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방황의 첫 걸음. 발리와 자바

30대 부부 동반 퇴사 후 세계여행 EP 4.

by 이니두아

집을 열심히 정리하고 비워내고 공항버스에 몸을 싣은지 벌써 52일이 지났다!


분기별 업무를 쳐내다 보면 한 것도 없는데 어느새 또 다음해 연간계획을 짜며 동료들과 '올해도 다 갔다~' 라고 이야기 하던 회사원 시절. 그 때도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기억에 남는 하루가 매우 드물었을 뿐. 기억에 남았어도 거의 '눈물나게 힘들었던 날' 내지는 '진짜 열 받았던 날' 같은 종류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매일 꽉 차게 행복한 일상에 '벌써 3주야?' '벌써 두 달이야?' 라는 말을 매일매일 반복할 정도로 하루하루가 빠르게 흘렀다.




우리 부부의 세계여행 목적은 '전 세계를 누비며 모든 경험을 해보자'
같이 거창한 목표가 아니다.


먼저는 단순하게 한국 사회와 거리두기를 해보고 싶었고, 둘째는 조금 긴 해외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정확히는 정말 해외에 쭉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지, 과연 우리는 해외살이에 적합한 인간일지, 또 그렇다면 그런 마음이 들게 하는 나라는, 도시는 어디인지 파악해보자는 결심이다.


그렇게 정한 우리의 첫 목적지는 '인도네시아'다. 우리가 함께 10년 전 처음 외국인 친구들을 사귄 곳이기도 하고, 남편이 다시 돌아가 공부를 한 곳이기도 하다. 또 '세계에서 섬이 2번째로 많은 나라' 라는 타이틀답게 지역마다 매력이 매우 다채로워서 다양한 경험을 하기 제격인 곳이었다.




그렇게 인도네시아 두 달 살기를 시작했다.


첫번째 달은 '태사자 in the house~'를 외치며 자유인 답게 한 없이 늘어질 수 있는 '신들의 섬, 발리' 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어땠냐고 물으신다면... 말 해 뭐해. 최고였다.


아침마다 들려오는 새소리와 산들바람, 발리인들의 친절한 미소와 4천원이면 수준급의 요리를 내어주는 식당들. 또 중심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한 없이 펼쳐지는 정글까지. 몸도 마음도 풀어질 수 밖에 없는 곳이었다.


두번째 달은 인도네시아 경제, 문화의 주축인 자바섬을 여행했다.

발리와는 분위기가 180도 다른 이 곳. 자바섬에 살고 싶어진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보았다.


'주재원, 사업가, 그리고 현지 채용 회사원' 말고는 다른 일을 하는 한인들이 많지 않다는 점,

제도와 규율이 생각보다 더 엄격하고, 수도인 자카르타는 서울보다 더 답답한 분위기(나에겐). 또, 이슬람 종교 색채가 강해서 문화차이 또한 크게 느껴졌다.


짧은 여행이었다면 단순히 '인도네시아? 거기 기회의 땅이잖아.' 라고 낙관적으로만 보았을 곳인데, 나름 큰 수확을 얻었다. 기대만큼 좋던, 좋지 않던 '우리가 직접 경험하지 않았으면 이걸 다 어떻게 깨달았겠어!'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사회에 지친 비관론자에게 이런 무조건적인 낙관은 정신 건강 회복에 큰 도움이 되었다)


첫 번째 달은 ‘태사자 in the house~’를 외치며 자유인답게 한없이 늘어진 ‘신들의 섬, 발리’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어땠냐고 물으신다면? 말해 뭐해. 최고였다.


아침마다 들려오는 새소리와 산들바람, 발리인들의 따뜻한 미소, 그리고 4천 원이면 수준급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들. 중심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펼쳐지는 무한한 정글까지. 몸과 마음이 저절로 풀어질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그렇게 여유를 가득 채운 뒤, 두 번째 달에는 인도네시아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인 자바섬을 여행했다.


발리와는 분위기가 180도 다른 이곳.

여행 중에 ‘자바섬에서 살게 된다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 결과, 자바섬에서 한인들이 주로 하는 일은 ‘주재원, 사업가, 그리고 현지 채용 회사원’ 정도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또, 제도와 규율이 발리보다 더 엄격했고, 수도 자카르타는 나에게 서울보다 더 답답한 분위기였다. 여기에 더해, 강한 이슬람 문화 색채에서 오는 문화 차이도 크게 느껴졌다.


짧은 여행이었다면 ‘인도네시아? 거기 기회의 땅이잖아.’라고 단순히 낙관적으로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직접 경험하면서 나름 큰 깨달음을 얻었다. 기대만큼 좋든, 좋지 않든, 직접 부딪히며 깨달은 것들이야말로 값진 수확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면 이걸 다 어떻게 알았겠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사회에 지친 비관론자-나- 에게 이런 무조건적인 낙관은 정신 건강 회복에 큰 도움이 되었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에는 하고 싶은 일도, 여러가지 걱정도 참 많았다.




하고 싶었던 일

매일 아침 경제 신문 읽기 → 한 3일 했음

영어일기 쓰기 → 딱 1회

매일 근력운동 → 호캉스할 때 1회..

발리에서 매일 요가클래스 가기 → 2회...


정말 부끄럽기 그지 없는 스코어다.

한국에서 게을렀던 사람이 해외 나왔다고 갑자기 부지런해지는 것도 아닌데 참 계획이 거창했다. 목표를 지키지 않고 미루다보니 게으름은 점점 더 심해졌다. 결국 몸을 쳐서 요가를 가고, 글을 쓸 때 비로소 나는 즐거워졌다.


