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것이 사라진다면, 10cm <1+2+3+4>

빈자리의 무게에 대하여

by inihiai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평소 좋아하던 노래들을 라이브로 듣고 온다는 설렘 하나로 충분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공연을 보러 가던 길과 달리 마음이 무거워졌다.

기대하지 않았던, 마주하게 될 것이라 상상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받아서 돌아왔다는 것에 조금은 놀라기도 했다.


재기 발랄함, 끼쟁이의 모습만 있을 것이다 생각했던 내 눈 앞에 작고, 불안한 모습이 가득한 한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은 색다른 기분을 자아냈다.



어느 공연을 보고도, 무대 위에 올라간 사람이 한없이 불안해하고, 이 무대 하나를 온전히 완성시키는 것이 이 사람에게 정말 큰 일이구나라고 깨닫는 것은 쉽게 찾아오는 생각이 아니다. 사실 무대 위의 불안을 본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오늘의 공연에서 관객들이 무대 위 사람의 지지대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한 것은 오히려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럴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하게 했다.



내가 대학에 와서 가장 많이 하는 연습은 예술 작품을 지켜보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맡는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꽤 많은 영화, 연극, 공연을 보았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처럼 작품을 만드는 사람과 내가 같은 공간에서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적은 굉장히 드물었다.



편하지 않은 것들이 그대로 있을 것이 두려워 아침이 오면 눈을 뜨는 것이 무섭다는 노랫말이 공연장을 가득 채울 때, 어쩌면 말도 안 되는 생각일지 모르지만,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아직 괜찮은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을 하는 사람이 스스로 말하기도 했지만, 이 공연을 온전히 끝내는 게 본인에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 같아서, 끝을 향해 나아가는 한 발짝 한 발짝을 아주 조심스러운 시선으로 지켜보게 되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공연을 어떻게 말로 정리해야 할까 한참을 고민했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이 공연이, 이 사람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서로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말로 이게 다라는 것을 알았다. 변하길 기도했던 모든 것들이 그대로 존재하는 아침에, 밖으로 나가지 못할 것 같아 제자리만 맴도는 나를 발견하는 그 순간에, 나는 이 노래를 틀고, 당신은 이 노래를 부르면 된다.


아주 좋은 공연을 보았고, 예상치 못하게 큰 힘을 얻었다.


빈자리에 대해 더 크게 아프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당신에게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사랑을 퍼주어도 마땅하다고 감히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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