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과 현실, 영화 <공범자들>

용기 있는 사람들이 세상을 견디는 방법

by inihi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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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시대가 왔다고 희망에 부푼 사람들에게 초를 치기 위한 영화가 아니다. 여전히 썩어 문드러진 우리 사회의 단면을 사람들에게 친절히 알려주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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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눈물을 왈칵 흘러내리게 하는 장면들이 몇 군데 숨어 있기에, 사람들에게 감히 이 영화를 권하고 싶다. <공범자들>은 만들어지고 쓰인 대본에 의한 순간들을 통한 눈물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의 한 모습을 그대로 담은 장면들이 우리를 얼마나 슬프게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것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그리고 그것을 보여주는 이들이 얼마나 대단한지가 사실 그들이 얼마나 고되게 싸우고 있는 지로 증명됨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공범자들>에 등장하는 한 주인공은 본인에게 ‘파업’이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기록”이라는 대답을 한다. <공범자들>이 과연 영화로서 어떤 가치를 지니는가에 대한 질문에 나는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영화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이야기를 다 하지 못하여, 무언가 하다 만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현실이기 때문에 나는 이 영화의 삐걱거림을 감히 부족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 얇고 넓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들의 설움과 억울함이 우리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깊고 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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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면, 우리는 그 아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왜 우는 지 그 이유를 궁금해 한다. 그 아이의 울음은 누군가 자신의 장난감을 뺏어서 일수도, 보지 못한 사이에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서 일수도 있지만, 아무도 그 아이의 입을 통해 듣지 않으면 그 억울한 마음을 헤아릴 수조차 없다. 그런데 하물며 이 영화에는 이렇게나 많은 어른들이 눈물 쏟아내고, 울분을 토해낸다. <공범자들>이 말하는 것은 오히려 단순하다. 그냥 그 목소리에 귀를 한 번 기울이자는 것이다. 왜 그들이 울 수밖에 없었는지를 들어보자는 것이다. 그들을 울린 사람들을 벌할 것인가는 오로지 관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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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워 보이지만, 어렵게 세상에 목소리를 낸 영화다. 사회에 나가기 무서워하고, 세상의 차가움과 냉정함 그리고 그릇됨을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작은 나에게 <공범자들>은 세상에는 여러 분류의 사람이 있음을, 내가 무서워하는 세상의 것들과 어떻게 싸워나가야 하는지를 보여준 영화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세상을 견디는 방법을 그리고 내가 하지 못하는 싸움을 견뎌내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조금의 관심을 기울일 기회를 준 영화라 할 수 있다.


두 달 전 즈음, MBC 아나운서 한 명이 또 퇴사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의 싸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투쟁이 일상이 된 그들의 시간은 내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헤져 있고, 처절하다. 스포트라이트에서 한 걸을 물러설 수밖에 없었던 그들을 향한 이 영화의 조명은 꽤나 따뜻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 한 구석을 시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