걱정했던 일

남편과 24시간 함께하는 일상이 처음인데 괜찮을지

인도네시아에서 해 볼만한 사업 아이템을 발견하고 싶은데 잘 알아볼 수 있을지

위생과 벌레이슈. 잘 이겨낼 수 있을지

'휴가'가 아닌 '일상'같은 여행이 될텐데, 내가 물욕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남들의 여행과 비교하지는 않을까?

몸이 아프면 병원도 못 가고 어떡하지..? 여행 떠나오기 직전 발견한 눈 건강의 적신호가 악화되면 어떡하나!

세계여행 경비가 모자라면 어떡하지?


이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1) 남편과 24시간 붙어있는 것. 생각보다 괜찮다. 난 혼자만의 시간이 그렇게까지 필요한 사람이 아닐지도.


다만 우리는 같이 있어도 서로 하고싶은 것을 하거나, 음식도 가끔은 각자 먹고싶은 것을 먹는 등 '따로 또 같이'의 행태가 있는데 요런 부분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 잘 맞는 것 같다.


2) 시간을 내서 인도네시아나 해외 어딘가에 정착할 방법을 꼭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방법을 찾지 못하면 시간을 낭비한 것이 아닐까?’라는 부담이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결국, 나는 여전히 결과에만 집착하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 자체가 모두 사라졌다.


우리가 살면서 언제 이렇게 아무일도 안하고 몇달동안 여행을 해보겠냐며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는 것에만 집중하고있다. 그러다가 진짜 해보고 싶은 일이 보이면 하는거고, 아니면 한국가서 열심히 일 해야지 뭐.


3) 위생.. 로컬 화장실이나 음식점의 커트러리 상태 등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지만, 예전보다는 덜 민감해지긴 했다. 내 마음이 편안하려면 그냥 흐린눈 하는게 최고...!


벌레? 생각보다 괜찮다. 인도네시아 입국 하자마자 야시장에서 왕 큰 바퀴벌레를 두 마리나 보고 방에서 도마뱀을 봐가지고 진짜 눈 앞이 캄캄하고 앞으로 어떡하지?싶어서 진짜 눈물 찔끔 할 뻔 했는데, 그 이후로 바선생을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4) 사고 싶은게 있다가도 숙소에 있는 14kg의 무거운 배낭을 떠올리면 그 마음이 싹 사라진다.

또, 이번 여행을 떠나오기 전에 집을 정리하면서 내가 구매한 기억도 없는 물건들이 막 나오는 것을 보고서 이제 진짜 소비를 최대한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있으면 좋을 것 같은 것들 말고, 꼭 필요한 것 위주로 사야겠다 싶다. 다만 이렇게 생각하니 생필품 외에는 필요한게 아무 것도 없어서 삶의 재미(?)가 약간 없어지긴 했다. (하하)


그렇지만 앞으로도 소비는 줄이도록 노력할 예정!


5) 장기 여행을 하다보니 체력이 약해졌는지 많이 골골댔다.

발리에서는 속히 '발리밸리'라고 불리우는 장염에 걸리기도 했고, 우붓 숙소 욕실에서 넘어져 심한 타박상을 입었다. 또 족자카르타에서는 냉방병 + 얼음 잘못 먹음 의 콜라보로 일주일 내내 몸에 힘이 하나도 없고 폭풍 설..사를 하기도 했다.


결론은 몸이 걱정한다고 안 아픈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으니 최대한 열심히 회복에 임하자는 것

그리고 생각보다 현지약들이 효과가 좋으니, 앞으로는 여행할 때 약 파우치 크기를 줄여야겠다는 교훈도 얻었다(하하)


6) 엄청 아낀 것도 아닌데 예산 내에서 잘 활용하고 있다!





당연히 좋은 순간만 있던 것은 아니다.


여행을 하는 초반에는 매일매일이 즐겁기만 했는데 한 달이 넘어가니까 나랑 잘 맞지 않는 도시에서는 내가 뭘 하고있나 싶고, 생산적인 일을 하나도 하지 않으면서 밥이나 먹고 돈이나 쓰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웃기게도, 이 생각에 몰두하게 될 땐 여지없이 PMS 기간이었다.)


그런 중 이 생각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여행 속에서도 크고 작은 성취감을 지속적으로 느껴야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여행 중에도 적당한 루틴을 가지고, 수면시간을 지키며, 미디어 사용을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괜한 감정에 휘둘리고 상대방에게 짜증내고 있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아직 두 달 밖에 안돼서 섣부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싸우지 않고 부부세계여행 을 잘~ 유지하고 있는 비결(?)을 생각해보자면


남편

미리 나의 컨디션 조절에 도움을 준다. (나 = 체력적으로 조금만 힘들거나, 아프거나, 배고프면 예민해지는 인간)

먹고 싶은것도, 호기심도 많은 아내의 요청을 생색내지 않고 최대한 들어준다.


나(아내)

남편의 굳이? 스러운 행동들도 해보고 싶다면 기다려준다. (그것이 아무리 고생스럽고 귀찮고 다소 불필요하다고 생각될지라도)

나를 위해 너무나도 고생하고 있는 그를 잘 격려해주고 있다 (다분히 주관적인 견해)



나도 그도 앞으로 남은 여행 동안 하루하루 즐거운 추억으로 가득 했으면, 또 마음과 몸이 더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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