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는 건가, 속아 주는 건가
식욕이 떨어졌다. 아니, ‘떨어졌어!’라고 말하긴 애매하고 ‘줄어들었다’가 더 맞겠다.
예전에는 먹을 걸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배고프면 잠이 오지 않아 잠을 자기 위해 뭔가를 먹었다. 내 몸의 장기들이 지금보다 젊었기 때문일까? 뭔가를 먹고 바로 잠을 자도 내 소화기관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밤에 무언가를 먹으면 소화될 시간이 필요하다. 그냥 바로 자버리면 다음날 속이 더부룩해서 불편하다. 잠자기 전에는 먹으면 안 되는 몸이 되었다.
달라진 내 몸과 다르게 예전의 습관을 없애기란 쉽지 않다. 요즘 부쩍 가짜 배고픔이 자주 찾아왔다.
사실 진짜로 배고프지 않다. 뭔가를 먹어도 막상 한입 먹고 말 거면서 먹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혀 음식 욕심을 부리게 된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배달앱을 켜서 곱창을 주문해, 버렸다.
*배달 예상시간: 1시간
지금부터 1시간 뒤면 11신데? 휴. 자책하는 것도 잠시. ‘뭐 취소는 안되니까’ 하고 음식을 기다린다. 가짜 배고픔에 또 속았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가짜 배고픔에 내가 속은 건가, 아님 알고도 속아준 건가. 누가 봐도 후자가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