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고
세 사람을 만났었다.
첫 번째 사람은 이름이 마음 속에 콕 박혀 있는 사람이다. 그와 함께한 기억은 귀를 뚫는 경험과 비슷했다. 처음에는 그라는 존재로 인해 열이 나고, 하루종일 그 곳만 보고 안절부절 했지만, 익숙해진 귀걸이처럼 그 존재가 있다는 것을 인지조차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사이가 되었다. 가짜 은으로 된 귀걸이를 할 때야 귀가 짓물을 흘리는 것처럼 우리는 사이에 이물질이 들어서야 눈물을 흘리었다.
그 사람과 마지막으로 본 지도 햇수로 벌써 3년정도 된 것 같다. 최근 친구는 나에게 그 친구가 작년 말에 크게 사고를 당해 재활을 하고 있다고 말해 주었다.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부터 나는 그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알고 싶었다. 궁금했지만, 우리 둘 사이에 있던 그 많던 사람들은, 이제 각자의 사람이 되어 나의 물음은 질문을 받는 사람에게 어색한순간이 되어 질문을 건낼 수 없었다.
두 번째 사람은 셋 중 가장 비겁한 사람이다. 나를 보기를 스스로 부끄러워 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은 스쳐 지나가며 나를 할퀴었던 사람이었다. 생채기가 아무는 동안 나는 그를 참 많이 미워했었다. 그를 울음과 화로 가득찬 공간에서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오랜만이네"라고 창문을 하나 두고 전화가 왔을 때 그를 미워하는, 그 묵혀둔 감정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그는 내 친구의 남자친구가 되었고, 나는 그 사실을 안 순간부터 그와의 기억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창문을 하나 두고, 그와 다시 마주한 순간에 그가 나에게 건낸 것은 묵혀두었던 사과였다. 연이 끝까지 닿지 않을 때에는 그 이유가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았다.
세 번째 사람은 지금 내 옆을 지켜주는 사람이다. 참 많이 힘들었다. 이 사람과의 인연에 대해 수 만번 고민했었다. 내가 끈을 놓으려는 순간에, 그는 나를 찾아와 내 손에 끈을 쥐어주었다. 참 많이 미안하고 고맙다. 나와 너무 다른 사람이라서, 내가 편안하고 안락할 수록 그 사람은 아프고 힘들다. 사실 그것을 그 누구보다 알지만, 내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에 가끔은 그가 아픈지 느끼지도 않고 기대버린다.
많이 미안하고, 고마운 사람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에, 내가 정말 많이 힘든 그 순간에 그와의 인연을 놓아버릴 것이다. 변명이지만, 지금은 내가 그를 놓아줄 생각이 없다. 그가 필요하다.
그리고 한 사람이 더 있다. 그냥 그 순간에서 마지막을 맞이 했어야 했다. 나의 아련하고 소중했던 기억으로 남겨 두었어야 했다. 재미있는 것을 꿈꿨다. 그는 아니었다고 할 수 있을까? 기억하지 않는 것일까 수 만번 고민했지만, 나는 답을 알 수 없다는 것을 불현듯 알게 되었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옆에 있는 사람이 감사한 사람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스스로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고 대단한 사람인지 깨닫게 해줄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냥 행복했으면 좋겠다.