같은 날이 작년의 마지막 날과 별반 차이가 없는 그냥 그런 날이라는 게 느껴지면 이상한 무력함을 느낀다. 그래서일까, 처음 품었던 기대감과 설렘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는다.


1월 1일이면 항상 하던 ‘올해의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올해만큼은.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는 건 내게 아주 큰 결심이다. 계획을 지키고 안 지키고는 중요한 게 아니다. 그냥 계획을 세웠다는 자체로 안도감이 생겨 그렇게 계획을 세워왔었다. 하지만 계획만 있고 그것들이 진전되지 않는 상황에 답답함만 커지고, 얻은 것도 없지만 (아이러니한) 상실감을 겪고 있는 것도 웃기다.


그래서 지금까지 해왔던 알맹이 없는 ‘계획 세우기’라는 행위를 버리기로 했다. 오늘, 1월 1일만큼은!



2021년의 첫 페이지.


‘첫’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에 거창하게 펼쳐야 할 것 같은 마음을 누르고 이번에는 가볍게 책을 열어 본다.


하루에 10장을 쉬지 않고 읽을 수도 있고, 한 한 달쯤 책을 쳐다도 안 볼 수도 있고, 딱 3줄 정도만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괘념치 않는다.


뛰다가, 또 멈췄다가, 또 느릿느릿 걸었다가, 기어도 갔다가, 어찌어찌 그렇게 ‘뭔가’는 하며 올해를 보내고 싶다.



365 new days & 365 new chances


여느 해보다는 약간의 냉소와 함께 시작했지만 그래도 365개의 새로운 날과 새로운 기회를 기대해 본다,


차분하고 담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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